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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운영체제' 이번엔 부팅할 수 있을까

'한국형 OS'의 정점을 찍은 이는 누가 뭐래도 티맥스소프트다. 티맥스는 2009년 7월7일, '티맥스 윈도9'를 야심 차게 공개했다. 티맥스는 이를 'MS 윈도에 대항할 한국형 윈도'라고 자신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OS 대한독립'을 외치는 열혈 애국마케팅이 무색할 만큼 티맥스 윈도9는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었다. 그런 티맥스가 다시 '한국형 OS'를 들고 나타났다.

  • 이희욱
  • 입력 2016.05.01 10:09
  • 수정 2017.05.02 14:12

운영체제(OS)는 기기를 움직이게 하는 '플랫폼'이다. 시스템 하드웨어부터 그 위에서 돌아가는 응용프로그램까지 관리하는 만큼, 소프트웨어 기술의 정수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와 애플 'OS X' '유닉스'와 '리눅스' 등이 대표 사례다. PC용 OS 시장은 우리 돈으로 20조원이 넘는 거대 장터다. 지금까진 '윈도'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구글은 크롬 웹브라우저 기반의 오픈소스 OS '크롬OS'를 저사양 PC를 중심으로 보급 중이다. 모바일 기기에선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OS 개발 움직임은 잊힐 만하면 등장하곤 했다. 1991년 MS-DOS에 대응해 국가 연구과제로 탄생한 'K-도스'는 조악한 효용성으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2005년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축이 돼 리눅스 표준 플랫폼 '부요'(BOOYO)를 내놓았다. 2014년에는 '윈도XP' 지원 종료를 앞두고 리눅스 민트 기반의 한국형 오픈소스 OS 개발 계획인 '하모니카 프로젝트'를 꺼내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형 OS'의 정점을 찍은 이는 누가 뭐래도 티맥스소프트다. 티맥스는 2009년 7월7일, '티맥스 윈도9'를 야심 차게 공개했다. 티맥스는 이를 'MS 윈도에 대항할 한국형 윈도'라고 자신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OS 대한독립'을 외치는 열혈 애국마케팅이 무색할 만큼 티맥스 윈도9는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었다.

제품 발표 당일, 10분이란 짧은 시간에 진행된 시연에서 온라인게임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끊겼고, 동영상 재생도 버벅거렸다. 함께 공개한 웹브라우저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티맥스 윈도9가 아닌 MS 윈도에서 시연하다 들켜 망신당했다. 제품에 포함된 일부 코드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쓴 점을 행사 참석자들이 밝혀내기도 했다. 이 경우 소스코드 출처를 밝히고 자사 제품 소스코드도 공개하지 않으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침해하게 된다. 결국 이듬해인 2010년 6월, 티맥스의 OS 개발을 맡았던 티맥스코어가 삼성SDS에 팔리며 티맥스 윈도는 '부팅'도 하기 전에 '포맷'됐다.

그런 티맥스가 다시 '한국형 OS'를 들고 나타났다. 4월20일, OS 개발을 전담하는 티맥스오에스가 유닉스 기반의 자체 OS '티맥스OS'(TmaxOS)를 정식 공개하며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사진). 오피스 소프트웨어 '티맥스오피스'와 자체 웹브라우저 '투게이트'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지배하는 OS 시장에서 2020년까지 티맥스OS로 시장점유율 10%에 해당하는 2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티맥스OS는 7월, 일반인도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는 공개 시범 서비스를 거쳐 10월께 정식 제품으로 출시된다.

티맥스OS의 앞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OS의 성공은 그 자체의 완성도만 갖추면 끝나는 게 아니다. OS와 연동할 기기를 지원할 수 있는 각종 드라이버부터 OS 위에서 돌아갈 프로그램까지, 이른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수많은 기업이 OS 개발에 뛰어들지만 쉽사리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가 칼자루를 움켜쥐고 딸린 기관을 독촉한다고 해서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요즘은 OS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서비스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오픈소스 기반의 OS가 여럿 보급돼 있는데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OS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높은 어른이 "우린 이런 거 못 만드나?" 한마디 던진다고 해서 '닌텐도'와 '알파고'가 금세 만들어지는 것이던가. 기술이, 시장이, 소비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곧 생태계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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