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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옥시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 2가지

  • 박세회
  • 입력 2016.05.13 11:59
  • 수정 2016.05.13 13:04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신현우(68) 전 대표를 두고 검찰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걸까.

신현우 대표는 지난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에 응해 검찰에 출석한 바 있다. 연합뉴스의 5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신현우 대표는 "남은 여생 참회하고 유가족분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평생 봉사하는 인생을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일 뒤에 다른 보도가 나왔다. 뉴시스는 5월12일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9일에 포토라인 앞에서 사과한 뒤 자신의 변호사에게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이 보도가 퍼지자 신 씨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모두가 신 씨를 '파렴치한'이라며 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전에 누가 이런 얘기를 흘렸는지, 왜 흘렸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뉴시스는 신 전 대표가 기자들로부터 벗어나자마나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것을 '가까이 있던 검찰 직원'이 듣고 중간 간부에게 보고했으며, 해당 내용이 수뇌부에도 전달되었다고 '검찰 관계자'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 검찰 관계자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해당 보도가 있기 전 날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해자인 신 전 대표 등 4명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쉽게 얘기하면 판사에게 '가둬 놓고 수사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재판부는 '영장실질심사'라는 걸 열어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가둬놓고 수사할 건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구속 수사와 불구속 수사는 천지 차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당연히 신 전 대표 측의 변호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 수사는 필요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 오늘(13일) 밤에 결정되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유도하기 위해, 여론으로 재판부의 결정을 압박하기 위해 언론를 사용했다는 고 의심해 볼 필요도 있다.

신 전 대표가 '내 연기 어땠냐'는 발언을 했느냐 안 했느냐보다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더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눈 돌리기 속임수?

검찰 언론 플레이의 두 번째 정황증거는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를 가지고 뒷북이라고 욕을 먹던 그 상황 자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와 여론의 파도를 처음 탔을 때 국민은 옥시보다 검찰을 위시한 정부에 더 분노를 터뜨렸다.

폴리뉴스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조사가 5년이 지나서야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한 책임을 묻자 ‘정부’가 가장 크다는 의견이 49.3%에 이르렀다. '옥시'에 책임을 돌린 사람은 24.0%에 불과했다.

검찰의 뒷북으로 초점이 맞춰진 상황으로, 언론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아래는 한국일보의 보도다.

보건당국은 2011년 역학조사를 벌여 “가습기 살균제가 피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중략)....2012년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검사 한 명에게 사건을 배당한 후 경찰을 통한 수사 지휘에 그쳤다. 2013년에는 정부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시켰다. -한국일보 (4월 25일)

이런 상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언론을 통해 옥시 대표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검찰이 흘린 말을 보도한 상황에도 문제는 있다.

1. 직접 들은 것도 직접 들은 사람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최초 보도는 신 대표의 발언에 대한 제대로 된 녹취록도 없고, 직접 들은 사람에게 전해 들은 것도 아니고, 전해 들은 후에 확인 절차를 거친 것도 아니다. '가까이 있던 검찰 직원'과의 통화를 통한 팩트 체크도 없었다. 알다시피 '전언'은 법정에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으며 언론에서도 웬만해서는 낱장 광고로만 취급한다. 게다가 이 발언은 전언의 전언의 전언이다.

기자들로부터 벗어나자마자 동행하고 있던 자신의 변호인을 바라보며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태연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신 전 대표가 조사실로 이동하면서 이 말을 할 당시 가까이 있던 검찰 직원이 이를 듣고 중간 간부에게 보고했고, 이영렬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에도 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5월 12일)

2.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최초 보도는 검찰 관계자가 "신 전 대표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말을 처음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향해 했던 사과가 전부 가식이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어이없어했다며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신 전 대표 측에는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5월12일 보도에 따르면 신 전 대표 측 김승식 변호사는 "신 전 대표는 내게 '내가 한 얘기 중에 잘못된 점은 없었느냐. 실수는 없었느냐'라고 물었다. 저는 '잘하셨다. 사과한 것도 잘 하신 것'이라고 답했다"면서 "중대한 조사를 받으러 가는 사람이 검찰 수사관을 옆에 두고 '내 연기 어때?'라고 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5월 12일

한편, 신현우 전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의 결과는 오늘 밤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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