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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는 '몇몇' 언론들

  • 원성윤
  • 입력 2016.05.12 07:49
  • 수정 2016.05.12 09:38

5월12일자, 오늘자 조선일보에는 '한우'와 '굴비'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바로 '김영란법'에서 정한 5만원 선물 한정 규정 때문에 농업, 축산업, 수산 분야 생산자와 판매자들이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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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날 보도에서 "한우 농가 8000억원의 활로가 막혔다"며 "난, 화환, 인삼 농가 등도 '산업자체를 없애려 하나'"고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경기도 과천에서 10년째 난(蘭)을 팔고 있는 장 모 씨를 인터뷰 한 내용에 따르면 자뭇 심각해 보인다.

"재작년 세월호, 작년 메르스를 거치면서 3년 전보다 벌이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이제는 아예 난 산업 자체를 없애려고 한다"며 푸념했다. 난은 판매량의 80~90%가 선물용이고, 가격이 10만원 안팎이다. 그래서 5만원 상한을 걸어놓으면 판매가 올스톱될 수도 있다는 게 장씨 주장이다. (조선일보, 5월12일)

조선일보 3면.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감성적 터치'도 선보였다. 조선일보 5월12일 3면 기사에서 "굴비 2마리, 사과 7개를 선물하겠나"며 "야속한 법"이라며 법에 감상적인 심상을 보탰다. '5만원 이상 선물금지' 규정에 따르면 8만원짜리 사과 12개 선물세트가 7개로 줄이고, 14만원짜리 수삼 9뿌리는 4뿌리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갸우뚱해지는 것은 '뇌물'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 때문에 내수가 '다 죽는다'는 논리라면 정상적인 사회라는 점일까 하는 점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5월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와 여당에서 소비위축을 우려해 농수축산물 등의 선물 규제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한데 대해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지나친 고액 선물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경제가 위축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뇌물공화국이란 말과 다름 없다"면서 "국가경제의 심대한 지장을 줄 정도라면 오히려 강력하게 금품수수라든가 고액 선물을 하는 걸 단속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조선일보' 뿐만은 아니다. 경제지들 역시 이 법의 통과를 놓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5월10일자 1면 기사에서 '30,000원법'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인간관계 꽁꽁 얼릴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 역시 5월10일 사설에서 "김영란법 시행령까지 나왔는데 헌재는 뭐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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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JTBC가 보도한 국민권익위원회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선물 수요는 "많아야 0.86% 정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일보 이희정 디지털부문장은 칼럼에서 20년 전 대검찰청 고위간부가 '미풍양속'을 들먹였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적었다.

20여 년 전 일이다. 취재차 만난 대검 고위간부가 대뜸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검찰이 뇌물 사건 처리에 골몰하던 때였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해도 봐주기 수사란 비난이 쏟아져 곤혹스럽단 토로 끝에 한 말이다. "오고가는 정이란 게 있지 않나. 이러다 명절에 아파트 경비한테 고맙다고 주는 떡값까지 사라질 판이다." 농담이지만 궤변이 심하다 싶어 한마디하자 그는 민망한 듯 둘러댔다. "이 기자랑은 밥 한끼도 편히 못 먹겠구먼. 미풍양속 사라진 거 맞네, 허허."

(중략)

냉정하게 따져 보자. 반부패법 시행만으로 농수축산가가 다 망하고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국가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면 과연 그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한국일보 칼럼, 5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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