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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포츠법 전문가들 "박태환 이중처벌은 부당"

  • 강병진
  • 입력 2016.05.02 14:16
  • 수정 2016.05.02 14:19

국제 스포츠법 전문가들이 박태환에 대해 솔직한 충고를 했다. “아이오시나 국제반도핑기구의 룰은 명확하다. 이중처벌은 안된다”,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이 두 가지로 모아진다. 박태환으로서도 심각하게 고민할 대목으로 보인다.

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 스포츠중재 콘퍼런스’에서 박태환 문제는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1부 국제스포츠 법과 스포츠 중재 세션에 이미 박태환의 이중처벌에 대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사항이어서 스포츠중재재판소 관계자나 패널로 참여한 법 전문가들도 쉽게 얘기하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점심 시간 뒤 이날 콘퍼런스를 주재한 박은영 김앤장 변호사, 신희택 서울국제중재센터 이사장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 스포츠법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국제반도핑기구(WAD) 창설 회장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리처드 파운드는 “와다의 룰은 명확하다. 법에 정해진 처벌이 전부다. 그 외에 추가로 제재하는 것은 규정에 없다. 도핑 제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그것으로 처벌을 끝내는 것은 국제 운동선수들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가 부당하다고 느끼면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하면 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박태환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파운드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가장 깨끗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와다 창설 이후 가장 강경하게 도핑에 반대해온 인물이다. 현재도 올림픽방송서비스 위원장, 와다창설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눈에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이중징계는 납득할 수 없는 것처럼 비쳐졌다. 그는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가 다가오는 올림픽에 나갈 수 없도록 한 ‘오사카 룰’은 2011년 폐기됐고,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정리한 요하네스버그 컨벤션이 2013년 열렸다. 한국 쪽에서도 그 회의에 참석을 했다면 이미 이중처벌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수영선수 출신으로 변호사이기도 한 파운드는 “박태환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정말 올림픽에서 뛰고 싶다면 부당하다며 변호사를 대동해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면 된다”고 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 항소는 의외로 간단하다. 마이클 레너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ICAS) 부회장은 “구조적으로 선수가 부당하다고 여길 때 항소할 수가 있다. 보통 스포츠중재는 여러 달이 걸릴 수 있지만 신속한 처리가 가능한 패스트 트랙이 있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 특별스포츠재판소 총회장이기도 한 레너드는 “박태환이 한국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항소를 해야하는지 여부는 진행중인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말하기 부적절하다. 하지만 박태환이 항소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에서는 스포츠중재재판소가 항소심 격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중재 노력이 이뤄져야 스포츠중재재판소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레너드 부회장은 “한국에서의 중재절차를 거쳐야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지 않음으로써 직접 스포츠중재재판소로 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앞서 2014년 이용대 도핑 회피 건을 스포츠중재재판소로 갖고가 승소했던 바 있는 박은영 변호사는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피고는 끌려가는 입장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와다나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개별 국가의 올림픽위원회에 대한 강제력을 발동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 손엔 각종 재정지원, 다른 한 손엔 월드컵 출전 자격 결정 등의 수단으로 각 대륙연맹이나 각국의 축구협회를 장악하는 절대 권력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일종의 하위 가맹 단체인 대한체육회가 도핑 선수에 대해 와다나 아이오시 등 상위기관의 룰과 어긋나게 이중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표정이었다. 파운드 회장은 “와다의 규약은 국제적인 약속이다. 와다는 조항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점검할 뿐”이라면서도, “국제규약에 서명했으면 따라야 한다. 한국은 2018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다”고 말했다. 레너드 부회장은 “올림픽 개최 열흘전부터 폐막 때까지 특별재판소가 운영돼 신속하게 분쟁을 중재하게 될 것이다. 사안이 시급할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4년 도핑처벌 강화를 위해 규정을 제정하면서 성폭력과 폭력행위 등에 관한 가중(이중) 처벌과 함께 도핑을 넣어 불씨를 만들었다. 현재는 스포츠중재위원회도 없다. 국제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애초 대한체육회가 세계 스포츠 법의 진행 방향과는 어긋나는 방향으로 일처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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