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신과 무당의 영역 | 한국 채용인사 제도

관상이란 것에서 개인적으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인사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관상은 비과학의 영역이고 통계적 유의성도 드러난 바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사팀이 면접관들에게 앞장서서 교육을 한다고 한다. 앞서 나온 내용대로 면접관과 인사담당자들이 농경사회의 수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미신을 추종하고 가르치는 인사담당자라니. 이거야말로 인사 업무를 무당이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김영준
  • 입력 2016.04.25 12:16
  • 수정 2017.04.26 14:12
ⓒGettyimage/이매진스

예전부터 나는 한국 기업들의 인사 시스템이 너무나도 후진적이라는 얘기를 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SNS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어서 이 글을 보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동안 내가 후진적이라고 생각하던 것을 뒷받침하다 못해 아주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서였다.

삼성그룹 26년 인사담당 "면접장 들어서는 순간 당락 80% 결정" ㅣ 잡아라잡

자신이 선호하는 직원의 타입을 직관적으로 판단해서 뽑는다는 내용이다. 일단 직관적 판단이란 것에 대해서부터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관의 정확성을 과신한다. 그런데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직관이 이후에 얼마나 들어맞았는지 트래킹해서 맞춰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저 머릿속에 기억나는 자신이 맞춘 몇 번의 결과를 들어 직관이 잘 들어맞는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히 자신의 직관에 과신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의 결과가 틀린 경우를 잘 기억하지 않는다. 잘 맞아 떨어진 부분만 기억을 하기 마련이고 틀린 결과는 배제를 한다. 이런 것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이 직관의 성공률은 어디까지 떨어질까? 성공률이 50% 정도에 불과한 경우라면 직관의 신뢰도는 동전던지기만도 못한 수준이다.

직관적인 판단이란 것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설명하듯이 생각보다 매우 부정확하다. 사람이란 환경과 고정관념, 개인의 컨디션과 상태에 너무나도 쉽게 영향을 받고 흔들리며 인과관계가 없는 것에 인과관계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러한 것을 감안할 때 직관은 표준화된 공식을 활용하는 것보다 부정확하다는 이야기다.

직관이 완전히 무가치한가? 그렇진 않다. 제한적인 상황에선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직관이 통용되려면 결국 주변환경과 업무 내용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카너만은 직관을 가다듬을 수 있는 환경이란 1) 예상 가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규칙적인 환경, 2) 오랜 시간의 연습을 통해서 이런 규칙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 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 간호사, 운동선수 등은 그들의 업이 규칙적인 환경 하에서 오랜 시간 연습을 들여 규칙성을 배우는데 적합하다. 케이스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거기서 쌓인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반복된 상황에서의 최선을 찾아내는 것에 능숙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직관이다.

그러나 채용인사의 경우는 좀 다르다. 기업의 환경이란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사회의 수준, 사람들의 성향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 분이 얘기하듯이 기본적으로 면접관은 40-50대고 농경사회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40-50대의 성장과정은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러 명의 대가족이 같은 방 안에서 생활한 환경이며 교육의 수준도 공교육과 거기에 부가적으로 적은 비중의 사교육이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외동의 비율이 높으며 성장과정에서 개개인의 방을 가지고 자랐으며 교육환경에서도 사교육의 비중이 높을 뿐더러 어마어마한 정보의 홍수와 갖은 채널들을 경험한 세대다.

면접관들이 성장하고 체험한 경험과 지금 젊은 세대들이 체험하고 경험한 것들은 완전히 다르다. 더군다나 면접관들의 세대는 고성장 시대였고 지금은 저성장 저고용의 시대다. 이렇게 다른 환경과 경험이 밑바탕이 되고 있는데 면접관들이 농경사회에 기반한 직관적 관점으로 현대를 바라보고 평가한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채용 과정이란 것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1년에 1-2번 정도 이루어지며 채용을 하는 사람이 매번 채용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다른 업무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면접과정에서만 특별히 불려와서 면접관의 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게 앉는다 해도 하루 동안에 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즉, 예상 가능할 수 있을 만큼 규칙적인 환경도 아니고 1년 내내 채용만 담당하는 게 아니기에 오랜시간의 연습을 통해 규칙성을 확인할 여건도 못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몇 년 단위로 순환업무를 하고 있기에 이 부분은 더더욱 부족하다. 그러므로 난 이러한 직관의 정확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이 내용은 카너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나온 유명한 '가석방 전담 판사들에 대한 연구'와 매우 비슷하다. 연구 내용은 10개월 동안 이스라엘 가석방심의위원회 판사 8명이 내린 1112건의 가석방 승인자료를 연구한 것이었다. 평균 경력 22년의 판사들은 평균 6분에 1건씩 가석방을 심사했고 가석방 승인률은 35%였다. 재미있는 것은 점심 시간 이전과 이후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었다. 점심식사 직후에는 가석방률이 65%까지 올랐지만 점심시간 직전에는 0% 에 근접한 수준으로 하락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직관적인 판단이란 것은 환경과 상황에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 경력 26년차 인사담당자의 말을 들어보니 본인들도 그것을 인지하고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편향을 본인들이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텐데 면접관들은 이러니 이것을 감안하라는 것은 결국 면접자가 면접시간을 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합격은 운에 달려 있다'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사채용에서 이들이 얘기하는 직관적 판단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관상이란 것에서 개인적으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인사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관상은 비과학의 영역이고 통계적 유의성도 드러난 바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사팀이 면접관들에게 앞장서서 교육을 한다고 한다. 앞서 나온 내용대로 면접관과 인사담당자들이 농경사회의 수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미신을 추종하고 가르치는 인사담당자라니. 이거야말로 인사 업무를 무당이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지원서와 면접에서 워낙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그것을 다 믿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달변가는 사기꾼이다'라는 인식은 다소 문제가 있다. 달변가 중에 사기꾼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달변가가 사기꾼은 아니다. 이것은 논리적 오류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결국 저 말은 직관이란 이름의 편견으로 지원자를 가늠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관상을 믿고 달변가를 사기꾼이라 믿는 사람의 직관적 판단이란 얼마나 빈곤한 것인가.

이 부분에서 인사담당자가 이야기하는 직관적 판단의 근거와 합리성은 허공으로 증발한다. 인간은 어떠한 사항에 대해서 인과관계를 지어 해석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실제로 인과관계로 된 것이라면 그러한 인식이 별 문제되지는 않지만 전혀 별개의 사항을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경우 심각한 오독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것이 고정관념이 되기도 한다. 과연 영업실적과 종교, 키의 관계는 얼마나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종교인에 대한 것도 그러한 고정관념의 대표적이다. 비종교인은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붙임성이 없는가? 종교인은 이웃을 사랑하고 붙임성이 있는가? 그러면 종교인 중에서도 독실한 신자와 나이롱 신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러한 경계선은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가? 종교인들 중에서도, 그리고 같은 교단과 건물 내에서도 권력 다툼과 모함이 생각보다 쉬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한 현실은 어떻게 해석을 할 것인가?

혈액형 성격학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픈 의욕을 꺾어버린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과 성향을 구분짓는 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차별적인 것인지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으려 한다.

'형제의 능력차'는 굉장히 논란적인 주제이다. 과연 태어난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능력과 기질을 갖추었을까?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연구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직까지 정확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인사담당자가 그러한 논란을 이해하고 형제간의 능력차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거라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혈액형 성격학을 주장하는 사람이 형제의 능력차라는 현재 핫한 토픽을 이해하고 있다? 그건 믿을 수가 없는 부분이다. 특히 외동에 관한 설명은 차별적인 고정관념이다. 자신의 좁은 경험과 편견으로 비춰본 고정관념을 채용이란 과정에서 적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사 경력 26년의, 그것도 어디 동네 철물점이 아닌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그룹인 삼성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한 사람의 이야기다. 물론 저 분이 더 이상 삼성그룹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지 않은 만큼 지금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사회를 볼 때 삼성이 이러했다면 저러한 문화가 다른 회사로도 번져나갔을 것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저 분은 현업을 떠난 지 오래된 분도 아니라 아직까지 관련 일을 하고 있는 현업이다. 또한 본인 입으로 농경사회를 경험한 면접관들이 인사부에서 없어지려면 10-2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단 타이틀에서 이야기하는 '면접장을 들어서는 순간 80%가 결정'이란 것부터가 문제다. 이것을 초두효과라 하는데 이것은 처음에 받은 강한 인상이 뒤에 대화에서 나올 객관적인 사실을 배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즉, 처음에 받은 그 '인상'으로 자신의 호감과 선택을 강화하는 질문을 내기 쉽다. 그 부분은 위의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이 호감을 느낀 사람에게 그 호감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저 인사담당자가 얘기한 면접과 인터뷰란 이야기다. 면접자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초두효과와 이 초두효과가 가져올 후광효과를 최대한 억누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오히려 당당히 이야기 하고 있으니 조금 황당할 뿐이다.

대니얼 카너만의 인터뷰 경험에 따르면 그는 단순한 통계 규칙이 직관적인 '임상적 판단'보다 뛰어나다고 확신했다. 또한 그는 인터뷰 진행자(면접관)들의 전반적 평가가 최종 결정이 되어선 안되며 별도로 평가된 특성의 통계적 종합이 훨씬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그는 이스라엘 군의 신병 면접에서 객관적 사실을 묻는 표준화되고 타당한 질문을 만들고 그 예측의 타당성을 측정할 공식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호감 가는 인상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미칠 후광효과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 결과 전의 '완전히 쓸모없는'에서 '그런대로 유용한' 인터뷰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직관적인 판단으로 하기보단 공식을 활용할 수 있는 절차가 좀 더 정확성이 높음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객관화, 수치화를 통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은 후보자를 찾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 이야기 한 바 있다. 이에 비하자면 면접담당자가 이야기한 인사/채용이란 무속인의 레벨에 가깝지 않은가?

대략으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민낯을 보자니 참으로 절망적이다. 다수의 인사담당자들이 '농경사회'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신을 추종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직관'이라는 것으로 포장하여 본인들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저 인터뷰 내용은 인사부와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능력을 분석할 능력과 지표도 없을 뿐더러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자의적으로 무기준하게 뽑는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또한 나의 편견일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저 인터뷰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의 인사시스템은 후진적이다'를 더욱 강화시킨 것 만은 분명하다.

지금 또 드는 생각은 채용부분에서만 봐도 이 정도의 수준이니 이런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고과평가란 또 얼마나 답답한 수준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은 기업들이 현재 성과제와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또 업무성과에 따른 자유로운 해고를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것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철저한 고과평과와 업무평가가 필수다. 그러나 채용에서 이 정도로 후진적인 시스템을 자랑하는 부서에서 내리는 평가제도가 선진적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절망적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각 기업의 인사부가 많은 업무영역이 있고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해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 자체가 여전히 몇십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그 결과물을 내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해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단적으로 다른 파트에서 몇십년 전에 하던 식으로 일을 하면 그 사람은 자리 유지 못한다. 이걸 인사 업무라고 다르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저 저 분이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 한 것이라 믿고 싶다. 지금은 많이 그래도 좀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 믿자. 그래야 좀 더 희망적이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채용 #면접 #인사 #사회 #김영준 #경제 #기업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