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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패션쇼 트렌드를 바꿔놓았다(사진)

지난달 24일, 부부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브제이앤요니피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2016 봄/여름 컬렉션’을 열었다. 당시는 ‘2016 가을/겨울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시기였고, 스티브제이앤요니피도 그 행사에 참여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다. 패션쇼라고 하면 봄엔 그해 가을에 내놓을 옷을, 가을엔 이듬해 봄에 내놓을 옷을 선보이는 게 패션계의 오랜 관행인데,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봄에 입을 옷을 봄에, 가을에 입을 옷을 가을에 선보이는 시도는 스티브제이앤요니피가 처음은 아니다. 베르사체의 보급형 브랜드인 베르수스 베르사체는 2013년부터 ‘지금 보고, 지금 사라’(see-now, buy-now. 현장직구)는 전략을 내세워 컬렉션에 선보인 의상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는, 최소한 지금까지는 대단히 고무적이다. 지난해 베르수스 베르사체의 매출은 3700만유로로, 이 전략을 도입한 지 2년 만에 3배로 껑충 뛰었다. 지난 2월엔 버버리와 톰 포드, 베트망 등의 브랜드가 ‘제철 패션’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해 세계 패션계를 뒤흔들어놨다. 버버리와 톰 포드는 오는 9월부터, 베트망은 내년 1월부터 현장직구 방식의 컬렉션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왜 이러는 걸까? 변화를 이끌어낸 핵심은 소셜 미디어다. 지난 21일 ‘콩데 나스트 럭셔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베르사체의 최고 경영자 잔 자코모 페라리스는 “베르수스 베르사체의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로, 무언가를 여섯달씩 기다리는 인내심을 가진 고객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익숙한) 디지털 환경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고,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역시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패션쇼에선 계절을 앞서 옷을 공개하는 탓에, 일반 고객이 매장에서 실제로 그 옷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시기는 쇼 6개월 뒤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컬렉션을 지켜보거나, 컬렉션에 나온 옷을 살펴본다. 베르수스 베르사체는 바로 이 젊은 세대가 지금 본 예쁜 옷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 사도록 만들어 성공을 거둔 셈이다.

@peggy_gould @emeraldroselewis and @siobhanbell_ at last nights #DJVersusDJ event at the #VersusVersace Shoreditch boutique, the battle continues tonight at the Westfield London boutique, come and be one of the judges of this electrify competition. #VersusSound

versus_versace(@versus_versace)님이 게시한 사진님,

스티브제이앤요니피도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방식의 3월 컬렉션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콘퍼런스에 초청된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 배승연씨는 “(생중계를 본)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패션쇼장의 맨 앞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이 온라인으로 보고 프린트한 (패션쇼) 사진을 들고 우리 가게로 와서 옷을 사간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컬렉션 방식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태도’도 바꿔놓았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상을 공유하고, 컬렉션을 설명하면서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 ‘인스타그램의 제왕’으로 손꼽히는 발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비에 루스탱은 이 콘퍼런스에서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건 중요했다. 난 입양됐고,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지금 발맹은 내 아이가 됐다. 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자신의 꿈을 믿는다면, 그 꿈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얘기하고 싶다”며 “사람들이 ‘발맹의 세계’를 원하고 갖고 싶어한다면, 그저 (계정을) 팔로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행을 만들어내는 고가·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이렇게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더 많이 팔기 위해서다. 충동구매를 막는 비결이 ‘한번 더 생각하라’라면, 더 많이 팔 비결은 그 반대일 터. 옷을 본 직후엔 갖고 싶은 욕망이 극도에 이르지만, 여섯달 뒤 다시 그 옷을 볼 때도 똑같은 마음이 들긴 어렵다. 그 여섯달 동안, 수많은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쇼에 나온 디자인을 베껴 저렴한 옷을 만들어 팔아치운다. 이런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현장직구’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소통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가깝게 여기도록 만들어 충성도를 높이는 구실을 한다.

Still 20 shows to go ! #parisfashionweek #lamodeaimeparis #modeaparis ???? @lily.templeton

Paris Fashion Week(@parisfashionweek)님이 게시한 사진님,

하지만 컬렉션을 ‘현장직구’로 진행하는 데는 반대 목소리도 크다. 특히 파리 패션위크를 여는 ‘파리의상조합협회’와 밀라노 패션위크를 여는 ‘이탈리아 국립패션상공회의소’는 질 높은 원단, 창의력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도 높은 옷을 만들어 판매하려면 컬렉션 뒤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 등에서 나타나는 변화 움직임에 반기를 들고 있다. 실제로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옷은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극대화한 ‘작품’도 많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장직구’ 방식을 도입하면, ‘판매용 옷’만 패션쇼 무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컬렉션 공개와 동시에 옷을 판매하려면 사전 대량생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 소규모 브랜드는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올리비에 루스탱은 “캡슐 컬렉션(소규모 컬렉션)은 쇼가 끝난 뒤 즉시 (소비자에게) 공개할 것이다. 발맹은 ‘현장직구’의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쿠튀르(예술성 있는 고급 패션)가 함께 가려면, 지금처럼 나중에 판매할 작품과 쇼가 끝난 뒤 즉시 판매할 옷을 구분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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