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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같은데, 남자 좋아하냐" 배우 박하선이 젠더감수성이 결여된 실언을 했다

하선 언니, 이러지 마.....

배우 박하선, 민진웅
배우 박하선, 민진웅 ⓒ뉴스1/tvN

배우 박하선이 실언을 했다. 

박하선은 12월 28일 방송된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에 게스트로 나온 배우 민진웅에게 ”여자 같은데 여자 좋아하냐, 남자 좋아하냐. 여자 좋아하는 거 알고 있는데”라는 농담을 건넸다. 민진웅과 tvN ‘혼술남녀’에서 호흡을 맞워 친분이 두터운 데다 민진웅의 다정다감한 성격을 칭찬하면서 나온 말이었지만, 세 가지 면에서 경솔한 발언이었다. 

첫 번째는 남성에게 ”여자 같다”는 표현으로 성별고정관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여성이라면 다정다감하고 상냥해야 한다거나 남성이라면 씩씩하고 용감해야 한다는 인식은 오래된 성별고정관념이자 남성 여성을 모두 옭아매 온 편견이다. 여성도 씩씩하고 용감할 수 있으며, 남성도 다정다감하고 여릴 수 있다. 그러나 ‘여성스러운 것‘과 ‘남자다운 것‘을 구분하는 성별고정관념 탓에 그간 우리는 여성이 씩씩하면 ‘드세다‘, 남성이 여리면 ‘계집애 같다’는 식의 비난이나 공격을 감수해야 했다.

배우 박하선, 민진웅
배우 박하선, 민진웅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

두 번째는 이성애자 중심의 농담을 하면서 동성애자를 희화화했다는 점이다. 평소 젠더감수성이 뛰어난 편으로 알려진 박하선이지만, 이번에 뱉은 말은 실수였다. ”여자 같은데, 여자 좋아하냐 남자 좋아하냐”는 말에는 남성 동성애자, 즉 게이들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이 담겼다. 게이들을 이른바 ‘여성스러운’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은 성별고정관념만큼이나 오래된 편견이다. ‘여성스러운 남성’은 미디어에서 게이를 희화화할 때 손쉽게 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배우 민진웅, 박하선
배우 민진웅, 박하선 ⓒtvN 혼술남녀

세 번째는 ”여자 좋아하냐, 남자 좋아하냐”는 질문이 성적 지향을 아우팅(비자발적 커밍아웃) 할 수 있는 위험한 질문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실제로 민진웅이 남성을 좋아하는 남성이었다면 어땠을까. 박하선은 그와 너무 친하고 그가 이성애자임을 알았기에 농담이랍시고 한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성소수자가 저런 질문을 일상적으로 받으면서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소수자일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거짓말 또는 아우팅 중 하나를 강요하게끔 만드는 질문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 

편견과 차별을 담은 농담은 결코 농담일 수 없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다. 죽으라고 한 말에 웃어보려 애쓸 뿐이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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