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0년 10월 13일 18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0월 14일 12시 01분 KST

설리는 떠났지만 설리의 말들은 여전히 여성들과 연대하고 있다

설리가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instagram/jelly_jilli
설리가 떠나기 약 2주 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설리.

2019년 10월14일. 설리가 떠났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설리가 떠난 뒤 사람들은 더욱 자주 설리를 생각하고, 설리를 이야기하고, 설리를 기억한다.

왜일까? 우리는 어쩌면 생전 설리로부터 위로를 받아왔을지 모른다. 설리는 다른 사람과 분명 달랐다. 말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눈치를 보며 입을 닫지 않았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항상 귀를 열었다.

특히 여성 인권을 높이는 목소리를 낼 때 스스럼없었다. 때로는 용감했다. 설리는 떠났지만 설리가 남긴 말들이 여성들에게 여전히 위로가 되는 이유다. 설리가 우리를 떠나기 전 했던 말들을 모아봤다.

  

1.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날, 모든 여성들은 환호했다.

설리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광스러운 날”이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개정안을 냈다. 만약 설리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2. ”브래지어는 액세서리 같은 것”

설리는 평소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노브라’ 차림을 당당히 드러냈다. 진행을 맡았던 ‘악플의 밤’에서 직접 노브라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브래지어는 액세서리 같은 것”이라며 ”편안해서 (브래지어)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착용하지 않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예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중은 노브라를 고수하는 설리를 향한 악플을 멈추지 않았다. 설리는 피하지 않고 맞섰다.

그는 ”(브래지어를 해야 한다는)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이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라는 말도 하고 싶었던 면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이들의 놀란 기색에도 당당히 소신을 밝히는 설리의 모습은 아래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여자가 여자를 돕는다(GIRLS SUPPORTING GIRLS)”

패션 아이콘이기도 했던 설리는 입는 옷마다 화제가 됐다. 

instagram/jelly_jilli
설리가 'GIRLS SUPPORTING GIRLS'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설리가 입은 빨간 티셔츠도 그중 하나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티셔츠였지만, 적힌 문구는 남달랐다.

“GIRLS SUPPORTING GIRLS”

‘여자가 여자를 돕는다’는 이 메시지에 여성들은 열광했다.

  

4. ”생리대(정혈대)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설리는 마지막까지 여성들을 위해 애썼다. 설리는 유기농 정혈대(생리대) 10만개를 기부할 계획을 세웠다. 금액으로는 5억원 상당이다. 이 사실은 설리가 세상을 떠나고 한 달 뒤에야 알려졌다.

설리가 출연했던 웹 예능 프로그램 ‘진리상점’ 제작진은 생전 설리와 함께 유기농 정혈대를 제작·판매하고 기부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진리상점
웹 예능 '진리상점'에 출연했던 설리.

설리가 떠나면서 이 계획은 멈춰버릴 뻔했지만, 제작진과 업체는 설리의 뜻을 잇고자 기부를 실행에 옮겼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3일 김포복지재단에 설리의 이름으로 정혈대(생리대) 1만5000개를 기부했다.

설리의 계획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진욱 진리상점 책임 프로듀서에 따르면 설리는 ‘정혈대(생리대) 전용 투명 파우치’ 제작에도 적극적이었다. 정혈대를 떳떳하게 들고 다니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설리가 ‘공항 패션’으로 정혈대 전용 투명 파우치를 선보이려던 계획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다음 전화번호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클릭)에서 우울 및 스트레스 척도를 자가진단 해볼 수 있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