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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가 안 되는 아이가 있다고?

출생신고는 너무나 당연해서 출생신고 되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례들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2016년 한국사회에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들이 존재한다고. 인터넷을 통해 신생아가 거래되고, 불법 입양되고, 한 부모 아래에서 다섯 아이가 출생신고 되지 않아 초등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모두 아이들이 출생신고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Gettyimage/이매진스

유기와 매매 없는 영유아들이 안전한 사회, 어떻게 이루어갈 수 있을까

싱글맘의 날을 아시나요?

5월 11일, 달력을 보니 '입양의 날'이라는데 국회에서는 '싱글맘의 날'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입양의 날에 싱글맘의 날 행사가 개최되는 연유는 무엇일까요? 국내외 입양되는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 가정 출신입니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은 높고, 양육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터무니없이 낮은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6년 전,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개선하고자 입양인 단체와 미혼모 단체가 함께 나서 정부의 입양의 날 행사에 대항해 싱글맘의 날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유기와 매매 없는 영유아들이 안전한 사회, 어떻게 이루어갈 수 있을까'라는 제목 아래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과 '양육비이행방안 확보 방안'에 대한 세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갖는"다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2012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를 향해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바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입니다.

출생신고가 안 되는 아이가 있다고?

출생신고는 너무나 당연해서 출생신고 되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례들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2016년 한국사회에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이들이 존재한다고. 인터넷을 통해 신생아가 거래되고, 불법 입양되고, 한 부모 아래에서 다섯 아이가 출생신고 되지 않아 초등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모두 아이들이 출생신고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안 할 땐

우리나라는 출생신고를 부모에게 일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의무자인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아이를 출산한 의료기관에 직접 출생신고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해야 합니다(출생자동등록제도). 또는 의료기관이 공공기관에 출생사실을 통보하게 해서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합니다(출생통보제도). 최소한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통지하도록 한다면, 지자체에서 부모가 출생신고 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가 기간 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때에는 지자체가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 출생신고에서 누락되는 아이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미혼모의 인권이 침해된다고?

출생자동등록제도 또는 출생통보제도가 도입될 경우 미혼모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출산 사실을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아 출생신고를 꺼리는 미혼모가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기피하게 돼 결국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정부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2016. 4. 2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본적인 정보만 담긴 '일반 증명서'가 원칙적으로 통용되고, 전체 정보가 기재된 '상세증명서'는 특별한 경우로 발급과 제출이 제한됩니다. '일반' 증명서에는 '현재'의 '혼인 중'의 자녀만 기재됩니다. 따라서 '전혼' 관계에서 출산한 자녀나 '혼인 외'의 자녀는 '일반' 증명서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부터 미혼모와 그 자녀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10년 사이의 변화

2007년 폐지된 호적법을 대체해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될 당시에 많은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증명서에 너무 많은 개인 정보가 담겨 있어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특히 이혼이나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심하므로 더욱 우려했습니다. 이런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대해 당시 정부는 개인의 정보 은폐를 도울 수는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후 정부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취지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 사이 미혼모의 인권에 관해 사회적으로 많이 공론화된 결과입니다. 아동 인권에 대해, 미혼모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2016년 5월 30일에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보편적 출생등록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은 커집니다. 함께 힘 보태주세요!

글_소라미 변호사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블로그에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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