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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때문에 교수 해임한 것은 지나치다" 2심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일침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입니다"

자료 사진입니다. 
자료 사진입니다.  ⓒAndreyPopov

학생을 성희롱해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은 위법하다고 본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고 판단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고,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성희롱 소송 심리와 증거판단에 대한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다. 앞으로 성범죄 재판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대학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대구의 모 대학교에서 근무했던 A씨는 수업 중 질문하는 학생의 뒤에서 껴안는 듯한 자세로 지도하고, 학과 엠티(MT)에서 자는 학생의 볼에 뽀뽀를 하는 등 14건의 성희롱으로 지난 2015년 4월 해임됐다.

그는 연구실에 찾아온 학생들에게 ‘뽀뽀해 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 ‘남자 친구와 왜 사귀냐, 나랑 사귀자’ ‘나랑 손잡고 밥 먹으러 가고 데이트 가자’ 등의 말을 하고, 신체적 접촉을 하기도 했다.

해임된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에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심사위가 ”해임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각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저항하기 어려운 여학생들을 상대로 반복적·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했고, 피해자들은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며 ”성희롱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판결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2부(김용석 부장판사)은 ”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친밀하게 지내던 중 고의 없이 이뤄진 일이고, 대부분 피해자는 당시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가 3개월~1년 이상이 지난 후에 신고하게 됐다”며 “A씨에 대한 해임처분은 비위 정도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무거워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 학생이 과거 A교수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감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A교수가 피해 학생을 뒤에서 안는 자세로 수업한 것에 대해서도 ”비좁은 실습실에서 학생의 모니터 화면을 보기 위해 뒤편에 설 수밖에 없고, 키보드를 타이핑하며 불가피하게 학생의 옆이나 뒤에서 손을 뻗어야 하는 자세가 될 수 있다”며 해당 행동이 징계 사유로 타당하지 않다고도 판결했다.

대법원 
대법원  ⓒ뉴스1

그러나,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회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처해 있는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선 안 된다”며 ”이런 사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거나 성희롱 성립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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