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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통령에 '물건은 작다'며 조롱한 독일 코미디언은 어떻게 될까?

  • 박세회
  • 입력 2016.05.04 17:34
  • 수정 2016.05.04 17:38

"겁 많고 고집스런 얼간이, 그 이름은 에르도안, 대통령"

"그의 물건은 되너(일종의 샌드위치) 냄새로 풀풀, 차라리 돼지 방귀 냄새가 한결 나을 거야"

"가면을 쓰고서 소녀를 때리고 염소들과 성교하며 소수자를 짓누르는 걸 가장 좋아한다네. 쿠르드족들을 밟아버리고 기독교도들을 후려치며 아동 포르노를 보기도 하지. 밤에도 잠을 안 자고 양 100마리와 구강성교를 한다고 하네. 그래 그렇지, 에르도안은 물건은 작지만 막강한 대통령이야.(후략)"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향한 독일 코미디언 얀 뵈머만의 시(詩)는 이랬다. 운(韻)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이 조롱의 메시지가 방송 전파를 탄 것은 지난 3월 말 제2 공영 ZDF TV의 심야 토크쇼에서였다.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뵈머만은 방송 당시 이 시가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낭송을 강행하겠다고 하고 시를 읽어내려갔다.

아니나다를까 터키 정부로부터 공식 조사와 처벌 요청을 받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고심 끝에 뵈머만이 우려한 형법 103조를 들어 그의 범죄 혐의 조사를 정부가 허용했다고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독일 형법 103조는 외국 국가원수 등을 모욕할 경우 정부가 범죄 혐의 조사 여부를 판단하고 형사소추 절차를 거쳐 최장 3년, 특히 비방이나 모독 혐의가 인정되면 최장 5년 징역형에까지 처할 수 있게끔 규정하고 있다.

독일사회를 위기로 몰아넣은 난민 위기를 풀기 위한 파트너 국가로서 지금의 터키는 독일에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켈이 뵈머만의 조사와 처벌을 원하는 에르도안의 공식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으로 국내 여론을 고려했다. 그렇지만, 대연정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을 비롯해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파는 메르켈의 애매한 태도에 계속해서 비판을 가하는 형국이다.

침묵을 지키던 뵈머만 자신도 3일 주간지 디차이트 인터뷰를 통해 메르켈 정권이 표현의 자유 문제에 관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면서 다시 한 번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뵈머만은 자신을 먹기 좋은 부드러운 고기 요기로 만들어 무소불위의 독재자에게 갖다 바쳤다며 메르켈 총리도 비판하고 "메르켈이 나를 (중국 반체제 예술인) 아이웨이웨이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맥락 속에서 해석해 주기 바란다며 자신에게 제기되는 '인종주의적 시'라는 공격에 방어하고 "과연 누가 끝내 웃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라고 했다고 디차이트 온라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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