정부가 낙태죄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임신중지 당사자인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이 여성계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고 법무부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와 반대되는 형법 개정안을 낸 데 이어, 보건복지부도 정책자문기구인 성평등자문위원회의 권고와 반대되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계에서는 이런 태도가 “갈등 기간을 최소화하라”는 국무조정실의 지침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평등자문위 무용지물 만든 복지부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관련 모자보건법 개선 입법 방안’ 문서를 보면, 복지부 출산정책과는 입법예고안을 논의하면서 “9월28일 (복지부) 성평등자문위원회의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위원 및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법안을 공개하지 않은 채 원론적 이야기만 반복했다”며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자문위원 ㄱ씨는 “자문위가 지난달 7일 임신중지와 관련한 보건의료 정책을 논의하자고 요청했는데 20여일 만에 열린 회의에서 ‘형법 개정 방향이 안 나와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전문가 ㄴ씨도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기회는 없고 절차가 비밀스럽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