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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회장 일가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적발됐다

ⓒGetty Images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정은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주다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됐다.

지난해 2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첫 제재 사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일가까지 사법 처리(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 4개 회사에 과징금 12억8천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도 고발당했다.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매제(妹弟)가 보유한 회사를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증권은 지점에서 쓰는 복합기를 임차할 때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HST를 거래 단계에 끼워넣어 '통행세'를 줬다. 컴퓨터와 주변기기 유지보수 회사인 HST는 현 회장 동생인 현지선씨가 지분 10%를, 현지선씨 남편 변찬중씨가 80%를 보유한 회사다.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거래를 하면 복합기 한 대당 월 16만8천300원의 임차료를 내면 되는데, 굳이 HST를 거쳐 복합기를 빌려 쓰면서 월 18만7천원을 냈다. HST는 가만히 앉아 거래수수료 10%를 거둬들인 셈이다. HST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이 적용된 작년 2월부터 10개월간 4억6천만원 수준이다.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변찬중 씨(40%)와 그의 두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택배운송장납품업체 쓰리비에 일감을 밀어줬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 기간이 1년 정도 남았는데도 이를 해지하고 택배운송장 사업에 처음 뛰어든 쓰리비와 계약을 맺었다. 택배운송장은 택배물품의 발송인, 수취인 등의 정보를 기재해 화물 행선지를 명확히 하고 거래내용을 입증하는 자료다. 공급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경쟁 택배운송장 회사가 한 장당 30원대 후반∼40원대 초반에 운송장을 공급하는데도 현대로지스틱스는 쓰리비에서 55∼60원을 주고 운송장을 샀다. 운송장을 12%에서 최대 45%까지 비싸게 산 것이다. 쓰리비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는 2011∼2014년 56억2천500만원에 달하며, 총수일가는 부당이득 14억원을 올릴 수 있었다. 현대그룹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준 덕분에 쓰리비의 마진율(28%)은 다른 택배운송장 구매대행업체(0∼14%)보다 크게 높아졌다.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HST에 각각 과징금 4천3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로지스틱에 11억2천200만원, 쓰리비에는 7억7천만원을 부과했다.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 총수일가 보유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규모가 커서 검찰 고발도 당했다. 현정은 회장 개인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현 회장이 직접 사익 편취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제재할 수 있는데, 그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회사 임원이 부당행위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이 된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이제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경영난을 겪어온 현대그룹이 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는 2014년 7월 롯데그룹에, 현대증권은 지난달 KB금융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일감 몰아주기'는 두 회사가 현대그룹 소속일 때 일어난 일이다.

공정위는 현대그룹 외에도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4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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