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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의 사과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울분만 부른 이유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옥시(RB코리아)가 5년 만에 공식 사과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검찰 수사 면피용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지금까지 옥시가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나서야 적극적인 사과와 보상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1. 너무 늦게, 검찰 수사가 시작된 다음에야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는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옥시의 사과를 거부한다고 밝히며 "옥시는 5년간 사과를 요구한 피해자의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기자간담회 형식의 사과를 내놨다"고 질타했다.

유가족연대는 이어 "수백명을 죽인 옥시는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유발하고도 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2번씩이나 변경하며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며 "옥시의 자진 철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언론을 이용한 사과가 아니라 피해자를 직접 만나 '명백한 옥시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승운 유가족연대 대표는 회견 직후 사프달 대표와 격론을 벌이다 단상에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울부짖었다. 아이가 만 1살에 병원에 입원해 8개월 만에 사망했다는 최 대표는 "아이 한번 잘 키워보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내 손으로 4개월동안 아이를 서서히 죽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받다 숨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옥시가 아직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무성의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산소통에 연결된 호스를 코에 꽂고 앉아있던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2년 전에도 옥시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아이 산소통에 산소가 다 떨어질 때까지 (책임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간 언론 접촉을 완전히 피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시점에 일방적으로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기자회견 계획을 공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완벽하고 포괄적인 보상안' 마련을 위해서라며 "때를 기다린 것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답했다.

2. 해명은 원론적이거나 질문과 관계가 없다

일각에서는 옥시가 유해성 인지 여부와 유해성 실험결과 조작 의혹, 본사의 연루 여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즉답을 피하며 어물쩡 넘어간 것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사프달 대표는 레킷벤키저의 지사는 본사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희는 항상 제품을 제조할 때 세계적인 품질 기준을 준수한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유해성 연구결과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 밝혀질 경우 시정하겠다"며 원론적으로 답했고, 유해성을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유해성이 있었는지는 저희도 알고 싶다. 알았다면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액수 산정 기준도 모호하다

100억원의 인도적 기금 역시 옥시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업체임을 고려하면 피해보상에 턱없이 모자란 액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사프달 대표와 따로 면담한 피해자 가족 10여명은 2시간여만인 오후 4시께 면담을 끝내고 나왔지만 옥시 측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사과와 변명을 늘어놓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최승운 대표는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에 만들었던 제품이고, 인수 이후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게 옥시의 이야기"라며 추가 면담 일정이나 보상과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는 대신 옥시가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사과하고 기존에 법원 조정을 거쳐 합의한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 보상금을 산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옥시는 확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게 먼저지 보여주기식 외부전문가 패널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생계를 위해 먼저 합의한 분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에는 본사와 논의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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