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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의 상징' 푸드트럭 1호가 6개월 만에 폐업한 사연

ⓒ연합뉴스

규제 개혁의 상징으로 알려진 전국 최초의 푸드트럭이 6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영업 허용지역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여전히 규제가 많은 탓에 법을 준수하며 영업을 했다가는 수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2014년 7월 푸드트럭을 허용했지만 청년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다.

8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인 푸드트럭은 단 1대다.

사회복지시설 충주어울림센터가 충주 호암지 생태공원 앞에서 영업 중이다. 커피와 추로스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충북에는 합법적인 푸드트럭이 두 대 더 있었다. 제천에서 50대 여성이 운영했던 두 대의 푸드트럭은 전국 최초로 영업허가를 받아 이목을 끌었다.

그는 위생 교육과 LPG 사용 승인, 차량 구조변경 검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거쳐 전국 1·2호 푸드트럭 허가를 받아 2014년 9월 제천 의림지 놀이시설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트럭 1대에서는 빨간 어묵과 떡볶이를, 또 다른 1대에서는 솜사탕을 팔았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인 작년 3월 두 대 모두 폐업했다.

푸드트럭 장사를 접은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규제 개혁 차원에서 마련한 푸드 트럭 관련 법규가 또 다른 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상 영업 가능 지역은 관광지, 체육시설, 도시공원, 하천부지, 학교, 고속국도 졸음쉼터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가능 지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영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허가받은 특정장소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계절이 바뀌는 등 유동인구 변화가 있어도 허가를 받은 영업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불법 노점상들은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옮겨 다니며 자유롭게 좌판을 펼 수 있지만 합법적 푸드트럭은 발이 묶여 움짝달싹할 수 없다.

전국 최초의 푸드트럭 운영자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폐업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청주시가 지난달 주성로 율봉공원과 서원구청사, 흥덕구 차량등록사업소 등 3곳을 푸드트럭 영업장소로 지정하고 영업자를 모집했으나 3곳을 합쳐 신청자는 1명에 그쳤다.

특정 지점을 벗어나 장사할 수 없는 어려움에다가 취업 애로 청년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 등 응모 기준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푸드트럭을 운영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합법적인 푸드트럭 보호를 위해서는 불법 노점상 단속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영세 노점상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다 지속적으로 단속에 투입할 인력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 저금리 창업 자금을 융자해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영업 가능지역 확대 등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푸드트럭 활성화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충북도 관계자는 "푸드트럭 영업 지역을 확대할 경우 또다른 민원이나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행법상 푸드트럭 양성화,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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