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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가 밝힌 다카하타 이사오와의 이야기

故다카하타 이사오를 기리는 고별식이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열렸다.

5월 15일 일본 도쿄 지브리 미술관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故 다카하타 이사오를 기리는 고별식이 열렸다. 지난 4월 5일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난 다카하타 감독은 생전에 ‘반딧불이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 여러 히트작을 남긴 바 있다. 

ⓒKEI YOSHIKAWA/HUFFPOST JAPAN

이날 고별식에는 다카하타 이사오와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작곡가 히사이시 조 등 스튜디오 지브리 관계자 수백 명이 참석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날 감정에 북받쳐 목이 멘 채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Studio Ghibli / HuffPost Japan

아래는 미야자키 감독의 추도사 내용 일부. 

1963년, 그가 27세, 내가 22세였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 말을 주고받은 날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질녘쯤 네리마행 버스를 기다리던 중, 비가 갠 뒤 웅덩이가 남은 거리에서 한 청년이 다가왔습니다.

″세가와 다쿠오씨(그림책 작가)에게 가는 건가 보네요.” 

온화하고 현명해 보이는 청년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것이 다카하타 이사오를 처음 만난 순간이었습니다. 무려 55년 전 일인데 명확하게 기억납니다. 그때 그의 얼굴은 지금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파쿠씨(*다카하타 이사오의 별명. 다카하타는 젊은 시절 회사에 빠듯하게 출근해 출근 카드를 찍은 뒤, 사온 빵을 꾸역꾸역 먹고 물을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음식을 덥석덥석 먹어치우는 것’을 뜻하는 파쿠파쿠(ぱくぱく)가 애칭이 됐다고.)는 자신이 95세까지 살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에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쿠씨와 오오츠카 야스오(*‘미래소년 코난‘의 작화 감독)가 함께 10번째 장편 만화인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을 만든다는 소식이 발표되던 날, 저는 오오츠카씨의 집에 불려갔습니다. 파쿠씨도 오고 있었죠. 저는 당시 원고도 그리지 못하는 새내기 애니메이터에 불과했지만, 두 사람은 이 작품의 의미를 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세 좋게 작품에 돌입했지만, 제작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도에이 직원들은 새로운 작업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고, 작업은 계속 지연돼 회사 전체가 침몰할 뻔했죠. 그러나 파쿠씨의 끈기는 초인적이었고, 오오츠카씨도 잘 견뎠습니다.

첫 편집본의 시사가 끝났을 때 저는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감동이 아닌 경악 때문이었죠. 회사의 압력으로 한 장면이 의도와 다르게 표현됐고, 파쿠씨는 끈질기게 회사와 교섭해 마침내 컷수부터 컷마다 작화 매수, 필요한 제작 기간까지 얻어냈죠. 

물론 그 약속은 지킬 수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파쿠씨는 경위서를 썼고요. 파쿠씨가 도대체 몇 장의 경위서를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태양의 왕자’ 발표 후 30여 년이 흐른 지난 2000년, 파쿠씨의 제안으로 ‘태양의 왕자’ 관계자 모임이 열렸습니다. 당시 회사의 책임자, 임원들, 회사와 제작진 중간에서 조율을 맡았던 중간 관리자들, 제작, 진행, 작화 등을 맡았던 직원들이 모여줬습니다. 그들은 ”그때가 제일 재밌었다”라고 소회를 밝혔죠. ‘태양의 왕자’는 결국 흥행이 부진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파쿠씨, 우리들은 힘껏 그때를 살았던 거야. 고맙습니다. 55년 전, 비가 내리던 그 버스 정류장에서 말을 걸어 준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등 지브리 대표작의 음악을 담당했던 히사이시 조는 고별식을 통해 다카하타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히사이시 조.
히사이시 조. ⓒStudio Ghibli / HuffPost Japan

히사이시 조는 이날 ”다카하타씨는 당시 무명이었던 저를 기용해주셨다. 오늘날의 제가 있는 건 다카하타씨 덕분이다. 타카하타씨는 제 안에 살아계십니다. 이별은 말하지 않겠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길.”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역시 고인을 추모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토시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토시오.  ⓒStudio Ghibli / HuffPost Japan

스즈키는 이날 고별식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좋은 추억보다는 대립한 추억이 더 많다. 감독과 프로듀서는 적대하지 않으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지난 40년간 함께 일해왔지만 한 번도 칭찬을 받거나 긴장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 하지만 함께했던 작품은 전부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카하타 이사오는 지브리에서 ‘반딧불이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을 연출했다. 지난 2013년에는 14년 만의 신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이 작품은 결국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유작이 됐다. 

허프포스트JP의 ‘高畑勲さん「お別れ会」 宮崎駿監督は声を詰まらせながら、亡き盟友を偲んだ(追悼文全文’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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