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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포스트 긴급대담] 민주주의의 승리, 16년 만에 출시된 첵스 파맛을 맛보다

성분표를 살펴보면 혼합 야채 분말이 0.03% 함유돼 있는데 이 중 31%만이 대파다.

‘첵스초코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열렸던 2004년, 후보로는 ‘첵스의 초코맛을 풍부하게 하겠다‘는 체키와 ‘파맛 첵스를 내놓겠다’는 차카가 나왔다. 수많은 유권자들은 구태를 유지하겠다는 체키가 아닌, 새로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차카에게 를 던졌다.

하지만 선거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했고, 켈로그는 일부 네티즌들이 비정상적인 투표를 했다며 차카의 득표를 대량 삭제하고 체키를 급히 당선시켰다. 그 후 체키 대통령은 무려 16년 동안이나 장기집권을 이어 왔다.

그리고 2020년, 드디어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켈로그가 첵스 파맛 출시를 발표한 것이다. 비록 켈로그 측은 ”남아 있는 당시 관계자가 없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해명하며 부정 선거에 대한 책임을 피했지만, 어쨌든 수많은 사람들은 다 함께 한여름에 찾아온 ‘첵스의 봄’을 기뻐했다. Follow the Pa!

여기까지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허프포스트는 이를 주제로 기사몇 번 냈고, 오늘 아침에는 심지어 스플래시까지 걸었다. 민주주의적으로 동료들과 스플래시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끼던 중, 나에게 이런 제안이 들어왔다. 

뉴디터, 파디터로 진화...?
뉴디터, 파디터로 진화...? ⓒHuffpost KR

약간 불안하면서도 궁금하기도 했다. 회사 인근 마트에 가서 사 오겠다고 하자마자 이런저런 요청이 쏟아졌다. 맥주 안주로 좋다던데 맥주도 사 와라, 기왕 이렇게 된 거 각종 주종이랑 페어링해보자, 우유 말고 막걸리에 말아먹어보자, 블라블라블라....

R에디터와 회사 인근 몇 군데 마트를 한참을 헤맨 끝에, 드디어 자유민주주의의 맛을 손에 넣었다. 과연 16년 간의 투쟁 끝에 얻어낸 자유민주주의의 맛은 어땠을까? 그냥 먹어 보고, 우유를 부은 직후에 먹어 보고, 우유에 불린 다음에 먹어 보고, 맥주 안주로 먹어봤다.

1. 생으로 맛보기

H: 생긴 건, 옛날 과자 ‘씨리얼’ 알아요? 초록색. 그것처럼 생겼어요.

R: 아, 그 칸쵸랑 비슷한 사이즈로 포장된 과자 말이죠? 듣고보니 그렇네요.

H: 씹었을 때 단 맛이 나는데, ‘양파링’이나 ‘야채타임’에서 날 것 같은 야채 과자 맛이 단맛 뒤를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 그런데 강한 짠 맛이 없어서 케찹하고는 안 어울릴 것 같아요. 너무 달아서.

W: 처음에는 파맛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상한 것 같았는데. 먹다 보니까 짭조름하면서 파 맛도 나고, 단맛이 엄청 강해요. 양파링에 설탕 코팅한 맛이 나네요.

총평: 입에 넣자마자는 약한 파 향이 코끝에 느껴지지만, 곧 진한 단맛이 덮어버린다. 양파링이나 야채타임 같은 야채맛 과자에 설탕을 코팅한 듯한 맛.

2. 우유를 부은 직후 먹기

W: 맛있다! 아까는 파 향이 나다가 갑자기 달아져서 어딘가 균형이 안 맞는 것 같았는데, 우유랑 먹으니까 균형이 맞는 것 같아요.

H: 역해요... 파의 비릿한 향이랑 우유가 섞이니까 너무 이상해요. 라면의 파 후레이크를 우유에 살짝 적셨을 때 이런 느낌일 것 같아요. 누가 사골 곰탕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고 했어?! 절대 안 돼!!

R: 단 맛이 되게 강하고, 초콜릿 첵스에서 초콜릿 향만 그냥 뺀 맛인데? 저는 별로 파 향이 안 느껴져요. 제가 향이 있는 야채를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총평: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다. 대다수는 먹을만 하다고 평가했으나, 향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파 향과 우유의 맛이 전혀 어우러지지 못한 와중에 단맛이 느껴져 신체적으로 격한 반응이 나올 수 있을 듯.

3. 우유에 불린 후 먹기

R: 원래 첵스 초코도 우유에 오래 담그면 초콜릿 코팅이 다 빠져서 우유가 달아지고 과자 자체에는 단 맛이 안 남았거든요. 이것도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W: 짠맛이 좀 더 강화된 것 같아요. 파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듯?

H: 아 근데 문제가. 이걸 먹고 앉아 있으니까 속에서 파 향이 계속 올라와서 미칠 것 같아요. 우유랑 섞인 그 비릿한 파 맛이...! (뛰쳐나감)

R: 그럼 전 한 번 이 녹진해진 국물(?)을 맛보겠습니다.

왼쪽이 그냥 우유, 오른쪽이 첵스 파맛이 우러나온 우유.
왼쪽이 그냥 우유, 오른쪽이 첵스 파맛이 우러나온 우유. ⓒ허프포스트코리아

R: 확실히 첵스 초코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우유 색이 변하긴 변했네요. 우유에서는 파맛이 아니라, 볶은 양파에서 나는 단맛 같은 맛이 납니다. 또 볶은 파에서 날 법한 감칠맛도 좀 나네요.

여태껏 파맛 과자라는 게 세상에 없었잖아요.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맛과는 전혀 달라요. 그래서 양파링에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게 참 아쉽네요. 매운 맛은 없어요.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데... 왜 이렇게 R교익 선생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죠?

총평: 세상에 없던 맛. 볶은 양파에서 나는 듯한 단맛과 볶은 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을 우유에서 느낄 수 있고, 트름을 하면 깊은 파 향이 오장육부에서 올라옴.

4. 맥주 안주

우유 타지 않고 맥주와 함께.
우유 타지 않고 맥주와 함께. ⓒ허프포스트코리아

뉴디터: 전 진짜 술 안 좋아하는데 다들 먹어 보라고 하니까 어쩔 수가 없네요...

W: 맥주가 당기는 맛이었는데, 진짜 맥주랑 먹으니 밑도 끝도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맥주랑 먹으니까 정말 단짠의 정석이네요.

뉴디터: 월요일 오후 2시 30분에 사무실에서 맥주랑 같이 먹으니 괜히 더 맛있는 게 아닐까요?

W: ㅎㅎㅎ

총평: 왜 차카가 16년 전,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들의 표를 긁어모았는지 알겠다... 맥주 안주로 먹으려면 향이 진한 IPA 같은 맥주보다는 드라이한 생맥주가 잘 어울릴 듯. 

5. 종합

첵스 파맛.
첵스 파맛. ⓒ허프포스트코리아

이건 세상에 없던 맛이다.

우유를 붓지 않고 그냥 먹는다면 첫 맛에 부담 없이 가벼운 파 향이 코를 찌르고, 이후 입에 착착 달라붙는 단짠단짠이 이어져 호불호 없이 누구나 가볍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성분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혼합 야채 분말이 0.03% 함유돼 있는데 이 중 31%가 대파다. 0.001% 정도 대파가 함유된 셈이니, 파 향이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나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우유를 붓는다면?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유를 부은 첵스 파맛을 먹다 뛰쳐나간 H에디터는 양치질을 3번이나 했다. 반대로 R에디터는 너무 맛있다며 오늘 귀갓길에 첵스 파맛과 우유를 사 갈 예정이라고 한다. 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은 W에디터는 생각보다 이상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나는...? 파맛 트름이 너무 많이 올라온다. 마치 실수로 파를 한가득 쏟아넣은 설렁탕을 완식한 것 같은 기분... 맥주 안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 번외

그저 색깔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막걸리를 한 번 사와 봤지만,

진짜로 시도할 생각은 없었는데... R에디터가 도전해 봤다.

R: 일단 술 냄새가 굉장히 많이 나고... 탄산과 술기운이 확 올라오네요. 그런데 조금 씹다 보면 막걸리라기보다는 요구르트에 첵스 파맛을 말아 먹는 느낌이 들고요. 크게 못 먹을 맛은 아닌 것 같아요. 한 마디로, 괜찮다.

W: 다른 사람한테 권할 생각 있어요?

R: 아뇨.

한편 첵스 파맛은 29일부터 롯데마트와 온라인에서 판매되며, 7월1일부터는 전국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다.

김현유·라효진·허완·황혜원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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