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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우려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적 중심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고교 학생 선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고입선발시험 폐지 유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특성화고 취업희망자 특별전형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결국 고입체제를 전면적으로 중학생 학생부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고교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사실상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고교판이다. 이러한 정책은 매우 크고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중학생의 내신 사교육, 컨설팅사교육을 더욱 팽창시킬 것이다. 중학교 재학 기간 3년 동안을 전면적인 경쟁체제로 몰아넣을 것이다.

ⓒ연합뉴스

고교 맞춤형 교육? 통합형교육과정과 대입제도로 다시 획일화 된다

글 | 안선회(중부대 대학원 교수)

지난 4월 25일 교육부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고교 맞춤형교육 활성화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고교 교육여건 개선, 고교 직업교육 학생 비중 확대 및 내실화 추진, 학생 진로에 맞는 고교 선택 지원, 일반고 맞춤형 교육 및 수업 질 제고, 농산어촌 고교 육성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 방안이다.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참 오래간만에 학생, 학부모를 위한 좋은 정책이 나왔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OECD 수준으로 고교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24명,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13.3명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때 늦은 감이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조치가 아니라,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조치이다. 고교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을 정책화한 것이다. 그렇지만,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 교육재정 감축 요구'를 방어하는 최소한의 의미는 가질 수 있다.

가장 환영할 만한 조치는 "2022년까지 직업계고 학생 비중 30% 수준, 고졸 취업률 65% 달성"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이다. 교육정책, 진로진학정책을 전공하는 필자 역시 이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 직업교육 기회 확대, 기숙형 특성화고, 교원 역량 강화, 직업계열 고교 취업률 제고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지금도 특성화고 진학희망자 중 1만5천여 명 정도가 탈락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특성화고 진학 기회는 확대되어야 하고, 일반고에서의 직업교육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만, 취업률 제고 정책으로 인해 직업계열 학생의 자주적인 대학 진학 희망과 기회를 제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취업률 제고 정책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직업계열 고교의 직업기초능력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내실화와 재정지원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반고 맞춤형 교육 및 수업 질 제고" 정책 역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지금까지 일반고의 교육특성화가 부족했기에, "사회‧경제, 직업, 예술 분야 교과중점학교 및 위탁교육 확대" 역시 입시경쟁의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학생맞춤형 교육을 지원‧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교원 수업 개선 및 학생의 진로맞춤형 자기주도 학습 역량 강화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지필평가를 축소하고 과정평가를 확대하는 정책은 교육적으로 타당하지만 현재의 9등급 상대평가와 맞물리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평가의 공정성‧신뢰성 약화, 성적 부정 증가, 고교 재학생 간의 이기적인 경쟁 심화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 지필평가를 축소하고 과정평가를 확대하려면, 성취평가제가 정착되고, 그 결과가 대입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교수학습 지원 사이트(가칭 T-Clear) 구축" 방안은 필요하지만, 실효성이 미흡하다. 실효성을 가지려면, 교사 지원 사이트와 함께, 그보다 더 중요한 학생을 위한 종합적인 학습 지원 사이트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생을 위한 종합적인 학습 지원 사이트는 EBS의 학습 지원 시스템과 연결되어, 진단-교육-학습-진로-진학이 함께 연계되어 지원되는 방식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농산어촌 거점 우수고 육성 등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학생 모집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인프라 지원과 자공고 내실화 등은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지만, 학생 모집의 자율성 확대 방식으로 제시된, "전국단위 20% + 광역단위 30% + 지역단위 50% 이상" 방식은 전국적 차원에서의 고교 서열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교육부는 자기주도학습을 전가의 보도처럼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중학생의 고교입시경쟁을 심화시킬 위험이 매우 큰 정책이다. 농산어촌 학교의 전국과 광역 단위 학생모집을 허용한다면, 선지원 후추첨 방식이 되어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적 중심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고교 학생 선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고입선발시험 폐지 유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특성화고 취업희망자 특별전형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결국 고입체제를 전면적으로 중학생 학생부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고교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사실상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고교판이다. 더욱이 현재 평준화지역에서도 농산어촌 학교의 전국과 광역 단위 학생모집이 허용되면 평준화가 부분적으로 깨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매우 크고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중학생의 내신 사교육, 컨설팅사교육을 더욱 팽창시킬 것이다. 중학교 재학 기간 3년 동안을 전면적인 경쟁체제로 몰아넣을 것이다. 중학교에서의 내신성적과 고교입학전형에까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을 받게 할 것이다. 결국 불평등의 심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입과 마찬가지로 고입에서도 공정성‧신뢰성은 약화될 것이다. 특성화고 취업희망자특별전형에서도 일종의 대입특기자전형이 가져오는 역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이제 대입과 고입 전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입학 부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고입, 대입에서도 로스쿨 부정 입학과 같은 블랙박스전형의 위험이 있다. 학생들은 학생부 기록 권한을 가진 교사에게 순응하는 순한 양이 되어 갈 것이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고교 맞춤형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2015통합형교육과정" 및 "국영수 등 필수교과목 위주 수능제도"를 통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통합형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공통사회, 공통과학을 필수교과로 지정하고 있고, 교육부는 간접적으로 2021학년도 수능체제를 이들 공통필수 교과로 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는 완벽히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거의 말살하는 수준의 획일적인 교육을 강제한다. 고교의 학생맞춤형 교육이 아니라 대입맞춤형 교육이 나타날 것이다. "대입이 획일적"이기에 "교육과 학습도 획일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면 고교현장과 대학은 더욱 학생부종합전형을 찬양하며 그 비중을 확대시킬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 예찬론자들은 대안적인 수능과 논술 전형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욱 한심하고 부작용 많은 제도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수능-EBS연계정책, 총점위주전형, 대학별시험 등이 그것이다. 그래야 더욱 학생부종합전형의 장점이 부각되며, 축소 주장보다는 확대 주장이 더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입과 대입 모두 '깜깜이전형', '블랙박스전형'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노컷뉴스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일러 '합법적인 부정입학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입과 함께 대입전형은 합법적인 부정입학가능 시스템을 완비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고입과 대입으로 이어지는 교육선발을 통한 불평등 재생산 체제가 구축되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이 있다.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지만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회구성원들과 사회체제가 그 부정적인 측면을 찾아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완전하게 제도화되어 사회체제의 일부가 될 것이다. 정책의 부작용이 사회체제의 부작용으로 확대되어 고착화되게 하지 않으려면, 언론과 학부모가 교육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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