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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가 아니고 공적자금 투입이다

한국의 정책금리는 1.5%로 제로금리까지는 아직 상당한 여유가 있어 양적완화라는 말을 쓸 때가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금리 수준이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높은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어떤 말의 앞에 '한국적'또는 '한국판'이라 붙은 것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대부분 정상적이지 않았다.

  • 정대영
  • 입력 2016.05.13 07:38
  • 수정 2017.05.14 14:12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양적완화와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경제용어가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정부와 여· 야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크게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양적완화와 기업 구조조정은 거의 관계가 없는데도 정부는 이 둘을 왜 꼭 끼워서 이야기할까? 정부 당국자들이 경제에 문외한이 아니라면 문제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 이외에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국민들이 양적완화와 구조조정까지 잘 알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상황이다.

먼저 양적완화는 정책금리가 제로수준까지 낮아졌는데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채권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돈의 공급하는 정책이다. 일본은 양적완화를 2001년 3월 세계 최초로 실시해 지금까지 수없이 해왔으며 최근에는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미국은 2008년 11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실시하였고,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자 2014년에 들어 단계적으로 축소하였다. 그리고 2015년 12월에는 금리 0.25%p 올려 제로금리에서도 벗어났다.

한국의 정책금리는 1.5%로 제로금리까지는 아직 상당한 여유가 있어 양적완화라는 말을 쓸 때가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금리 수준이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높은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어떤 말의 앞에 '한국적' 또는 '한국판'이라 붙은 것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대부분 정상적이지 않았다.

다음은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해운과 조선업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알아보자. 기업은 경영실적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고 부실화될 수도 있다. 기업이 부실화 되면 채권은행이 기업을 정리해 빌려준 돈을 회수하고 회수하지 못한 부분은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다. 부실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수가 많아 채권은행이 스스로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감독당국이 개입을 하게 된다. 이때 부실대출에 따른 은행의 손실이 너무 커 은행도 부실해지면, 감독당국은 은행을 정리하거나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은행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이라 한다. 구조조정은 국민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또는 적기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잘못된 것은 무엇일까? 구조조정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고 너무 늦게 이루어져 국민경제의 손실과 피해가 키웠다는 것이다. 2013~2014년부터 관련 기업의 수익이 크게 악화되었고, 2015년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2015년 하반기에는 수출입은행 등 주채권은행의 자본적정성까지 문제될 정도로 이들 기업의 부실문제는 세상에 다 알려졌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은 이루어지지 않다가 총선이 여소야대로 끝나자 갑자기 불거져 나왔다.

이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하고, 당연히 자본이 취약한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자본확충도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확충은 법에 따라 정부예산, 한국은행 발권력, 특별기금 등을 통해 투명하게 하면 된다. 자본확충의 재원이 무엇이든 최종적으로 국민의 부담과 연결되면, 이것은 양적완화가 아니고 공적자금 투입이다. 민간은행이건 국책은행이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경우에는 과거 기업 및 금융의 구조조정 사례를 볼 때 다음과 같은 손실과 고통의 분담, 그리고 책임규명이 꼭 필요하다.

첫째는 부실기업의 경영층과 대주주의 경영실패에 따른 손실과 책임 부담을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실히 하는 것이다. 둘째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정보력이 뛰어난 금융위원회가 다 들어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뒤늦게 해 공적자금 부담을 늘린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셋째는 주채권 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위험관리 실패, 부실기업과의 유착, 방만한 경영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두 은행의 경영층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이들의 고액연봉, 호화 해외출장 비용 등을 국민의 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이 된다. 구조조정이 늦어 소를 많이 잃었다. 외양간 고칠 생각이라도 해야 또 소를 잃지 않는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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