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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대신 주먹'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에 뽑힌 이유 2가지

Presidential candidate Rodrigo
Presidential candidate Rodrigo ⓒErik de Castro / Reuters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71)이 9일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등 각종 강경 발언으로 유명한 두테르테는 어쩌다가 2016년에 필리핀 최고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일까.

1. "인권법은 잊어라":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향수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죄 의지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선거 초반 군소 후보에 불과했으나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으로 만들겠다"는 강경한 발언으로 인기가 급상승했다.

실제 그는 남부 다바오시에서 22년간 시장으로 지내며 마약상 같은 강력범의 즉결 처형을 시행하는 등 초법적 범죄 소탕을 벌였다. 결국 다바오는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됐고 그는 ‘징벌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때문에 그의 강경 발언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가난과 범죄, 부패, 내전에 지친 필리핀 유권자들이 급진적인 변화를 택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두테르테의 여성 비하 발언이나 인격적 자질 문제도 결국 선거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국민일보 5월 9일)

그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취임 후 6개월 내 모든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밝혀 범죄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무원인 코르도비스 니뇨는 이날 두테르테에게 투표한 후 “범죄를 소탕하고 필리핀을 발전시키는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일보 5월 9일)

2. "나는 특권층의 자식이 아니다": '서민 영웅'이라는 이미지

경향신문에 따르면, 소수 권력에 집중된 필리핀의 정치·경제 체제도 큰 영향을 줬다.

1986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축출된 뒤에도 필리핀에서는 100여 개 가문이 정치권력을 독점해왔는데, 두테르테는 '나는 특권층의 자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엘리트주의와 족벌에 대한 반감을 표로 만들었다는 것.

CNN도 두테르테의 인기에 대해 "필리핀 국민들은 단지 현 정부만이 아니라 필리핀 전체의 엘리트 민주주의에 지쳤다"며 "몇몇 가문에 장악당한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두테르테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그가 자신을 ‘서민의 영웅’으로 포장한 점과 관련이 있다.

필리핀은 소수 가문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이 강한 나라로, 의원 70% 이상이 유력 가문 출신이며 현 아키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아키노 대통령 집권기인 2010~2015년 필리핀 경제는 평균 6.2% 고성장을 했지만 경제성장 혜택은 주로 부자들에게 돌아갔다. 2011년 기준 경제성장분의 76%가 40개 가문에 돌아갔다는 조사도 있다.

필리핀 정치분석가인 라몬 카시플레는 <시엔엔>(CNN) 방송에 두테르테의 지지표 상당수는 현 정권에 대한 “항의 표”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키노 대통령 시절인) 6년 동안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한겨레 5월 9일)

이런 상황에서 두테르테는 농민을 위해 토지제도 개선을 약속하는 한편 지역별로 10억 페소(250억 원)를 투자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겠고도 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경향신문은 전한다.

올해 필리핀이 독재자 마르코스 정부를 무너뜨린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 30주년을 맞았지만, 민주화보다는 눈앞의 생계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아키노 대통령이 집권한 2010년 이후 필리핀이 6% 넘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일자리는 구하기 어렵고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등 민생이 어렵자 마르코스 개발 독재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5월 8일)

CNN의 분석도 비슷하다.

"두테르테와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가 경제성장의 혜택이 일부에만 집중된 것에 대한 사회적 박탈감, 만성적인 부패, 미비한 법질서,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단점에 지친 필리핀 유권자들이 독재 시절을 열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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