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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기대보다 위험 대비가 먼저다

안이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

  • 위성락
  • 입력 2018.03.12 11:40
  • 수정 2018.03.12 16:51
ⓒhuffpost

연초부터 급물살을 탄 평창 외교는 급기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귀결되었다. 북측이 남측의 대화 제의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호응한 것까지는 그렇다 해도, 남측의 북미 대화 권유에 북미 정상회담으로 답하고 이것을 미국이 수락한 것은 예상 밖의 진전이다. 

이제 우리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북핵 문제 해결에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큰 협상의 장은 해결 기회일 수도 있고 파국의 계기일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기회를 살려 비핵화와 평화의 결정적 전기를 추구하면서 부수되는 위험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선 안이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 유례없는 회담 형식이 생겼다 하여 수십 년 난마와 같이 얽힌 북핵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뉴스1

정작 중요한 것은 회담할 내용이다.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진전과 모호성이 혼재되어 있을 뿐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말한 것은 진전이다. 반면, 비핵화 협의를 하겠다는 말은 입장 변화인지, 미국이 비핵화를 제기하면 들어 보겠다는 뜻인지 불분명하다.

그간 북한은 핵을 갖고 대등한 입지에서 대화하겠다고 해왔고 미국은 이를 거부해 왔다. 그런데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트럼프는 북측 입장이 불분명함에도 전격 수락하였다. 결국 김정은은 약간의 내용을 양보하고 미국 대통령과 동렬에 서는 모양새를 얻었다.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정상회담부터 정해진 셈인데, 이것은 정상 수순이 아니다. 모험이다. 이제 제한된 시간 속에서 초치기 식 준비가 진행될 것이다. 미국은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것이고 추가 양보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만일 북한의 입장이 전과 같다면 회담은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열리게 된다. 위험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북한의 공작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두 정상회담을 열자고 해놓고 회담 별로 의제를 분리하여 운영하려 할 것이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다 보면 남북은 순항하고 북미는 난항할 수 있다. 우리 쪽에서 혹시라도 북미 대화가 이루어졌으니 남북 대화를 밀고 가도 된다고 보지 않아야 한다. 북한에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다른 한편, 북미 간 논의 과정에서 우리 어깨너머로 거래가 오갈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의 불가측성을 감안해야 한다. 평화체제나 주한미군 등 안보 논의를 잘 봐야 한다.

아울러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일본 요소도 관리해야 한다. 아베는 북미 정상회담 뉴스를 접하고 4월 방미를 급히 결정하였다. 한일 관계는 그렇지 않아도 악화일로인데, 이대로 가면 마지막 남은 공조 영역인 북핵에서도 대립할 소지가 있다. 우리로서는 일본도 안고 가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회담 준비 과정에서 맞닥뜨릴 난제들과 북한의 공작 의도 그리고 트럼프의 불가측성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공조가 튼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한미 조율은 개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우선 그간의 진행 양태는 한국이 한 방향으로 치고 나가고 미국은 추인하는 식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효율적이나 미국이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북한 신년사에 대한 우리의 즉각적 호응으로부터 북측 대표단 올림픽 참가, 특사 방북, 남북 정상회담 확정,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제안이 나온 과정은 급류였고 정해진 길이었다. 미국과 협의는 비교적 간략히 처리되는 느낌이었다. 미국은 급한 상황 전개에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한국의 입장을 대체로 배려해 주었다. 그러나 미국 내에 불만이 누적되고 있으니 지속 가능한지 의문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의 조율이 톱다운이라는 것이다. 미국 내 각 부서와의 계층별 협의 대신, 바로 트럼프의 공감을 얻는 방식이었다. 역시 효율적이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치고 나가고 톱다운으로 트럼프를 움직이는 접근은 한국식 결과 중심 기준으로 보면 잘하는 것이다. 그러나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식 가치와 다원화된 워싱턴의 정책 결정 구조를 감안하면 우려가 생긴다. 더욱이 미국 조야는 트럼프처럼 특이한 성격의 지도자에 대해서 톱다운을 하는 데 민감하다. 트럼프의 즉각적인 정상회담 수용에 대해서 정부 내 비판이 있다. 정치적 곤경에서 탈출하기 위해 회담을 수용했다는 의심도 있다.

그러니 미국과 실무급 협의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지금부터는 미국의 게임이고 그것은 미국 내 외교 안보 실무 조직이 주도하게 된다. 그리고 한미 조율 강화 작업은 한일 공조와 함께 갈 때 더 효과적이다.

지금의 기회는 갑자기 다가왔다. 위험요소에 잘 대처해야 한다. 잘못되면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

* 중앙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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