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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전화 재판 도중 '변기 물소리'가 등장했다. 범인은? 미스터리다.

정말 역사적인 재판이었다.

  • 허완
  • 입력 2020.05.07 15:17
  • 수정 2020.05.07 15:27
미국 연방대법원은 4일부터 2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화 변론을 개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길어지자 일부 재판을 전화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4일부터 2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화 변론을 개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길어지자 일부 재판을 전화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ASSOCIATED PRESS

로만 마르티네즈 변호사는 열띤 변론을 펼치는 중이었다. 재판은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존경하는 케이건 대법관님, 저는 그렇다고 보지 않습니다. FCC(연방통신위원회)가 9087쪽에 나오는 것처럼 2016년 행정명령에서 이 문제를 명확히 다뤘는데...”

6일 속개된 연방대법원의 이 재판(법무부 v. 미국정치컨설턴트협회)은 여러모로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2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방대법원은 이번주부터 전화로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때문이다. (게다가 9명의 대법관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연방대법원이 재판 생중계를 허용한 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재판정의 방청석에 들어가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설 필요 없이 누구나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오디오를 통해 재판을 지켜볼(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재판도 C-SPAN 등을 통해 오디오로 중계됐다. (영상 중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화 변론을 진행했고, 오디오 생중계도 허용했다. 누구나 방송과 온라인으로 재판을 방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31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화 변론을 진행했고, 오디오 생중계도 허용했다. 누구나 방송과 온라인으로 재판을 방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이 재판은 이번주들어 네 번째로 진행된 그런 역사적인 ‘전화 변론’이었다. 대법관들과 양측 변호인들은 각자 자택이나 사무실 등에서 전화상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원래 근엄한 법복을 입고 재판정에 등장하는 대법관들이 어떤 복장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날 재판에서는 1991년에 제정된 통신소비자보호법의 한 조항이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는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오갔다. 전화 변론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사건이 벌어진 건 미국정치컨설턴트협회의 변호인으로 나선 마르티네즈가 케이건 대법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을 때였다. 누가 들어도 양변기의 물을 내리는 소리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바로 그 소리가 누군가의 수화기를 타고 흘러들었다.

미국 연방대법원 구두 변론에서 나온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마르티네즈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은 변기를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방대법원 대변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시의 상황을 잘 안다는 한 관계자는 바이스(VICE)에 이렇게 말했다. 

”로만이 한 게 아니었다. 그는 변론을 하는 중이었지 않나. 그리고 그는 유선전화로 (참여)하고 있었다.” 

CNN은 누군가 자신의 발언이 끝난 뒤에도 수화기를 ‘뮤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고, 허프포스트US는 ‘네티즌 수사대’들의 다양한 추론을 소개했다.

설마.....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설마.....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Boston Globe via Getty Images

 

그 중에서는 불경스럽게도(!) 미국 진보 진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아이콘’과도 같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 대법관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도 있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전날 가벼운 급성담낭염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에서 전화 변론에 참여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공지된 바 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NYT)의 대니엘 캄포아모르 기자의 말이다.

솔직히 나는  RBG가 연방대법원 구두 변론 도중 병실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똥을 눴다고 생각하고 싶다. 2020년 씩이나 됐는데 (바로 앞서 전화 변론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우리가 무려 피임에 대한 보험 보장 문제를 놓고 또다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 상황이 딱 그렇기 때문이다. 완전 똥. RBG님, 그 변기 물을 내려줘요. 그들에게 알려주자고요.

 

문제의 사건 당시 언급된 FCC의 아지트 파이 위원장도 공식 입장을 냈다.

그는 누군가가 FCC를 비판하려는 뜻에서 하필 그 절묘한 타이밍에 변기의 물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분명히 하자면, FCC는 변호인이 “FCC가 밝힌 것은”이라고 말한 그 직후에 나온 변기 물내림이 우리 기관의 공식 결정에 관한 대법원이나, 대법관의 실질적인 판단을 나타낸 것이라고는 해석하지 않는다.

진실이 무엇이든, 정말 역사적인 재판이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재판 속기록에 포함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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