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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허용된다'는 기사는 절반만 사실이다

  • 허완
  • 입력 2016.05.16 14:53

최근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허용되는 법이 통과됐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다. 유출되고 유출되고 또 유출되어 온 주민번호를 이제 바꿀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무늬만 바꿀 수 있게 하는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번호를 바꿔도 바꾸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11일 이른바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법'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겼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지 못하게 하는 건 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1968년 11월21일. 각 신문들은 이날부터 전국민주민등록증 발급이 시작됐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1호로 발급받았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한겨레/국가기록원

이 개정안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상에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등'과 성폭력·성매매 및 가정폭력 관련 피해자들만 주민번호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설령 이들이 주민번호를 바꾼다 하더라도 생년월일(주민번호 앞 6자리)과 성별(뒷 부분 첫째 자리) 같은 개인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여전히 그대로 남게 된다. 몇 자리만 바뀌는 것이다.

2년 전 채널A의 보도처럼, 생년월일과 성별, 출생지 같은 간단한 개인정보만 있으면 남의 주민번호를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번호를 바꿔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무작위 번호'를 매기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신용카드 번호에 이용자의 생년월일이나 성별 같은 개인정보가 담기지 않는 것처럼, 주민번호도 그렇게 하자는 것.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그저 '장기 과제로 계속 논의한다'고 했을 뿐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등은 16일 낸 의견서에서 "(이번 개정안은) 유출에 따른 피해를 줄이라는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해외 사례 검토, 국민적 합의를 거쳐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5문5답] 주민번호 유출, 이젠 놀랍지도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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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라이버시 #국회 #주민등록번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