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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운부군옥에 나타난, 신라 시대의 홀로그램 채팅봇

어느새 채팅 봇이 뉴스를 알려주는 시대가 되었다. 애플의 시리(Siri)나 아마존의 알렉사(Alexa)는 여전히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도 챗봇(Chat-Bot)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 형체를 띤 봇이 눈 앞에 등장하면 어떨까. 물리적 형태를 가진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같은 로봇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챗팅 봇(Chatting Bot)이 홀로그램(Hologram)이라는 외피(外皮)를 입으면 어떨까를 상상하는 중이다.

  • 김상순
  • 입력 2016.04.25 08:03
  • 수정 2017.04.26 14:12
ⓒGetty Images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에 나타난, 신라(新羅) 시대의 홀로그램(Hologram) 채팅봇(Chatting Bot)

1.

검색을 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자이므로 결국 궁극적으로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가 중요하고, 질문에 대하여 어떤 답변을 어떻게 보여 주는 편이 묻는 사람의 취지에 좀 더 부합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검색의 미래의 궁극적 지향점이라 말했다. 즉, '검색의 미래는 결국 답변의 미래다'라고 이야기했던,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는 제목의 5년 전 내 기고(寄稿)는 아래와 같이 끝을 맺었다.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여, 하드웨어에 대한 것이 발달할수록, 소프트웨어에 대한 것이 발달할수록,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결국 마지막에는 하나로 귀결된다. 인간을 어떻게 이롭게 그리고 편하게 할 것인가로 만류귀종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의 과학기술의 지향점은 좀 더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궁구(窮究)하는 것으로 집중 될 것이다 '인간'이라는 궁극의 가치를 위하여, 과학기술은 그렇게 발전하는 것 일게다.

2.

인간의 작용에 대한 컴퓨터의 반작용은 계속 인간을 이롭고 편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인간의 명령(액션)에 대한 컴퓨터의 반응(리액션)을 표현하기에 '대화체'만큼 직관적인 것도 드물다. 어떤 뉴스가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쿼츠(Quartz)의 뉴스 앱(App)은 먼저 말을 걸어와서 최신 뉴스를 텍스트로 전한다. 지인 누군가가 뉴스를 담은 문자메세지를 보내 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인터페이스다. 관련 뉴스를 더 궁금해 하면, 그에 맞춰 더 많이 소개해준다. 어느새 채팅 봇이 뉴스를 알려주는 시대가 되었다. 기실 뉴스를 읽는 행위와 검색을 하는 행위는 그 목표는 비슷하다.

사람들이 고의로 잘못된 학습을 시켜 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채팅봇 '테이'(Tay)는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애플의 시리(Siri)나 아마존의 알렉사(Alexa)는 여전히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도 챗봇(Chat-Bot)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 형체를 띤 봇이 눈 앞에 등장하면 어떨까. 물리적 형태를 가진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같은 로봇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챗팅 봇(Chatting Bot)이 홀로그램(Hologram)이라는 외피(外皮)를 입으면 어떨까를 상상하는 중이다.

3.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은 조선 선조 때의 학자 권문해(權文海)가 편찬한 백과사전으로 알려져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조선[大東]의 여러 귀중한 것들[群玉]을 운(韻)의 순서대로 배열한 책[韻府]' 정도의 의미가 된다" 한다. 우리 나라의 역사와 문물에 관한 단군시대부터 조선시대 선조 때까지의 내용들이 담겨있어서 당시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그 중 <대동운부군옥> 9권 (윤호진 외 번역본)에는 죽통미녀(竹筒美女)에 관한 수이전(殊異傳)의 이야기를 옮겨 실은, 아래와 같은 부분이 등장한다.

김유신이 서주로부터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기이한 나그네가 먼저 가고 있었는데, 머리에 비상한 기운이 있었다. 나그네가 나무 아래에서 쉴 때, 김유신 또한 쉬면서 거짓으로 자는 척했다. 나그네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는지 살피더니 품속에서 죽통 하나를 꺼냈다. 그것을 흔드니 두 미녀가 죽통에서 나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죽통 속으로 들어갔다. 나그네가 품속에 넣고 일어나서 가므로 김유신이 뒤쫓아 가서 그에게 말을 하니 말이 온화하고 고상했다. 함께 경주로 들어가서 김유신이 나그네를 이끌고 남산 소나무 아래에 이르렀다. 잔치를 베푸니 두 미녀도 나와서 참가했다. 나그네가 말하기를 "나는 서해에 사는데, 동해에서 아내를 얻었습니다. 지금 아내와 함께 장인 장모에게 인사드리러 가는 길입니다"라고 했다. 이내 바람과 구름이 일고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4.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글자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 혹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기기 쉽다. 그런데, 최근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위 죽통미녀 설화를 읽고 나서 몇 가지 단어들을 떠올려 대응시키고 있을 것이다. '머리 위에 비상한 기운' 부분에서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를, '품 안에서 꺼낸 죽통' 부분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나무 아래' 부분에서 '무선 액세스 포인트(wireless access point, WAP)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갑자기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된 부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사(社)의 홀로포테이션(Holo-portation)이나 미국의 매직 립(Magic Leap) 사(社)의 홀로렌즈(Holo-lens)를 떠올리며 복합현실(Mixed Reality)라는 단어가 생각났을 것이다.

'죽통에서 나온 두 미녀' 부분은 어떤가. 홀로그램 형태로 이미지를 가진 채팅 봇이라는 것을 묘사하자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만약 형체는 없지만 텍스트 대신 음향이 나오게 하는 버전의 봇이라면, 영화 의 사만사(Samantha)같은 형태일 것이다. 죽통에서 여자가 나오는 게 싫다면, 예를 들자면 대나무가 없는 나라에서는, 대나무통 대신에 램프(Lamp) 속에서 지니(Genie)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튀어나오게 하면 된다. 과학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에는 손목 위의 스마트워치에서 홀로그램 채팅 봇이 등장하여 검색을 도와주고 뉴스를 알려줄 것이다. '문송합니다'라고 말할 게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의 증강을 위해서라도 문사철(文史哲)의 문(文)을 다시 열심히 공부여야 할 때다. 이런 것들이 이미 신라 시대에 가능했었다고 문헌에 등장하고 있으니, 오호라 이 또한 만류귀종이라 볼 수밖에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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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등장하는 순서대로의 아래 주(註)를 열어보신 후, 본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

# 한국 최초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을 아시나요 (조선일보, 2008. 1. 28.)

# 만류귀종 (법률신문, 2011. 12. 26.)

# "뉴스 미래는 대화"...美 쿼츠, 도발적 시도 (지디넷코리아, 2016. 2. 12.)

# 인공지능 세뇌의 위험...MS 채팅봇 '테이' 차별발언으로 운영중단 (연합뉴스, 2016. 3. 25.)

# 소프트뱅크, 감정인식로봇 '페퍼' 판매...알리바바·폭스콘도 투자 (비즈조선, 2015. 6. 19.)

# 언론사는 왜 채팅봇에 흥분하는가 (블로터, 2016. 4. 19.)

# Magic Leap has created its own HoloLens (theverge, 2016. 4. 19.)

# Microsoft's 'holoportation' with HoloLens is blowing my mind (venturebeat, 201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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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 여인의 키스 (허핑턴포스트 블로그, 2014. 9. 26.)

# "인구론·문송합니다"...좌절의 인문계 취업난 (SBS 뉴스, 2015. 6. 12.)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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