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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집회 성지'에서 벌어진 한국당과 애국당의 충돌직전 신경전

지방선거 최종유세가 잇따라 이곳에서 열렸다.

12일 밤 9시20분께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들이 두 줄로 서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서 있는 모습.
12일 밤 9시20분께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들이 두 줄로 서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서 있는 모습. ⓒ한겨레

보수 집회의 중심지가 된 대한문 앞을 최종 유세 장소로 잡은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이 12일 밤 ‘신경전’을 벌였다.

6·13 지방선거일을 하룻밤 남겨둔 이날 저녁,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홍준표 당 대표 등이 함께하는 ‘총력 합동 유세’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대한애국당도 서울시장 후보 최종유세를 할 예정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유세는 저녁 8시, 대한애국당의 유세는 밤 10시(각 당 공보실 최종 알림 기준)로 시각이 달랐다. 그러나 밤 9시께 유세차량에서 내려 온 김문수 후보가 대한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거리 유세를 이어가면서, 일찍 모여든 일부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 동선이 겹쳤다.

앞서 신촌역 유세를 마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의 행렬 선두가 대한문에 접어든 것은 밤 9시 10분께였다. 이때 유세 차량에서 내려온 김문수 후보는 지지자들 사이를 누비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붉은 모자를 쓴 지지자들은 손에 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김문수를 연호하는 등 열띤 분위기였다. 한편 김문수 후보의 유세차량 뒤편 덕수궁 돌담길 쪽에서 나타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은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있었지만, 흰 옷을 입고 손에는 인지연 대한애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기호 ‘7’을 새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12일 자유한국당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당이 함께하는 최종 합동유세를 열었다. 저녁 7시반께 유세차량에 오른 김선동 상임선대위원장이 김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자유한국당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당이 함께하는 최종 합동유세를 열었다. 저녁 7시반께 유세차량에 오른 김선동 상임선대위원장이 김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

자유한국당이 최종 총력유세 장소를 ‘태극기집회’의 대표 장소인 대한문 앞으로 잡고 막판 ‘보수 결집’을 호소하는 것을 두고,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를 연호하는 소리를 듣자 목청을 돋워 “인지연! 인지연!”을 외치며 맞섰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를 향한 비난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서울시청 앞 광장 쪽으로 이동하던 한 대한애국당 지지자가 자유한국당 유세를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치자, 이에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도 “나가 죽어버리라”고 응수하는 등 신경전도 벌어졌다.

경찰은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을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유도하는 한편, 귀에 리시버를 달고 무전기를 든 사복경찰까지 합세해 대한문에서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횡단보도 앞에 두 줄로 서 혹시 모를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충돌을 예방했다. 밤 9시15분께 대한문 앞쪽 도로에 흰 색의 대한애국당 버스가 등장하면서, 두 그룹을 분리하려는 경찰의 움직임은 한층 분주해졌다. 그러나 두 당 모두 태극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많아, 자유 복장을 한 지지자들은 얼핏 구분이 쉽지 않았다.

12일 밤 9시 10분께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을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12일 밤 9시 10분께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을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한겨레

이날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일부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은 경찰 뒤편에 서서 자유한국당의 거리 유세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는 등 팽팽한 분위기가 흘렀다. 한 대한애국당 지지자는 자유한국당 유세 가까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조작 탄핵시켜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어준 당, 그들이 우파일까?’ 라고 쓴 손팻말을 높이 쳐들며 ‘무언 시위’를 벌였다. 자유한국당과 신경전을 벌이던 대한애국당 지지자 일부는 현장을 찍고 있는 취재 기자를 향해 “찍지 마라. 얼굴 나오면 안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최종유세가 열린 대한문 앞에서 대한애국당 인지연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자들은 “인지연”을 연호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최종유세가 열린 대한문 앞에서 대한애국당 인지연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자들은 “인지연”을 연호하기도 했다. ⓒ한겨레
자유한국당 최종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이 따로 시청 앞 서울 광장에 집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최종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이 따로 시청 앞 서울 광장에 집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겨레
자유한국당의 최종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의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두 줄로 서 있다.
자유한국당의 최종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의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두 줄로 서 있다. ⓒ한겨레

두쪽으로 갈린 태극기 물결 간 기묘한 ‘대치’는 김문수 후보가 차량을 타고 사라진 밤 9시25분께까지 이어졌다. 이후 대한문 앞 유세장소를 넘겨받은 대한애국당은, 인지연 서울시장 후보와 조원진 대표가 유세차량에 올라 “자유민주주의를 구출해야 한다”고 외치며 마지막 날 밤의 유세를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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