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SBS 8뉴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가 제작한 사진 편집 앱 '싸이메라’의 도용논란에 관해 보도했다. “싸이메라가 최근 출시한 필터 가운데 상당수가 스타트업 기업이 내놓은 필터 앱을 무단으로 베낀 거란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싸이메라’가 다른 필터 어플을 무단으로 베꼈다고 주장한 이는 사진 필터 유료앱 ‘아날로그 필름’ 시리즈를 만든 오디너리팩토리 장두원 대표다. 그는 지난 5월 4일,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글과 사진을 올렸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메라에서 아날로그 파리 필터를 그대로 베꼈습니다. 아니, 그대로 갖다 쓴건가요? 대기업이면 그래도 되는건가요?
대체 이 필터가 그대로 갖다 쓴 게 아니라고 생각이 되시나요? pic.twitter.com/NCACkEF5eB
— W (@botongnal) May 4, 2016
또한 그는 ‘싸이메라’가 ‘아날로그 필터’의 설명과 결과물이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메라에서 오늘 출시한 필터 설명에 Paris, 아날로그, French 등의 단어가 사용되었고, 필터를 적용한 결과물이 똑같습니다. 아날로그 파리를 갖다 쓴 게 아니라고요? pic.twitter.com/fpqWOtS3qX
— W (@botongnal) 4 May 2016
뿐만 아니라 “싸이메라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공식 계정에서 “아날로그 무료 필터”라는 문구로 홍보를 했었다”고 밝혔다.
싸이메라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공식 계정에서 “아날로그 무료 필터”라는 문구로 홍보를 했었군요. 필터는 아날로그 필름 필터를 그대로 가져다 썼구요. 도둑질도 모자라서 홍보까지… SK컴즈는 왜 이런짓을 하나요? pic.twitter.com/Hk83aihfaV
— W (@botongnal) 4 May 2016
장두원 대표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중에는 확인을 해볼수록 하나하나 베낀 게 너무 명확해서 갈수록 화가 났지만…대기업을 상대로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이에 대해 SK컴즈 관계자는 “비슷한 류의 효과를 내는 필터들은 카메라앱 시장에 매우 많다. 독창적 창작의 인정범위가 모호해지는 시장상황이고 또 필터류는 간단한 설정으로 제작이 가능하므로 동업자 의식을 공유하며 케어하고 경쟁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유사한 필터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생긴 부분에 대해 회사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또한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내부적 검토를 충분히 거친 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장두원 대표는 5월 10일, 트위터를 통해 “내가 아날로그 필터 복제로 분노하는 이유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게 된 노력이, 이야기가, 너무나도 쉽게 지워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내용에 따르면 그는 “몇 달전까지 대학생”이었고, “다이어리 앱을 만들면서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한다. 아래는 장두원 대표가 트위터에 남긴 아내와의 이야기다.
어느 날이었다. 지금의 아내에게 먹먹한 마음으로 물었다. 앱 만드는 것을 그만두고, 어서 졸업해서 취직을 할까, 물었다. 나는 돈이 너무 없어서 내 미래가 저당잡히는 것은 괜찮지만, 우리의 미래를 저당잡힐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물었다.
— W (@botongnal) 9 May 2016
하지만 지금의 아내는 아니라며, 괜찮다며, 내가 앱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때 당시의 내 목소리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목소리였다고 했다.
— W (@botongnal) 9 May 2016
당시 내가 살고 있던 곳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던 원룸이었다. 바람도 잘 통하지 않아 빨래가 거의 마르지 않았다. 빛이 너무 고파서 창가에 은박지를 덧대고 살았다. 그러면 하루 중 정말 잠깐동안은 빛이 들어왔다. 나는 그런 곳에서 앱을 만들었다.
— W (@botongnal) 9 May 2016
나의 아내는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을 하고나니 내 통장이는 삼백만원도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그 원룸에서 시작했다. 나는 아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없었다.
— W (@botongnal) 9 May 2016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아날로그 필름 도시 시리즈였다. 나는 그저 앱을 만들 수 있었으니, 아내와 찍은 사진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느낌의 필터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 W (@botongnal) 9 May 2016
아날로그 웨딩 앱은 가난한 우리의, 결혼 사진을 예쁘게 보정하기 위해서였다. 모두가 비싼 웨딩 촬영을 할 수는 없으니까, 만들었다. 그래서 아날로그 웨딩 앱 스크린샷에는 아내가 있고, 샘플 사진에는 결혼 반지와 아내가 좋아하는 작약이 있다.
— W (@botongnal) 9 Ma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