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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슈퍼 화요일' 경선 : 조 바이든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이유

바이든은 다양한 유권자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 허완
  • 입력 2020.03.04 18:12
  • 수정 2020.03.05 09:31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 조 바이든이 '슈퍼 화요일' 경선이 열린 3일 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며 단숨에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 2020년 3월3일.
2020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 조 바이든이 '슈퍼 화요일' 경선이 열린 3일 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며 단숨에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 2020년 3월3일. ⓒASSOCIATED PRESS

워싱턴 -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3일 ‘슈퍼 화요일’에 경선이 치러진 14개주에서 거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경쟁후보들은 바이든보다 훨씬 많은 선거자금을 투입했고, 바이든은 ‘미국의 소울을 회복하겠다’는 자신의 메시지를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현장 선거운동원들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바이든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후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던 게 불과 몇 주 전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지난 주말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의 압도적인 승리 이후 민주당 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잇따르면서 힘을 얻은 바이든은 텍사스,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오클라호마, 앨라배마 등 남부지역 주들을 휩쓸었다. 바이든은 선거운동을 전혀 벌이지 않았음에도 엘리자베스 워렌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에서도 승리했다. 바이든은 2016년 버니 샌더스가 차지했던 미네소타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곳이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는, 놀라울 만큼 급격한 변화다.

“48시간 동안 유권자들이 이렇게 돌아서는 건 35년 동안 목격한 적이 없다.”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대변인으로 일하는 데발 패트릭이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조 바이든은 경선 초반 극도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중도 성향의 경쟁 후보였던 피트 부티지지와 에이미 클로버샤의 하차와 지지선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의 압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은 경선 초반 극도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중도 성향의 경쟁 후보였던 피트 부티지지와 에이미 클로버샤의 하차와 지지선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의 압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FREDERIC J. BROWN via Getty Images

 

이날 밤 바이든의 가장 큰 성과는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가 펼쳐왔던 핵심 주장을 빼앗아 온 것일지도 모른다. 샌더스는 자신이 새로운 유권자들을 끌어들여 전체 투표자수를 늘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는 다인종 연합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바이든은 버지니아 북부나 미네소타 ‘트윈시티(미네아폴리스-세인트폴)’ 같은 스윙(swing) 지역과 교외 지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민주당이 2018년에 하원을 탈환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지역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바이든은 또 남부 노동계급 유권자들과 북부 고학력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모두 선전했다. 물론 바이든이 대선후보로 최종 지명된다면, 그건 상당 부분 흑인 유권자들 덕분일 것이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바이든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버지니아주에서는 투표 참가자수가 크게 늘어났다. 2016년 경선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바이든은 이 지역에서 두자릿수 격차로 승리를 거둔 사실을 언급하며 다른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야말로 더 많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적임자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혁명(revolution)을 말하는데, 우리는 운동(movement)을 시작했습니다.” 승리에 벅찬 표정의 바이든이 샌더스를 겨냥하며 말했다.

버니 샌더스의 선거 운동원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욕. 2020년 3월3일.
버니 샌더스의 선거 운동원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욕. 2020년 3월3일. ⓒRobert Nickelsberg via Getty Images

 

샌더스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버몬트에서 승리하고 유타, 콜로라도, 이날의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던 캘리포니아주에서 이겼지만 기대보다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그는 매사추세츠,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에서 승리하거나 접전을 펼칠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 지역에 매우 적은 자원 밖에 투입할 수 없었던 바이든이 네 곳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바이든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기 전만 하더라도 샌더스가 3월 중순에 이미 다른 후보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제는 바이든에 대해 똑같은 얘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건 미국 정치 역사상 최고의 컴백, 최고의 정치적 컴백 중 하나다.” 바이든의 선임 어드바이저 케이트 베딩필드가 CNN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날 경선에 대해 이제 남아있는 질문은 과연 샌더스가 캘리포니아에서 얼마나 많은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다. 캘리포니아는 개표가 느리기로 유명하다. 가장 많은 415명의 대의원이 걸려있는 이곳의 결과가 경선 레이스 판도를 다시 흔들 수도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버니 샌더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바이든에게 흐름을 내주게 됐다.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버니 샌더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바이든에게 흐름을 내주게 됐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샌더스는 특히 젊은층과 히스패닉 유권자들 덕분에 캘리포니아 승리가 유력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워렌과 - 수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미국령 사모아’ 단 하나만 가져온 - 블룸버그가 샌더스의 표를 분산시켜 결과적으로는 바이든이 일부 대의원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개표 결과가 늦으면 몇 주 뒤에나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바이든과 샌더스의 대의원 확보 경쟁은 다음주 치러질 경선(아이다호, 미시건, 미시시피, 미주리, 노스다코타, 워싱턴)에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늘 밤 통념의 유통기한은 매우 짧을 것이라고 본다.” 샌더스 캠프의 홍보 책임자 마이크 카스카가 말했다. 바이든의 이날 승리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면서다.

그러나 샌더스의 레이스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샌더스는 미시건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6년에도 고전했던 미시시피나 미주리, 조지아, 플로리다 등에서는 선두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 허프포스트US의 Joe Biden’s Super Tuesda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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