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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지 멘키스가 말하는 럭셔리

유명한 브랜드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달린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건, 제게 있어 럭셔리가 아니에요. 전적으로 제 느낌과 감각에 깊숙이 관련된 것입니다. 실크나 다른 직물이 내 몸에 살짝 닿는 그런 미묘한 상황을 총칭하는 거라고 해두죠. 말 그대로 매우 비밀스럽고 사적인 거죠. 럭셔리는 개인적인 경험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 전종현
  • 입력 2016.05.09 07:41
  • 수정 2017.05.10 14:12
ⓒASSOCIATED PRESS

지난 4월 말, 세계적인 패션 전문기자이자 현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인 수지 멘키스가 한국을 방문했다. 자신이 주최하는 '컨데나스트 럭셔리 컨퍼런스(Conde Nast International Luxury Conference, 이하 CNI)', 그 두 번째 스팟으로 서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보그」 「GQ」 「배니티 페어」 등 140여개에 달하는 잡지를 발행하는 '잡지 제국' 컨데나스트는 작년부터 수지 멘키스의 지휘 아래 CNI를 열고 있다. 첫 회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애플의 조니 아이브와 디자이너 마크 뉴슨, 샤넬의 칼 라거펠트를 비롯해 난다긴다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수장들도 함께 모여 영감을 공유했던 터라 '수지 멘키스 호'의 두 번째 행선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예상을 깨고 그는 한국의 서울을 선택했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 전날 수지 멘키스와 나눈 소박한 인터뷰를 공유해 본다. 참고로 이번 CNI에 대해 그가 직접 기록한 행사 내용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지 멘키스의 CNI 취재기

수지 멘키스 Suzy Menkes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저널리스트. 1966년 영국 <타임즈>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84년부터 30년간 프랑스에 근거를 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현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에서 패션 담당 기자로 일하며 예리한 판단과 거침없는 비평으로 '파리의 사무라이'란 별칭을 얻었다. 2014년부터 「보그」의 인터내셔널 에디터로 자리를 옮겨 전 세계 19개국의 「보그」 웹사이트에 기사와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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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의 서울을 두 번째 럭셔리 컨퍼런스 개최지로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동안 럭셔리에 대해 탐구해 왔습니다. 컨퍼런스의 장소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직감입니다. 매우 작고, 미묘한 직감들이 모여서 지금 이 결정을 이룬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이 순간, 이 시점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바로 그 장소이자 확신시키는 스팟입니다. 물론 일본과 중국은 럭셔리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국가죠. 20년 전만 해도 도쿄는 세계 럭셔리 산업의 중심이었고 지금은 중국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럭셔리에 대해 보다 상이한 관점을 갖고 토의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더욱 적합한 장소라고 느꼈어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퓨처 럭셔리 Future Luxury'입니다. 럭셔리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온전히 적합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어떤 럭셔리 브랜드는 중국의 수많은 도시에 셀 수 없는 스토어를 가지고 있어요. 그에 비해 에르메스 같은 경우는 스토어 수가 매우 적죠. 중국이 아무리 중요한 국가라고 해도 한 국가의 모든 도시에 럭셔리 스토어를 여는 건 좋은 징조라고 보긴 힘듭니다. 아주 천천히 확장을 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스토어를 무분별하게 늘리는 곳들이 나중에 결국 문을 닫으며 줄여나갈 상황을 마주치게 될 것에 매우 안타깝습니다. 전반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럭셔리 마켓은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이런 확장세가 영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스토어 숫자는 점점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이젠 스토어를 열기 전에 정말 새롭게 열 필요가 있는가, 스토어별로 성과를 얼마나 내고 있는가. 혹시 좋은 성과가 없다면 그 이유에 대해 분석을 해볼 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게 제 업무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웃음)

이번 럭셔리 컨퍼런스에서 어떤 점을 기대하시나요?

럭셔리 컨퍼런스는 어떤 재무적인 측면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물론 컨퍼런스의 등록비가 매우 비싸고(웃음), 폐쇄적으로 열리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의 인식이 확장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요. 저희는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주목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럭셔리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고, 어떤 행동을 할 마음을 들게 한다면 그거야말로 저희가 기대하는 바와 맞닿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거의 해외 브랜드입니다. 앞으로 한국은 럭셔리 산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시대와 시점이 중요한데요. 그런 면에서 한국은 매우 다이내믹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성숙해지고 있으며 K-Pop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긍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K-럭셔리도 분명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럭셔리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마케팅입니다. 제품을 알리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한국도 이를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수지 멘키스 개인이 생각하는 럭셔리는 어떤 것인가요?

유명한 브랜드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달린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건, 제게 있어 럭셔리가 아니에요. 전적으로 제 느낌과 감각에 깊숙이 관련된 것입니다. 실크나 다른 직물이 내 몸에 살짝 닿는 그런 미묘한 상황을 총칭하는 거라고 해두죠. 말 그대로 매우 비밀스럽고 사적인 거죠. 럭셔리는 개인적인 경험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harry.jun.wri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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