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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학폭' 이슈 이어지는 가운데 학창시절 트라우마 호소하는 성인 상담도 늘고 있다

어린 시절 '학폭' 피해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끔찍한 상처다

  • 이인혜
  • 입력 2021.02.24 09:23
  • 수정 2021.02.24 09:24
학교 (자료 사진) 
학교 (자료 사진)  ⓒsmolaw11 via Getty Images

 

지금은 유명인이 된 이에게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이들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10~20년 전 겪은 학교폭력에 대한 성인들의 피해 상담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학교폭력 예방·피해지원 단체들과 법조계 설명을 종합하면, 과거 학창 시절에 겪은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지원과 법적 처벌 가능 여부를 궁금해하는 상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피해지원 단체인 푸른나무재단은 “최근 10~20년 전 당했던 학교폭력에 대한 성인들의 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 전체 상담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학생들이 현재 겪는 학교폭력 상담 건수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상담 문의를 하는 이들은 과거에 겪은 학교폭력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탁은영 푸른나무재단 담당은 “학교폭력 트라우마는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련의 사태가 트리거(트라우마를 재경험하게 만드는 자극)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신준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최근 들어 ‘과거에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는데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졸업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학교 근처나 가해자의 집 근처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학창 시절 다른 친구와도 연락하지 않는 등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과거에 일어난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1호’ 인증을 받은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최근 과거에 겪은 학교폭력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지 궁금해하는 성인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특수폭행 등 학교폭력과 관련된 죄명은 공소시효가 길어야 7년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 입증과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처벌이 어려우니 ‘사회적 처벌’이라도 기대하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계기로 이제라도 학교폭력을 막고 사건 발생 때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형윤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 학교폭력을 폭로하거나 상담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은 당시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피해자가 학교폭력을 겪을 당시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통이 커지고 사회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성장기에 학교폭력을 겪으면 그 트라우마가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다”며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어난 뒤에는 단호한 처벌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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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학교폭력 #학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