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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논의해온 대통령 결선투표제, 이제는 현실화할 때

결선투표의 도입이 위헌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선투표가 없는 상황이 위헌이란 점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우리 헌법은 위의 제3항에서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대통령후보자가 1인인 상황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조항을 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대통령의 지위와 권력이 너무나 크고 심대한 까닭에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지지를 최소한으로 한다고 선언한 것이라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결선투표 없이 단순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인정해왔던 지금까지의 선출방식에 따른 결과는 어떠한가?

  • 김진욱
  • 입력 2016.04.28 06:15
  • 수정 2017.04.29 14:12

국회의원 총선거가 종료되었다. 결과에 대하여 모두들 '유권자혁명'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에 의한 지혜로운 선택으로 박근혜정부의 실정에 대한 단호한 심판이 이루어졌다. 우리 민주정치의 승리라 할 만하다. 이제 우리는 교체된 입법권력으로 민주와 민생을 향한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 과정과 그 결과는 우리 민주정치에서 해결되어야 할 몇가지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선거기간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야권분열과 이에 따른 야권참패의 공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그 첫번째이다. 이것이 첫번째 과제라면 둘째로, 전체 253개 선거구 중에서 110개 선거구만 득표율 50%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하였을 뿐 60%에 육박하는 143개 선거구는 득표율 50% 미만 당선자라는 점에서 당선자의 지역대표성에 민주적 정당성이 충분치 못한 점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 과제는 2017년 대통령선거를 민주정치의 승리로 만들기 위해서도 꼭 해결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문제이다. 4.13총선의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새누리 33.5%, 더민주 25.5%, 국민의당 26.7%로 나타난 바, 현재의 대통령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을 경우 50%에 현저히 미달하는 30%대 득표율의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되었다. 이는 지지보다 오히려 반대를 더 많이 받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된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모적인 단일화 논란을 또다시 겪어야 할 것을 예상하게 한다.

반복되어온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과 결선투표제 논의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를 돌이켜보면 정책경쟁보다는 단일화 성사여부가 더욱 중요한 이슈로 되어왔다. 멀리 1963년과 1967년 대선에서도 박정희 후보에 맞서기 위한 야권 후보의 단일화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는 윤보선 후보로 단일화가 이루어졌지만, 1980년과 1987년 김대중-김영삼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은 성사되지 못하였고 그 결과 6월항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1997년 DJP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07년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등 이후 선거에서도 후보 간 단일화 추진은 반복되어왔다.

후보 단일화 논의는 힘의 우열에 의하여 판가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별이 어느정도 가능해지는 선거 막판까지 지연되기가 십상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선거기간 동안 정책 논의를 실종시켜버린다. 또한 단일화 논의를 하는 후보의 지지자들 상호간에 감정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그런 치열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방식 이외에 달리 수단이 없기 때문에 명목상의 단일화일 뿐 당사자와 지지자 모두의 승복과 단합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반복된 이 문제의 극복방안으로 오래전부터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제시되어왔다. 1987년 양김 분열로 정권교체에 실패한 이래 1989년 10월 김영삼 당시 민주당 총재가 부통령제 및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주장했고,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도 의견을 같이했다. 14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정식으로 공약화되었으며, 1997년 대선에서는 조순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이를 주장했고,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의 공약에 포함되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논쟁의 바깥에서 심상정 의원 등 여러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들이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고, 최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은 1987년 이래 30년 동안의 오랜 숙원이면서, 많은 주요 정치가가 의견일치에 이른 사안인 셈이다.

2012년 11월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한 뒤 나오고 있다.

법률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 도입 가능하다

이렇듯 오랜 세월에 걸쳐 광범위한 다수가 찬성하고 지지해온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아직도 실현되고 있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로는 입법권을 장악한 집권여당의 반대를 뚫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론, 둘째로는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개헌을 필요로 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이제 첫째 장애는 사라졌다. 4.13총선으로 입법권력이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주장해왔던 민주·진보진영으로 넘어왔으므로 드디어 현실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둘째의 잘못된 인식은 아직 충분히 극복되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결선투표제 없이 진행되어왔던 그동안의 선거관행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선거 방식을 국회의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면서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이 금지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법률의 개정으로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가능하다. 헌법 제67조는 대통령 선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② 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③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

④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⑤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개헌필요성론은 위 조항중 제2항을 근거로 한 입론이다. 이는 제2항을 "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1인인 때에는 그자를 당선자로 하고)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라고 변경하여 읽어야 한다는 태도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최고득표자가 1인인 때에는 그 자가 당선자로 되는 것'이지 득표율이 과반수 등 일정비율에 미치지 못하였다 하여 결선투표 등을 실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은 조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문구를 임의로 삽입한 다음 이를 근거로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하는 바, 이는 명시된 조문에 충실할 것을 요청하는 법해석의 제1기본원칙 및 헌법해석에 있어서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위반하여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명시되지 않은 문구를 임의로 삽입하여 읽어야 한다는 위 입론은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경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국회의 대통령 선출조항에 저촉되는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경우에도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고 그런 경우 국회가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제2항은 국회에 대통령선출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 대통령은 제1항에 따라 오로지 '국민'에게 그 선출권한이 있다. 이것이 대통령직선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1987년 6월항쟁에서의 주권자 국민의 의지라는 점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득표동수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세계에서는 존재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제2항이 마련된 것일 따름이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경우에도 이론상 득표동수는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제2항의 규정이 필요하고 이 점에서 제2항의 존재가 결선투표제의 도입과 시행을 저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결선투표 없는 현행 제도가 오히려 더 위헌적

결선투표의 도입이 위헌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선투표가 없는 상황이 위헌이란 점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우리 헌법은 위의 제3항에서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대통령후보자가 1인인 상황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조항을 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대통령의 지위와 권력이 너무나 크고 심대한 까닭에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지지를 최소한으로 한다고 선언한 것이라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결선투표 없이 단순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인정해왔던 지금까지의 선출방식에 따른 결과는 어떠한가?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 당선자 득표수를 살펴보면 전체 유권자수 대비 노태우 32.6%, 김영삼 33.91%, 김대중 31.97%, 노무현 34.33%, 이명박 30.52%, 박근혜 38.94%로 나타난다.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 제67조 제3항이 규정하는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위헌적 상황일 수 있다. 결선투표제의 도입과 시행으로 우리는 이런 위헌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투표율 60% 이상이면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결선투표제가 현행 제도보다 더욱 합헌적인 제도라고 할 것이다.

87년체제의 진화를 위하여

흔히들 현재 우리의 헌정체제를 '87년체제'라고 호칭한다. 그 평가 중에는 절차적 민주화는 완성되었지만 실질적 민주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실질적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체제로 전환될 필요성이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화의 완성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민주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민주화의 미흡으로 실질적 민주화를 추진할 세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된 현실진단이 아닐까 싶다. 실질적 민주화를 추진할 세력들이 선거 때마다 단일화의 압력에 굴복하여 후보직을 양보해야만 했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실질적 민주화가 성취되는 속도는 느려질 것이다.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통해 87년체제를 진화시키는 일 위에서 실질적 민주화를 만들어낼 새로운 힘들을 구체화시키는 전망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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