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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가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미리 알았다는 강력한 증거는 이미 4년 전에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6.05.16 08:24
  • 수정 2016.05.16 10:56
Protestors who claim that a sterilising hygiene product made by Reckitt Benckiser has led to deaths in South Korea, demonstrate ahead of the company's annual general meeting in London, Britain May 5, 2016. REUTERS/Toby Melville
Protestors who claim that a sterilising hygiene product made by Reckitt Benckiser has led to deaths in South Korea, demonstrate ahead of the company's annual general meeting in London, Britain May 5, 2016. REUTERS/Toby Melville ⓒReuters Photographer / Reuters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해왔다는 사실이 이미 4년 전에 드러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좀 더 일찍 이뤄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래 문서를 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8월에 공개한 '(주)옥시레킷벤키저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건'이라는 문서다. (다운로드)

20120831_옥시레킷벤키저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건 by WanHeö

여기에서 주목해서 봐야할 부분은 10~11쪽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문구다.

"아울러 피심인 회사*가 이 사건 제품의 원료에 대한 MSDS의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나 원료 공급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피심인 회사에게 MSDS 등과 같은 이 사건 제품의 원료에 대한 정보가 이미 제공되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옥시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판매하면서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홍보했다. 공정위는 이게 허위, 과장광고라고 결론 내리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과징금 5100만원도 부과하고 옥시를 검찰에 고발했다.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옥시가 PHMG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옥시가 원료 공급업체 등으로부터 MSDS를 제출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 MSDS는 화학물질을 거래할 때 첨부하도록 되어있는 자료로, 해당 물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13일 오전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대형마트들의 옥시제품 판매 즉각중단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조사에 참여한 공정위 관계자는 ▲PHMG 제조업체인 SK케미칼 ▲원료 도매상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위탁 제조한 한빛화학 ▲옥시 순서로 단계마다 MSDS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SDS에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기록이 있는데, 옥시가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실제로 옥시가 MSDS 자료를 갖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옥시는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에 대비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치의 MSDS를 통째로 폐기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5월16일)

이런 사실은 지난해 2월 대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됐다. 공정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면 옥시가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이 결국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것.

종합하면, 옥시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했다는 증거가 이미 4년 전에 공정위 조사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올해 초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공식 발표가 지난해 8월에야 나왔기 때문에 그 이전에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검찰이 왜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 관계자를 처벌했다면 논란이 이토록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5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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