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8년 06월 13일 10시 53분 KST

'태극기집회 성지'에서 벌어진 한국당과 애국당의 충돌직전 신경전

지방선거 최종유세가 잇따라 이곳에서 열렸다.

한겨레
12일 밤 9시20분께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들이 두 줄로 서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서 있는 모습.

보수 집회의 중심지가 된 대한문 앞을 최종 유세 장소로 잡은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이 12일 밤 ‘신경전’을 벌였다.

6·13 지방선거일을 하룻밤 남겨둔 이날 저녁,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홍준표 당 대표 등이 함께하는 ‘총력 합동 유세’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대한애국당도 서울시장 후보 최종유세를 할 예정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유세는 저녁 8시, 대한애국당의 유세는 밤 10시(각 당 공보실 최종 알림 기준)로 시각이 달랐다. 그러나 밤 9시께 유세차량에서 내려 온 김문수 후보가 대한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거리 유세를 이어가면서, 일찍 모여든 일부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 동선이 겹쳤다.

앞서 신촌역 유세를 마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의 행렬 선두가 대한문에 접어든 것은 밤 9시 10분께였다. 이때 유세 차량에서 내려온 김문수 후보는 지지자들 사이를 누비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붉은 모자를 쓴 지지자들은 손에 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김문수를 연호하는 등 열띤 분위기였다. 한편 김문수 후보의 유세차량 뒤편 덕수궁 돌담길 쪽에서 나타난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은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있었지만, 흰 옷을 입고 손에는 인지연 대한애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기호 ‘7’을 새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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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자유한국당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당이 함께하는 최종 합동유세를 열었다. 저녁 7시반께 유세차량에 오른 김선동 상임선대위원장이 김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최종 총력유세 장소를 ‘태극기집회’의 대표 장소인 대한문 앞으로 잡고 막판 ‘보수 결집’을 호소하는 것을 두고,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를 연호하는 소리를 듣자 목청을 돋워 “인지연! 인지연!”을 외치며 맞섰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를 향한 비난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경찰의 안내에 따라 서울시청 앞 광장 쪽으로 이동하던 한 대한애국당 지지자가 자유한국당 유세를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치자, 이에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도 “나가 죽어버리라”고 응수하는 등 신경전도 벌어졌다.

경찰은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을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유도하는 한편, 귀에 리시버를 달고 무전기를 든 사복경찰까지 합세해 대한문에서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횡단보도 앞에 두 줄로 서 혹시 모를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의 충돌을 예방했다. 밤 9시15분께 대한문 앞쪽 도로에 흰 색의 대한애국당 버스가 등장하면서, 두 그룹을 분리하려는 경찰의 움직임은 한층 분주해졌다. 그러나 두 당 모두 태극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많아, 자유 복장을 한 지지자들은 얼핏 구분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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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9시 10분께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을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날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일부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은 경찰 뒤편에 서서 자유한국당의 거리 유세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는 등 팽팽한 분위기가 흘렀다. 한 대한애국당 지지자는 자유한국당 유세 가까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조작 탄핵시켜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어준 당, 그들이 우파일까?’ 라고 쓴 손팻말을 높이 쳐들며 ‘무언 시위’를 벌였다. 자유한국당과 신경전을 벌이던 대한애국당 지지자 일부는 현장을 찍고 있는 취재 기자를 향해 “찍지 마라. 얼굴 나오면 안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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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최종유세가 열린 대한문 앞에서 대한애국당 인지연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자들은 “인지연”을 연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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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최종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이 따로 시청 앞 서울 광장에 집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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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최종유세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경찰이 대한애국당 지지자들과의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두 줄로 서 있다.

두쪽으로 갈린 태극기 물결 간 기묘한 ‘대치’는 김문수 후보가 차량을 타고 사라진 밤 9시25분께까지 이어졌다. 이후 대한문 앞 유세장소를 넘겨받은 대한애국당은, 인지연 서울시장 후보와 조원진 대표가 유세차량에 올라 “자유민주주의를 구출해야 한다”고 외치며 마지막 날 밤의 유세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