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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우의 남편'의 게이 만화가 '타가메 겐고로'가 퀴어문화와 동성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다

  • 김도훈
  • 입력 2016.05.03 11:24
  • 수정 2016.05.04 11:46

타가메 겐고로는 남성들의 성애를 매우 하드하게 그린 만화와 일러스트로 잘 알려진 게이 에로틱 아트의 거장이다. 그가 2014년 9월 일반적인 잡지인 '월간 액션'에 '아우의 남편'(弟の夫)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큰 화제였다. '아우의 남편'은 주인공의 쌍둥이 남동생이 죽은 후, 그의 캐나다인 남편이 일본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가족 만화로 한국에서도 정식으로 발매됐다.

연재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허핑턴포스트는 타가메 겐고로를 만나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이 인터뷰의 전편은 '게이 에로틱 만화의 대가 '타가메 겐고로'가 일반 잡지에 동성결혼에 관한 만화 '아우의 남편'을 연재하는 이유(클릭!)'에서 먼저 읽을 수 있다.

아우의 남편. 1권

-명함의 직함은 ‘게이 에로틱 아티스트'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만화 ‘아우의 남편'을 읽은 게이들은 ‘그 겐고로 선생이 일반 잡지에!’라고 놀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걱정스러운 것은 ‘아우의 남편'을 본 이성애자 독자들이 저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서입니다. 좀 더 부드러운 작품들만 골라서 넣은 단편집 같은 것도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웃음)

-겐고로씨의 작품에는 ‘죽음'을 의식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우의 남편'도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이 됩니다.

=특별히 죽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린 시절에 세익스피어 작품을 요약한 ‘세익스피어 이야기'라는 책을 애독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등장 인물이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인은 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에도 비극이 많습니다. 죽음이 그저 보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보다 보니, 저도 비극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게이 아티스트들은 뭔가 죽음이 느껴지는 작품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남자 화가인 고 미시마(요시다 츠요시)하세가와 사다오도 그렇습니다.

*미시마 츠요시는 70년대 ‘장미족'이나 ‘서브'등 동성애자 잡지에서 활약한 일러스트레이터로, 근육질의 남성을 주로 그려 당대 게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세가와 사다오는 7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걸쳐 게이 잡지에서 활약한 일러스트레이터다. 세밀한 표현과 환상적인 화풍으로 해외 예술계에서의 평가도 높다.

=제가 옛날 사람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핀란드의 게이 아티스트인 ‘톰 오브 핀란드'는 당대의 게이들이 힘든 상황이었으므로 철저하게 밝은 파라다이스의 게이를 그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제 경우는 판타지라고 할 지언정 현실의 문제를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나이를 먹은 탓인지 행복이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이야기도 좋아합니다.(웃음)

-겐고로씨에게 창작의 원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요.

=어린시절 우리 집에서는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 외에는 텔레비전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의 명화를 모은 화집 같은 것을 보면서 르누아르를 흉내내서 그리거나 했습니다.

-왜 르누아르죠?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이사를 갔는데 근처에 피아노 교실이 없어서 대신 배우기 시작한 것이 유화였습니다.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좋아해도 대체 어떻게 그려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대신 인상파는 흉내 내기가 쉬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미대 유화과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유화 따위 밥 벌어먹고 살지 못하니까 미대에 가려면 적어도 디자인을 전공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디자인과에 갔습니다.

-미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을 했는데요. 당시에 이미 커밍아웃하셨나요?

=고교 시절 동급생을 좋아해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고, 졸업 기념으로 그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예전처럼 고민만 하며 사는 건 싫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처음부터 게이라고 말하면 게이가 싫은 사람은 아예 다가오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그때부터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커밍아웃이라는 말조차도 일반적이지 않은 시절입니다. 없었나요?

=저는 가마쿠라 출신이지만 가와사키, 사이타마 등 부모의 사정으로 여러번 이사를 갔습니다. 전학 가서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나는 녀석들과는 다르다"는 식으로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방식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내 자신은 제대로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어서 커밍아웃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게이 아트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겐고로씨도 그렇거니와 하세가와 등 일본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평가가 더 높은 일본 게이 아티스트가 많습니다.

=일본과 해외의 상황이 다른 이유는,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도 큐레이터도 수집가도 모두 게이임을 커밍아웃하고 활동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톰 오브 핀란드'의 화집이 출간됐을 때는 브루스 웨버 같은 저명한 사진 작가가 서문을 보내기도 했지요. 서구에서는 '여기까지는 게이 문화고, 여기까지는 예술이고' 이런 선긋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게이 아트로 소개되는 것과 현대 미술로 먼저 소개되는 것 사이에는 가격이 달라진다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서구에 현대 미술로 먼저 거론됐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입니다.

-일본에서는 게이를 그린 에로틱한 작품들이 현대 미술로는 좀처럼 평가받을 수 없는 현실 아닌가요?

=서브 컬쳐와 아트의 중간 지점에 게이 에로틱 아트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현대 미술로 간주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 에로틱 아트는 단순한 음란물로 취급된다는 위험이 있지요.

-현재는 파트너와 동성 파트너십 제도가 시작된 도쿄 세타가야구에 살고 계시죠. 이전부터 파트너십 제도와 동성결혼에 대해 고민을 하셨나요?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동성 결혼이 이슈가 되기 시작할 때 '아우의 남편'을 그리기 시작했고, 세타가야구에서도 동성 파트너십 인증서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파트너와 "벌써 20년이나 함께 살고 있으니 우리도 할까?"라고 생각하게 됐지요. 단지 이게 동성 결혼으로 가게 된다면, 저는 성이 바뀌는 게 싫고 호적 제도에 대해서도 의문이 좀 있습니다. 혼인 제도에 대한 그런 저의 미묘한 생각들도 '아우의 남편'에 조금 반영되어 있습니다.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LGBT 내부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습니다. 동성 결혼에 의해 결혼 제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결혼 제도는 LGBT의 참여 정도로 강화되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이도 결혼을 하고 싶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지요.

-게이들도 결국 이성애자들과 동일하다는 것을 내세움으로써, 오히려 '퀴어'라는 단어처럼 자신들에 대한 모멸을 오히려 전술적으로 역이용하는 태도나, 혹은 '캠프'적인 감각 등을 지닌 게이 특유의 문화가 사라질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혼 같은 이성애 중심적 사회 구조에 굳이 영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의도 분명히 있지요. 그런데 이것이 옳다 그르다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성결혼이 이성애 중심주의의 산물이니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한다면, 그럼 결혼하고 싶은 사람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럼 게이 고유의 문화가 손실되는 것은 기우일까요?

=퀴어나 캠프라는 문화가 없어질 것이란 위기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게이 문화적인 트렌드가 너무 그것밖에 없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지나치게 퀴어나 캠프한 것만이 게이 문화의 주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1년에 나온 앤드류 헤이 감독의 '주말'이라는 영화는 게이의 평범한 일상을 그려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혁명적이었습니다. 새로운 발명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앤드류 헤이의 '주말'

-확실히 이전까지의 게이 영화들은 다 캠피하거나, 혹은 차별과 HIV를 테마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주말'의 등장으로 그런 요소들이 없는 게이의 일상을 그리는 영화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많은 게이 영화들이 그 영향 아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보자면 지금까지의 게이 문화에 새로운 것이 더해졌다는 것이지, 그걸로 게이 문화가 없어진다고 하는 건 과민 반응이 아닐까요.

-그렇군요.

=동성 결혼 문제도 그렇습니다. 헤테로 노마티비티(이성애 규범성 : 이성간의 사랑과 규범이 보편적인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라고 해서 결혼 조류를 비판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껏 없던 새로운 가능성이 동성애자들에게도 생겼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은가 말입니다. 저는 무슨 일이든 개개인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하고, 타인은 거기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하면 좋습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하지 않으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선택 자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허핑턴포스트JP의 「重要なのは選択肢があること」『弟の夫』の漫画家・田亀源五郎さんは同性婚をどう考えるか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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