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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타이레놀, 타인의 아픔 감지하는 능력 둔화시킨다

  • 김태우
  • 입력 2016.05.11 12:01
  • 수정 2016.05.11 12:07

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제품명: 타이레놀)은 자신의 통증만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의 아픔을 감지하는 능력도 둔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메디컬센터 행동의학연구소(Institute for Behavioral Medicine Research)의 볼드윈 웨이 박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남의 신체적, 사회적 아픔을 함께 느끼는 감정이입(empathy)을 무디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0일 보도했다.

그의 연구팀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먼저 대학생 8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절반에게는 아세트아미노펜 1천mg이 함유된 물을, 나머지에는 맹물을 마시게 했다.

약효가 나타나는 데 필요한 1시간을 기다린 뒤 8가지 짧은 시나리오를 읽게 했다.

시나리오는 칼을 쓰다 잘못해 뼈까지 깊이 베는 상처를 입은 사람 또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슬픔에 잠긴 사람의 얘기였다.

이들에게는 시나리오에 나오는 사람 하나하나가 느끼는 통증과 마음의 아픔이 어느 정도일지를 1에서 5까지로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결과는 아세트아미노펜 그룹이 대조군보다 남의 신체적 통증이나 마음의 아픔을 느끼는 정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대학생 114명을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을 해 봤다.

이번에도 무작위로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아세트아미노펜이 섞인 물과 맹물을 마시게 한 뒤 4차례에 걸쳐 소리크기가 75~105데시벨인 백색소음(white noise)을 2초씩 듣게 했다.

백색소음이란 특정 환경에서 생기는 소음으로 파도 소리, 빗소리, 폭포 소리, 진공청소기 소리, 박수 소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백색소음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느끼는 불쾌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1에서 10까지 평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남이 이 소리를 듣고 얼마만큼을 불쾌함을 느낄지도 물어보았다.

결과는 두 경우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불쾌함의 평가가 낮게 나타났다.

웨이 박사는 전에 아세트아미노펜이 기쁨 같은 감정을 무디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왜 이런 효과를 일으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감정이입이 무디어진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현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를테면 배우자와 말싸움을 한 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다면 자신이 말싸움에서 배우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웨이 박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감정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와 널리 쓰이는 또 다른 진통제인 이부프로펜도 비슷한 효과를 유발하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이 연구결과는 '사회인지-정서 신경과학'(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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