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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갈 수 있는 국내 폐선 철길 여행지 2곳

ⓒShutterstock / Yuttasak Jannarong

[매거진 esc] 철길공원 걷기여행

폐선로를 흔히 레일바이크 체험지로 활용하는 게 요즘 추세다. 전국 10여곳에 이르는 레일바이크 코스에 여행객이 줄을 서는 데 힘입어, 레일바이크를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하지만 큰 비용 안 들이고 관광객을 폐선로로 끌어들이는 곳들도 있다. 경남 창원의 임항선 철길이나 전북 군산 철길마을이 그런 경우다. 철길을 그대로 두고 공원으로 정비해, 걷기 좋은 산책로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침목에 고정된 채 평행을 이루며 달려나가다 끝내 아련한 소실점에 이르는 철길. 이 무쇠의 길을 따라 걷고 쉬고 사진 찍는 재미로 남녀노소가 모여드는 창원 옛 마산의 ‘임항선 그린웨이’와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로 간다. 막힘없이 아득하게 뻗어나간 철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면 꽉 막힌 세상 살아가느라 답답했던 마음도 좀 뚫리고 안 보이던 전망도 새로 그려 내다볼 수 있을 터다.

1. 창원: 임항선 그린웨이

마산 임항선은 경전선(경상~전라선)의 지선으로, 현재 마산역에서 분기해 마산항까지 이어졌던 8.6㎞ 길이의 철도다.

1905년 개설돼 1977년 현재 마산역(통합 마산역)이 생기기까지, 승객은 물론 부두에서 석탄이나 수입물품 등을 실어나르는 요긴한 철길이었다. 옛 마산역(구마산역·승객용)은 중부경찰서 부근 벽산아파트 자리에 있었고, 종착지인 마산항엔 신마산역(화물용)이 있었다. 간혹 오가던 화물열차마저 운행이 끊긴 뒤 2010년 공식 폐선처리됐다.

경전철 건설, 택지 개발, 차도 활용 등 논란 끝에 창원시는 철길을 공원화하기로 하고 걷기 코스를 만들어 ‘임항선 그린웨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것이다. 걷기 코스로 조성된 곳은 마산항 옛 마산세관에서부터 석전동 개나리아파트 앞까지 4.6㎞ 구간이다. 2시간이면 철로변 풍경 구경하며 다 걸을 수 있지만, 중간에 철길 주변으로 들여다볼 곳이 많아 한나절쯤 잡고 쉬엄쉬엄 걷는 게 좋겠다.

창원 임항선 그린웨이의 옛 북마산역 터. 가건물을 짓고 옛 사진들을 전시했다.

철길이 온전히 보전된 구간은 옛 마산세관~중부경찰서 앞(구마산역) 1㎞ 구간이다. 도열한 아파트 앞으로 이어진 녹슨 철길엔 건널목 표지, 수동 선로변경장치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구마산역 앞 바닷가 쪽으로는 검역소,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등 공공기관이 모여 있던 곳이다. 걷다 보면 온전한 철로는 끝나고, 침목을 걷어내고 철길은 남긴 산책로로 바뀐다. 목련·벚꽃이 만발한 산책로엔 의자들을 설치해 쉬어 갈 수 있다.

철로변엔 볼거리들이 짭짤하다. 몽고정 못미처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무학초등학교 담장엔 1960년 마산시민들이 부정선거에 항의해 벌였던 3·15 의거 때 총격으로 인한 총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금 총탄 자국은 담장이 낡아 허물고 복원한 것이다. 철교 건너 철길에서 내려서면 몽고식품 옆으로 몽고정이 나타난다. 고려 때 원나라가 일본 정벌에 실패한 뒤 이 지역에 진을 쳤는데, 이때 군사 식수용으로 판 우물이라고 전해져온다. 몽고정 길 건너편엔 3·15 기념탑이 우뚝하다.

일제강점기 유물인 추산정수장으로 가는 계단길을 오르면 시립미술관, 마산이 배출한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들을 전시한 문신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잠시 철길을 벗어나 가고파꼬부랑길(450m)도 산책할 만하다. 성호동·추산동 산비탈 골목길을 벽화로 장식한 마을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낡은 옛 골목길이 예술인촌으로 탈바꿈한 창동예술인촌을 탐방해도 좋겠다.

임항선 그린웨이의 육교. 레일을 휘어 만든 모습이 이채롭다.

옛 철길 풍경 사진들을 전시한 북마산역(1924~1977년 존립) 터 옆엔 철길을 가로지르는 육교가 있다. 40여년 전 철길 아래·윗동네를 이어주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다릿발과 상판 받침을 레일을 휘어 만든 모습이 이채롭다.

창원 임항선 폐선로 위에 들어선 회원동 ‘기찻길시장’(북마산시장)

흥미롭기로는 철길 위로 펼쳐지는 ‘기찻길 시장’이 으뜸이다. 회원천 따라 길게 서는 북마산시장의 일부다. 폐선 이후 상인들이 철길 위로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는데, 과일·나물·채소·생선·꽃·옷가지에서부터 뻥튀기까지 없는 게 없는 매력적인 만물시장이다. 여기서부터 철길은 좁은 산책로 모습으로 석전동 개나리아파트까지 이어진다.

2. 낡은 집들 헤집고 뻗은 군산 경암동 철길

전북 군산시 경암동 철길마을은 이미 유명해져 여행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추억의 기찻길’ 마을이다. 장항선에서 분기돼 군산항까지 이어진 군산화물선의 지선으로, 신문용지 제조업체 공장과 군산역을 오가는 화물열차 선로(2.5㎞)였다. 2008년까지 열차가 운행됐던 곳이다. 마을을 통과하는 철로 중에서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은 진포사거리에서 연안사거리에 이르는 400m 구간이다.

철길 양쪽으로 바짝 붙어 늘어선 낡은 건물·상점들이 철길과 어우러지며 펼쳐진 풍경이 걷기 본능을 부추긴다. 마치 판잣집 늘어선 긴 골목길에 레일을 깔아놓은 듯 여겨진다. 철길에도 집들에도 녹슨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깔렸다.

폐선 전엔 위태롭게 오가는 열차를 찍으려는 사진가들이 몰려들었으나, 폐선 뒤로는 군산의 근대유산 거리 등을 여행하는 쌍쌍 데이트족들이 빼놓지 않고 거쳐가는 코스로 자리잡았다. 철로변엔 추억의 먹거리를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교복·교련복 같은 ‘추억의 옷’과 한복을 빌려주는 의상대여점도 있다.

*도심 철길공원 이용 에티켓과 팁

산책하고 쉬는 어르신들, 힘차게 걷는 아주머니·아저씨들, 애완견과 노니는 남녀, 유모차 밀고 나온 젊은 엄마들, 쌍쌍의 데이트족, 하굣길 초중고생, 떼지어 오고 가는 20대, 자전거들…. 서울과 지역 도심의 폐선로 철길공원들을 탐방하는 동안, 많이 마주친 사람들 순서다. 일부 어르신은 담배를 피웠고, 일부 애완견은 나무 밑에 대소변을 봤다. 일부 젊은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남녀노소 철길공원 이용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정리해봤다.

1 철길공원은 금연·금주 구역이다.

2 애완견 동반 때 목줄 착용, 배변봉투 준비는 필수다.

3 철길공원의 꽃·나무들은 공유물이다.

4 소음 발생 조심. 특히 밤에 주의해야 한다. 철로 옆 아파트엔 ‘잠 좀 잡시다’ 펼침막을 내건 곳도 있다.

5 오토바이는 출입 금지.

6 철길공원엔 별도 화장실이 없다. 지하철역·주민센터·상가건물 등의 개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7 철길 따라 걷는 동안 차도 건널목을 여러 곳 만난다. 신호등이 없는 곳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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