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20년 08월 27일 18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28일 11시 04분 KST

'지구를 해치지 않는 물건, 저희가 알려드립니다’ 친환경 쇼핑 정보 알려주는 회사가 있다 (인터뷰)

박디터의 FINDS|지속가능한 브랜드 알려주는 트위터 봇주를 만났다.

 박디터의 FINDS - 번외편|친환경 꿀정보 여기서 받아가세요.

“고기 없는 음식 찾기가 힘들어요.”

“화장품 쓸 때 생기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볼 때마다 불편해요.”

a_namenko via Getty Images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해 채식 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식사자리에서는 깐깐한 사람이 되기 일쑤고, 마트에서는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사기 어렵다.

이제 혼자 고민 마시라. 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제품들을 알려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트위터에서 활약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 정보 봇’(@bot_sustainable)이다.·

twitter

이들은 사실 ‘그라인더’라는 스타트업이다. 트위터에서 “비건(vegan)🌿/동물실험 반대🐰/공정무역🙋‍♀️/퀴어 프렌들리🏳️‍🌈”를 기치로 “추천하고 싶은 지속 가능한 브랜드 정보”를 전한다. 카이스트 재학생과 졸업생 8명이 모여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해 창업 지원을 받은 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런 추천 브랜드를 모아 한 곳에서 판매하는 e-커머스 사업도 시작했다. 트위터를 운영한 지 1년 여만이다. 지난 26일, 그라인더 김수연 대표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윤리적인’ 소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그리고, 요즘은 또 어떤 좋은 제품들이 나왔을까?

 

- ‘친환경 제품’을 추천하는 트위터 정보봇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 환경과 동물권에 관심이 생기면서, “왜 이렇게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상품 고르는 것이 어려울까?” 생각했어요. ‘지속가능성’은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걸 가치로 삼는데요. 온라인에 정보가 부족하기도 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는 더욱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저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 그런 브랜드를 찾는 분들이 많은가요?

= 이런 정보에 목마른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낀 일이 있었어요. 트위터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할 때 일인데요. 비건(vegan)이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치약 브랜드 ‘위드마이’를, 유기묘 입양 카페 ‘지구별고양이’ 봉사자들이 만든 고양이 장난감과 묶어서 기획상품으로 팔았어요. 수익금은 유기묘 치료에 사용하기로 했고요. 100개 한정으로 6일 만에 완판했고요. 그때 물건을 사주신 분들이 “멋진 기획을 해 줘서 정말 고맙다”는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는데, 보람 있더라고요.

 

- 반응이 좋으려면 품질도 좋아야 할 것 같아요.

= 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상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가성비’가 좋지 않으면 트위터에 소개하지 않아요. 실제로 써봤는데 만족도가 떨어지면, ‘좋은 가치를 내세우는 상품은 품질이 떨어지는구나’라는 편견이 강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도 적당한 곳들만 골라서 소개하고 있어요. 흔히 그런 물건은 비싸다고 생각하시지만, 같은 품질에 가격도 경쟁력 있는 곳이 많아요.

 

*비건(vegan)

육식만 하지 않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에서 나아가 고기·생선·난류·유제품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생활방식이다. 고기가 주재료인 음식뿐 아니라 고기로 맛을 낸 육수, 기름을 사용해 조리한 음식도 먹지 않는다.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소비할 때도 친환경과 공정무역,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지 등의 정보를 꼼꼼하게 따진다. 

smartboy10 via Getty Images
제조 과정은 물론, 포장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최대한 대체해 사용한 브랜드들이 더 '지속가능한' 브랜드들이다.

-고기를 생산하는 산업이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건강이나 취향이 아닌 환경보호가 목적이죠. 하지만 ‘비건’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 분들도 여전히 많아요. ‘비건 제품’은 무엇인가요?

= ‘비건 제품‘은 동물성 성분이나, 동물을 착취해 얻었을 가능성이 있는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제품입니다. 원료의 제조 과정, 안전성 인증 과정 등에서 동물 실험을 배제하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를 지킨 제품도 비건 제품으로 인정해주기도 하고요.

 

- ’비건 제품’과 ‘친환경 제품’이 다른가요?

= ‘친환경 제품’은 좀 더 여러가지 조건에 맞아야 해요. 제조과정이 중요하죠. 그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팜유처럼)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면 그건 친환경 제품이 아니에요. 온실가스도 덜 발생시키는 제품이 좋죠.

 

- 소개하는 제품들은 ‘비건‘과 ‘친환경’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들인가요?

= 저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제품 추천 기준이 있는데요. 그 중에 한 가지 이상 충족하면 소개하고 있어요. 대신 그 제품들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 지 함께 설명해주죠. 예를 들어 “100% 식물 성분이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 점이 아쉽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식으로요.

 

*팜유: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식물성 기름

제조 과정에서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비판받는 대표적인 제품이 ‘팜유’(야자유)다. 팜유는 팜나무 열매에서 짜내는 식물성 기름이지만, 팜유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환경파괴적인 방식 때문에 비판받고 있다. 이 기업들은 오랑우탄 서식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숲들을 태워 여기에 팜나무 밭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량생산을 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서식지인 숲이 타버린 오랑우탄들은 굶어 죽거나, 화상과 낙상 등 중증 부상을 입고 죽는다. 팜유는 여전히 마가린, 식용유, 세제 등에 두루 쓰인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2018년 8월 '오랑우탄의 날'을 맞아 한 환경운동가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오랑우탄을 지키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 이제는 직접 ‘지속가능한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서비스인가요?

= ’시즈닝(seasoning.me)′이라는 커머스 서비스를 오픈했어요. 앞에서 말씀드린, 자체적으로 만든 제품 추천 기준과 비교해보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품만 소개하고 있어요. 트위터에서 비건 치약과 고양이 장난감을 세트로 구성해서 판매했던 것처럼, 시즈닝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비건 홈카페 키트‘, 비건 간식으로 구성한 ‘굿모닝 키트’를 판매했어요. 연말에는 시즈닝 앱도 런칭할 계획입니다.

 

- 제품 추천 기준은 무엇이고, 검증은 어떤 방법으로 하시나요? 소비자들이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우선 상품정보제공고시 등의 정보를 통해서 성분을 확인해요. 여기에 식물 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추출할 수 있는 성분이 있는 경우에는 제조사에 직접 문의해서 식물성인지 확인합니다. 

이미 공식 기관들에서 비건, 친환경,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제품들도 있죠. 하지만 저희는 그런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만 가지고 고르지는 않아요. 이미 기관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제조과정이 어떤지 알아봐서 혹시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과정에서 동물성 성분이 사용되는지 등의 여부를 판단하고요.

또 인증이 없더라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보고 제조 과정을 확인해 보는 경우도 많아요. 인증 받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은 편이라, 작은 회사의 브랜드들은 그런 점을 감안해서 선별하려고 해요. 

이 ‘지속가능한’ 브랜드들의 빅데이터를 구축해서, 상품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시즈닝 seasoning.me 제공
국내 비건 화장품 소비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멜릭서'의 제품들.

-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질문인데요. 요즘 추천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 제품은 어떤 게 있나요?

= 첫 번째는 제가 정보봇에 가장 처음 소개한 브랜드이자 캐나다 자연주의 화장품 ‘디오디너리’예요. 성분 표기를 명확히 하는 곳인데, 대부분 제품이 비건이에요. 모회사 ‘데시엠’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고요. 한국에서도 인터넷으로 살 수 있어요. 추천하는 제품은 커버리지/세럼 파운데이션이에요. 파운데이션 색상폭도 넓고, 가격도 저렴하죠. 제가 직구로 시작해서 벌써 3년 넘게 쓰고 있는 브랜드라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두 번째는 콘돔, 젤, 세정제, 생리컵, 생리용 속옷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이브’입니다. 모든 제품이 비건, 크루얼티프리 인증을 거쳤어요. 패브릭 제품은 유기농 면을 사용하고, 세정제 원료 중 40% 이상을 공정무역으로 생산해요. 문화적으로는 청소년의 성 문화와 관련한 사회적 터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서 더 의미가 있고요.

‘이브’가 판매하는 유기농 알로에 젤

 

세 번째는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입니다. 모든 제품이 비건, 크루얼티프리 이고, 원료 생산부터 패키지까지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하는 브랜드예요. 저자극 제품들이라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어요. 친구들의 생일 선물로도 종종 활용합니다. 녹차 추출물 100%로 만든 비건 토너와, 시어버터가 들어간 비건 립 버터가 대표 제품입니다. 이 두 제품이 워낙 좋아서, 곧 저희 플랫폼에서도 펀딩 판매를 할 계획이에요. 앞으로도 고품질이면서 제조 과정 역시 친환경적이어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싶지만 정보를 찾기 어려운 초심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지속가능한 브랜드 정보 봇 바로가기(링크) 

 

박수진 에디터: sujean.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