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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투표해선 안 된다"는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말은 오만하다

ⓒLucas Jackson / Reuters

앤더슨 쿠퍼가 투표를 통해 자신이 즐기는 민주주의에 동참하기 전까지는 나는 그를 뉴스에서 보지도, 그의 포스트를 읽지도, 그가 이런저런 논의를 하는 것을 듣지도 않겠다. 그러나 나의 리디큘리스트(황당한 이야기만 전달하는 쿠퍼의 코너)에는 그를 올려 놓겠다.

게이임을 밝힌 그는 최근 '하워드 스턴 쇼'에서 "나는 투표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기자들은 투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투표하지 않는 기자들이 많다. 그게 대세다."

글루텐 섭취를 안 하는 게 '대세'다. 투표하지 않는 건 가증스러운 행위다.

쿠퍼는 인터뷰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함'을 유지하고 싶고, 사람들은 투표를 해야 하지만 자신의 역할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언론인이고 게이임을 공개했고, 나는 언제나 투표에 참여했다. 나는 쿠퍼의 이 논리가 미숙하고 잘난 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이 논리는 자신에겐 선입견이 없는데, 투표를 하면 그 특징이 변화할 것이라는 걸 암시한다. 선입견 없는 보도란 없다. 언론학 개론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게 그거다. 편견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당신의 선입견이 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CNN은 편향이 있고 리드 앵커인 쿠퍼 역시 마찬가지다. 그건 쿠퍼가 선거일에 집에 있는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 만약 예를 들어 클린턴이 아닌 샌더스에 투표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진정 믿는다면, 그는 자기 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좋은 기자가 아니다.

게다가 쿠퍼는 이제까지 몇 번 개인적 편향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마돈나 공연에 가고 무대에 올라가 마돈나의 '암캐'가 된다. 그는 코미디언 케이시 그리핀을 좋아하고 그리핀과 함께 타임스 스퀘어에서 12월 31일 밤을 보내며, 셀러브리티, 자신의 트위터의 팬과 적들에 대한 가십을 주고받는다. 무엇보다 그는 알렉 볼드윈의 동성애 혐오적 발언에 대해 트위터에서 싸운 적이 있다.

흔한 셀러브리티의 별 것 아닌 행동들로 보일지 몰라도, 저런 행동들은 관점의 선언이다. 진보적이고 굉장히 논란이 되는 팝 스타에 대한 지지, 진보적이고 지극히 도발적인 코미디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이고, 이성애자 남성 배우의 비방에 영향을 받음을 드러낸 것이다.

쿠퍼의 대외 활동과 시각은 그가 (내가 추정하는 대로라면) 마돈나와 그리핀이 지지하는 이상을 옹호할 후보에게 표를 던질 권리를 스스로 부정할 정도로 공정함을 주장하는 기자의 행동이 아니다. 또는 알렉 볼드윈의 비방과 같은 사건을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권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셀러브리티라는 지위를 사용해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들을 홍보하며 자신의 헌법적 권리를 표현한다.

쿠퍼가 사람들이 흔히 농담하는 것처럼 정말로 로봇이 아닌 이상, 그에겐 선호하는 것이 있다. 당선된다면 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 거라고 그가 믿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투표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다른 사람들의 표가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인데, 이건 우스꽝스러운 정치적 무행위 행위다. 투표를 하지 않아도 쿠퍼의 표는 중요성을 갖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미국에는 약 54,000명의 전업 언론인들이 있다. 90,000명이라는 추정치도 있다. 만약 그들이 모두 쿠퍼를 따른다면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공정성의 문제는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판사들은 투표를 해도 되는가? 심지어 '댄싱 위드 더 스타'에도 정치인 참가자가 있었다. TV 심사위원들은 투표를 하면 불공정하게 영향을 받는 것일까? 게임 쇼 심사위원들은? 후보들은? 후보들은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받는다.

에드워드 R. 머로우(2차 대전 시기에 활동했던 언론인)가 '양들의 국가는 바보의 정부를 낳는다'고 말한 이래 미국에서는 많은 진보가 이루어졌다. 쿠퍼가 앵커맨이자 저자, 커밍아웃한 유명인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한 세대의 투표와 매체의 영향의 직접적인 결과다. 그는 자기 직업의 부산물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목소리를 무효화하는 쿠퍼는 머로우가 나눈 첫 번째 분류에 들어간다. 무의식적으로든 아니든, 그는 타인들에게 받은 자유, 여러 사람이 목숨까지 버리며 지킨 자유를 옹호하면서 타인들의 믿음에 기대 살아가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를 투표하게 만들 수 없고, 앤더슨 쿠퍼의 기권은 자유다. 그러나 성인이 된 뒤 늘 LGBT 인권과 시민의 평등권, 모든 개인의 자유를 지지할 것이라고 믿은 후보들에게 표를 던져온 나는 투표 절차를 무시하기로 선택한 시민을 지지할 수 없다. 내가 친구에게 투표하지 않는 것은 불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가 미국에서 목격하는 어떠한 불의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이러쿵저러쿵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앤더슨 쿠퍼가 투표하기 전까지는 나는 그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고, 그의 노력에 대해 읽고 싶지 않고, 그가 최근에 낸 유명한 게이 남성과 그의 어머니에 대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응원하지도 않겠다. 그는 자신의 모든 선택, 자신이 즐기는 모든 기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월터 크롱카이트(유명 앵커)가 말했듯이 "조금의 자유란 것은 없다. 당신은 완전히 자유롭거나 자유롭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월터 크롱카이트는 투표했다.

허핑턴포스트US의 Anderson Cooper's Non-Voting Arroganc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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