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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커피, 얼음만 보이고 노동은 안 보이나

서비스업의 본질은 원가가 아니라 부가가치에 있다. 원가에 사람의 노동력을 담고 거기에 부가적 가치를 더한다. 따라서 서비스업은 원가를 따지는 순간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다. 애초에 이 아이스커피의 원가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양'이다. '양'이 가치판단 기준이기에 '양이 적은 걸 보니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이 적어도 들어가는 노동력과 비용은 동일하다. 왜 양이란 기준으로 남의 노동력과 거기에 포함된 부가가치를 절하하려 하는 건가?

  • 김영준
  • 입력 2016.05.13 12:50
  • 수정 2017.05.14 14:12
ⓒGettyimage/이매진스

한국의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은 까닭

우연히 <논란의 스타벅스 '얼음!', 저희가 빼봤습니다 | 아이스 커피 속 얼음은 얼마나 될까요?> 기사를 보았다.

카드 뉴스 식으로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쉽게 다루는 게 스브스뉴스인데 하필 내 눈에 거슬린 게 저 '논란의 스타벅스 얼음'이라는 내용이다.

이런 글을 일컬어 '선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스브스뉴스의 이 기사는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소비자 입장인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아이스커피에서 얼음을 빼고 뜨거운 커피와 비교하는 것이나 얼음값으로 1300원을 지불하고 있다는 말이나 뒷부분에서 '미심쩍다, 믿을 수 없다'라고 하는 내용은 결국 이걸 읽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려는 심산이다.

앞에서 기껏 이렇게 선동해놓고 뒤에 가서는 '문제 없습니다'로 결론을 내리고 '저희 스브스 뉴스는 소비자의 편에 서 있습니다'라고 마무리를 짓는 것은 너무 비열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전개는 '아니면 말고'인데 이런 건 황색 언론이나 할 만한 것이다. 소비자의 편이란 명분을 내세워 저렇게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내용으로 선동을 하는 건 부당하다.

그리고 말 나온김에 왜 매년 이 시기만 되면 커피 얘기가 나오고 '원가 대비 비싼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언론에서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서비스업의 본질은 원가가 아니라 부가가치에 있다. 원가에 사람의 노동력을 담고 거기에 부가적 가치를 더한다. 따라서 서비스업은 원가를 따지는 순간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다. 서비스업이 발달하고 서비스업 생산력이 높아지려면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애초에 이 아이스커피의 원가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양'이다. '양'이 가치판단 기준이기에 '양이 적은 걸 보니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빈곤한 가치판단기준인지는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양이 적어도 들어가는 노동력과 비용은 동일하다. 왜 양이란 기준으로 남의 노동력과 거기에 포함된 부가가치를 절하하려 하는 건가?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하나 같이 사람의 노동력이 들어가는 서비스의 가치를 비싸게 치고 있다. 거기에 들어가는 그 사람의 노동력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타당하게 지불하겠다, 라는 마인드가 깔려있다. 이러다 보니 그쪽의 서비스업이 만들어내는 아웃풋의 가치도 점점 따라 높아진다.

서구 선진국에서 시작된 DIY가 그러하다. 내가 직접 만드는 게 뭐 대단한 게 아니라 전문적인 노동과 서비스의 힘을 빌리자면 너무 비싸서 그보다 한참 허접하지만 내가 대충 만든 걸로 만족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일단 얕잡아본다. 해마다 나오는 커피의 원가 논란부터가 그렇다. 다들 잘 모르면서 전문가인양 행세하고 "내가 딱 보니 그거 얼마 안 나오겠네"라고 얘기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게 딱 이거다. 온 국민이 모든 분야에서 고나리질을 해대며 내가 하는 노동은 고평가하지만 남의 노동은 가차 없이 깎아댄다.

그렇게 원가와 '양'을 외치면서 남의 노동을 후려치는데 서비스의 퀄리티가 유지될 수 있겠나? 그러다 보니 깎아대는 만큼 서비스의 퀄리티도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국의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은 건 이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노동과 타인의 서비스, 타인의 결과물을 이렇게 후려쳐가며 깎기에 바쁘니 내 노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일은 참으로 요원하다.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서비스를 제공해도 원가와 양을 이야기하며 그것을 거부하니 어떻게 생산성이 높을 수가 있으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오늘날의 헬조선 형성에 다들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임 1.

특히나 언론에서 커피를 공격하는 것은 정말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언론 또한 서비스업이 아니던가? 무형의 부가가치를 가진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커피라는 서비스업에 대해 원가를 따지고 논한다는 건 무슨 정신일까 싶다. 엘리트라는 마음가짐으로 선을 긋고 내려다 보는 것인지? 베블런은 이런 '고상한 무언가'를 하는 집단이 생산 계급을 내려다보는 것을 '유한계급론'을 통해 아주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덧붙임 2.

양을 가치판단 기준의 핵심으로 두고 있는 이러한 풍조에선 내수 발전이란 답이 없다. 핵심은 부가가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 거기서 서비스업이 성장을 하고 소득이 증가할 수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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