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염증” 관련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대법원이 14일(현지시각) 밝혔다. 올해 87세인 긴즈버그는 인권과 여성 및 소수자 인권에 관한 진보적인 판결들로 진보 진영과 젊은층의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법원이 이날 낸 공식 자료에 따르면, 긴즈버그는 전날 밤 발열과 오한 증세를 보여 워싱턴DC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어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병원으로 옮겨졌고, 지난해 8월에 삽입됐던 담관 스텐트 세척 내시경 시술을 받았다.
법원은 ”평온하게” 안정을 취하고 있는 긴즈버그가 며칠 동안 병원에 더 머무르며 항생제 치료 등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5월 염증을 유발하는 담석 관련 비수술 치료를 받았으며, 병원에서 원격으로 진행된 구두 변론에 참여했다.
긴즈버그의 건강 상태는 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곤 한다. 미국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어서 사임(은퇴)하거나 사망하지 않는 한 교체되지 않는다. 이렇게 결원이 발생할 경우에만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할 수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년 반만에 벌써 두 명의 대법관을 지명하는 ‘행운’을 누렸다.
현역 대법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긴즈버그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물러나게 되면 트럼프는 세 번째 대법관을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반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고작 한 명을, 조지 H.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각각 8년 동안 두 명을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하게 될 경우 현재의 ‘보수 5 대 진보 4’ 구도는 한층 보수 쪽으로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심(3심)을 다루는 미국 최고(最高) 법원이자 한국의 헌법재판소 기능까지 담당하는 연방대법원이 보수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진보 진영이 긴즈버그를 향해 ‘제발 트럼프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건강하게 버텨달라’고 기도하는 배경이다.
빌 클린턴(민주당) 대통령의 지명으로 1993년 대법관에 취임한 긴즈버그는 임신중절(낙태)과 성차별, 소수자 인권 등에 관한 판결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다. 현역 대법관 중 두 번째로 오래 재임하고 있는 터라 9명의 대법관 중에서 ‘어른’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긴즈버그는 그동안 네 번이나 암 치료를 받았고, 2018년에는 낙상 사고를 당해 갈비뼈 세 개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당시 트위터에는 ‘내 갈비뼈라도 빼드리겠다’는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후속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폐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조기에 발견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긴즈버그는 평소 철저한 자기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