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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콜레스테롤의 주범? 카페스톨의 정체

그간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고집해 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칼로리가 0인 아메리카노도 페이퍼 필터로 거르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상승을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드립커피를 즐길 여건이 안된다면 페이퍼 필터에 한번 걸러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이도저도 성가시다면 집에 있는 알커피를 즐기는 것이 오히려 이로울 수도 있겠다.

  • 비온뒤
  • 입력 2016.05.08 09:40
  • 수정 2017.05.09 14:12

커피의 달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SBS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경력 10년차 바리스타 정기헌 씨다. 그는 드립 시 올라오는 거품의 형태만 보고도 커피의 원산지와 로스팅 일자를 알아냈다. 커피의 종류, 상태에 따라 물의 온도와 양, 물줄기를 달리해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씨가 머신으로 내린 아메리카노와 핸드드립으로 내린 아메리카노의 유분량을 비교한 결과, 머신으로 뽑은 아메리카노에 훨씬 많은 기름이 들어 있었다. 두 커피 위에 기름종이를 올려 확인한 결과다. 핸드드립 커피는 거름망을 통해 기름기가 걸러졌다.

거름망을 통해 걸러진 커피기름의 정체는 '카페스톨(cafestol)'이다. 커피에는 약 5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중 에소프레소에 미세하게 떠다니는 기름과 커피거품 크레마가 카페스톨이다. 카페스톨은 탄화수소(C20H28O3)의 일종이다.

카페스톨은 우리 몸에서 여러 작용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커피의 항염, 항암 효과도 이 덕분이다. 실제로 2013년 한국식품연구원 박재호 박사팀의 연구 결과 카페스톨이 당뇨병성 망막증, 암, 류마티스 관절염, 자궁내막증 등으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페스톨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과 간효소 수치를 높이는 단점도 있다. 2007년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 연구팀은 커피의 카페스톨이 저밀도지질단백질(LDL) 농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또 네덜란드 보건과학연구소에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4주간 하루 5잔의 커피를 마시게 한 실험에서는 남자 8%, 여자 10%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했다.

카페스톨은 갈아 놓은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우면 추출된다. 곱게 간 커피를 넣어 물을 여러 차례 끓이는 터키식 커피, 금속 필터를 사용해 에소프레소를 추출하는 프렌치 프레스 커피,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에소프레소머신 커피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바게닝겐(Wageningen) 농과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커피 한 잔에는 4mg의 카페스톨이 들어 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약 1%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단, 핸드드립 커피와 더치커피는 예외다. 핸드드립 커피는 페이퍼 필터, 더치커피는 세라믹 필터를 통해 카페스톨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핸드드립에 사용되는 페이퍼 필터는 카페스톨 등 커피 지방성분을 95%가량 걸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다이어트 중이라면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이밖에 우리가 집에서 즐겨 먹는 알커피도 냉동건조 과정에서 카페스톨이 제거된다.

카페스톨이 녹내장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보스턴 브리검 앤 여성병원 연구팀이 40세 이상의 성인 남녀 약 12만 명을 대상으로 카페인 함유 음료 섭취량과 의학기록을 분석한 결과, 매일 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녹내장 발병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커피 외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나 탄산수, 차, 초콜릿 등은 녹내장과 관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카페인 식품 중 유일하게 커피만 녹내장 발병률을 높였다. 특히 스웨덴, 핀란드,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들에게서 녹내장 발병률이 높았다. 주로 여과하지 않은 진한 커피를 마시는 국가들이다.

녹내장은 실제로 콜레스테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려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대 이상 남성 4,875명의 안압과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혈압, 총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분석한 결과, 안압이 높은 집단일수록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게 나타났다. 콜레스테롤 강하제가 녹내장 치료제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카페인 식품 중 커피만이 녹내장을 유발했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카페스톨의 영향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간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아메리카노를 고집해 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칼로리가 0인 아메리카노도 페이퍼 필터로 거르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상승을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드립커피를 즐길 여건이 안된다면 페이퍼 필터에 한번 걸러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이도저도 성가시다면 집에 있는 알커피를 즐기는 것이 오히려 이로울 수도 있겠다.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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