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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산속서 조난당한 모녀가 구조를 요청한 방법

ⓒgettyimagesbank

뉴질랜드 산속에서 조난당해 닷새 동안 추위와 허기에 맞서 싸우던 미국인 모녀가 숲 속 공터에 써놓은 '도와주세요(HELP)'라는 구조 신호 덕에 헬기에 구조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뉴질랜드헤럴드는 1일 미국인 여성 캐럴린 로이드(45)와 딸 레이첼 로이드(22)가 지난 26일 뉴질랜드 북섬 타라루아 레인지 숲 속으로 당일치기 하이킹을 갔다 조난당했다면서 이들은 변변한 장비나 먹을 것도 없이 밤이면 냉동실 같은 추위와 맞서 싸우며 닷새 동안이나 산속을 헤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 헬기에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조난 사실은 하이킹을 떠난 지 나흘 뒤에야 당국에 처음 신고됐다. 이들이 빌려간 임대 차량이 반환 일시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차량임대 회사가 경찰에 이를 알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때쯤에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데다 산에는 시속 100km에 달하는 돌풍이 몰아치기도 하고 밤에는 섭씨 5도까지 수은주가 뚝 떨어지는 등 날씨가 나빴기 때문이다.

탈수와 기아, 추위 등에 기진맥진해 있던 이들이 발견된 것은 수색구조 작업 이틀째인 30일 정오 무렵이었다. 공중에서 산속을 샅샅이 훑던 구조 헬기 조종사 눈에 조그만 숲 속 공터에 나뭇가지와 돌멩이 등으로 'HELP'라고 써놓은 글씨가 보였던 것이다.

즉시 밑으로 내려가 이들을 구조한 헬기 조종사 제이슨 디드리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지쳐 있었다"며 "그들을 구조하자마자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남편 배리 로이드는 아내와 딸이 살아 돌아와 더없이 기쁘다며 전화로 아내와 딸에게서 전해 들은 조난 경위를 털어놓았다.

그는 아내와 딸이 하이킹 코스 정상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미리 표시해둔 주황색 표지를 좇아가는 데 이상하게도 주황색이 청색으로 바뀌거나 없어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길을 잃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내가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는 말을 했다. 둘은 오도 가도 못한 채 나무 밑에서 밤을 지새우고 이튿날 해가 떠오르자 다시 길을 찾으려고 했으나 오히려 더 이상한 곳으로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산속에서 폭포도 만나고 시냇물도 만났다.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으나 경사가 가파르고 미끄럽고 바닥이 푸석푸석해 좀처럼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평소 하루에 10여 차례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어야 하는 딸은 허기와 피로에 지쳐 발도 제대로 옮겨놓을 수 없게 됐고 이에 엄마는 등에 멨던 배낭을 가슴 쪽으로 돌리고 딸을 등에 둘러업고 산길을 걷기도 했다.

조난 나흘째 밤이 가까워지자 딸은 아예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엄마도 혼자 힘으로 더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조그만 공터에 나뭇가지 등을 끌어모아 허름하게 캠프도 만들고 구조 헬기가 지나가면 볼 수 있도록 'HELP'라는 구조 메시지를 써놓고는 딸을 끌어안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결국 목숨을 구하는 커다란 행운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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