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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입맛 2) 중구·동대문구

정육시장에서 찾기 어렵다는 최고급 특양만 공급받는, 서울의 모든 내장류 식당계의 '갑 중의 갑'이다. 곱창과 대창도 마찬가지. 다만 미식가라면 그 귀한 곱창, 대창, 특양을 왜 달달한 양념에 절여 내느냐는 질문을 던질 법하다. 그러나 먹다보면 옆에 쌓여가는 소주병이 당신을 설득할 것.

  • 강보라
  • 입력 2016.05.12 13:06
  • 수정 2017.05.13 14:12

애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르는 맛, 새침한 아가씨들은 모르는 '어른 입맛'을 찾아 발품을 팔았다. 어쩌다 보니 가게 위치가 죄다 강북이다.

글 강보라, 사진 이종훈

양미옥 | 특양구이

양미옥에서 특양 구이로 1차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을지면옥에서 평양냉면으로 2차를 하는 것이야말로 미식가의 아름다운 하루 마무리다. 양미옥의 특별함은 장사가 잘되는 집에서만 선점할 수 있는 좋은 식자재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특양'이다. 소의 모든 내장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첫 번째 위인 '양'(소는 위가 4개)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두툼한 부위가 특양이다. 양미옥은 정육시장에서 찾기 어렵다는 최고급 특양만 공급받는, 서울의 모든 내장류 식당계의 '갑 중의 갑'이다. 곱창과 대창도 마찬가지. 다만 미식가라면 그 귀한 곱창, 대창, 특양을 왜 달달한 양념에 절여 내느냐는 질문을 던질 법하다. 그러나 먹다보면 옆에 쌓여가는 소주병이 당신을 설득할 것. 다 먹기 전에 비빔냉면을 꼭 주문해보길 권한다. 의외로 달지 않은 비빔냉면에 마지막 남은 고기를 싸 먹으면 이런 게 멀티 오르가즘인가 싶다.

ADD 중구 충무로 62 TEL 02-2275-8838

산수갑산 | 순대모둠

세상의 모든 순댓집 중 '플레이팅'이 가장 황홀한 곳. 다른 집에서는 먹기 어려운 돈설, 애기보가 동심원을 이루며 좌르륵 펼쳐진 모습을 보면 한잔 꺾지 않을 도리가 없다. 눈으로 음미하며 첫잔을 마셨다면 녹진한 간을 한입 베어 물고 둘째 잔을 꺾는다. 보들보들한 애기보를 씹고 또 한잔, 모둠 한 접시에 딱 두 점 들어있는 돈설의 쫄깃함을 음미하며 또 한잔, 고소한 소를 감싸고 있는 기름진 대창을 씹으며 또 한잔. 이런 식이면, 수육 한 접시에 소주 네 병은 우스우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산수갑산'은 아름다운 강산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실은 험한 오지와 어려운 난관을 일컫는 '삼수갑산'을 잘못 사용한 것. 재미있게도 요즘 '산수갑산'은 본래 의미처럼 사람이 너무 많아 찾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지만 맛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ADD 중구 을지로20길 24 TEL 02-2275-6654

소정 | 아귀수육

아귀 간에 중독된 식도락가들은 한밤중에도 KTX를 타고 부산이나 마산에 가서 아귀 수육을 먹고 오는 기행을 저지르곤 한다. 수육에만 나오는 아귀 간을 맛보기 위해서다. 2킬로그램짜리 아귀를 잡으면 200그램쯤 나오는 아귀 간의 맛은 그 모든 노고를 그럴 만했다고 느끼게 해준다. 부산에 매달 갈 수 없는 서울 촌놈들이 즐겨가는 곳이 바로 청량리의 소정이다. 싸구려 일식당에서 나오는 캔에 들은 '안키모'를 상상했다면 아직 당신은 제대로 된 아귀 간을 못 먹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다른 집에 비해 살코기도 실하다. 메기 살보다 부드러운 입술 살도 고스란히 들어있다. 2킬로그램에 8만원이라는 가격을 수긍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양이 살짝 부족하다 싶을 때쯤 지리가 나오는데 그 지리에 남은 아귀를 넣고 채소와 함께 먹는 것도 별미, 나중에 그 국물에 주인장이 직접 말린 국수를 삶아 먹는 건 더 별미다. 코르키지가 무료라는 말에 와인을 들고 갔지만 결국 소주를 시키고 말았다.

ADD 동대문구 약령시로 122-7 TEL 02-962-8060

월향 | 효종갱

믿을 만한 지인들의 제보가 줄을 이었다. 최근 문을 연 월향 광화문점에서 생전 처음 보는 탕국을 팔고 있는데 그 맛이 꽤 인상적이더라는 이야기였다. 이름을 묻자 효정탕이라느니 효장국이라느니 대답이 제각각이었다. 이름도 낯선 '효종갱'은 남한산성 주변에서 한양 사대문 안으로 배달해주던 우리나라 최초의 해장국이다. 효종(曉鐘)은 '성을 여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새벽녘', '갱(秔)'은 국이라는 뜻이다. 사대문 안 정승들이 새벽에 먹던 국, 쉽게 말해 대갓집 주당들이 즐기던 고급 해장국이다. 아니나 다를까, 속 풀려고 먹다가 또 한 잔 하게 만드는 품새가 영락없는 해장국이다. 소고기, 전복, 표고버섯, 배추 속 등을 아낌없이 넣고 곤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몇 숟갈 먹다보면 막걸리처럼 밀도 높은 술이 자연 그리워진다. 본래 점심 장사를 겨냥해 만든 메뉴지만 월향의 슬로건이 무엇이던가. '낮술 환영' 아니던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방문하면 막걸리가 반값이다.

ADD 중구 태평로1가 60-15 조선일보별관 1층 TEL 02-723-9202

어른의 입맛 1) 종로구 편 보러가기

<어른의 입맛> 3) 마포구·서대문구

* 이 글은 남성 라이프스타일 월간지 <루엘>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루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luelmagazine)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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