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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고 있는, 당신이 뚱뚱해지는 중요한 이유

최근 비만의 문제가 `먹은 칼로리` 빼기 `사용한 칼로리`라는 단순한 산수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증거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만든 화학물질들이 생명체를 상대로 벌이는 수많은 은밀한 일들 중 하나라는 거죠.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에 아주 높은 농도로 노출이 되면 살이 빠집니다. 전형적인 독성 현상 중 하나죠. 그런데 똑같은 화학물질인데 그 농도가 아주 낮아지면 반대로 살이 찌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화학물질들을 소위 학술용어로는 "obesogen"이라고 부릅니다.

  • 이덕희
  • 입력 2016.04.25 07:17
  • 수정 2017.04.26 14:12
ⓒGettyimage/이매진스

먼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사람들이 예전에 비하여 점점 더 뚱뚱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동물들도 점점 뚱뚱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일상사를 함께 하는 애완동물이야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야생동물들도, 실험실의 동물들도 점점 더 뚱뚱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6개월 미만의 아기들도 뚱뚱해지고 있습니다. 6개월이 되지 않은 아기들은 19세기 아기나, 21세기 아기나 별로 하는 일에 차이가 없어요. 그냥 엄마 젖 먹고 자고 울고 싸는.. 이게 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뚱뚱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패러다임에서 사람들이 뚱뚱해지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그 여분의 칼로리가 지방으로 변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비만의 문제가 `먹은 칼로리` 빼기 `사용한 칼로리`라는 단순한 산수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증거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만든 화학물질들이 생명체를 상대로 벌이는 수많은 은밀한 일들 중 하나라는 거죠.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에 아주 높은 농도로 노출이 되면 살이 빠집니다. 전형적인 독성 현상 중 하나죠. 그런데 똑같은 화학물질인데 그 농도가 아주 낮아지면 반대로 살이 찌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화학물질들을 소위 학술용어로는 "obesogen"이라고 부릅니다. 화학물질들이 살을 찌게 만드는 기전은 매우 다양합니다. 지방세포의 수를 늘리기도 하고, 더 많이 먹게도 만들고, 움직이고 싶지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의 능력들은 아주 최근에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화학물질들이 가진 내분비교란효과 혹은 환경호르몬으로서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제가 앞서 현미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에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화학물질의 허용기준이라는 것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허용기준 이하이니 내 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우리의 순진한 바람일 뿐이라고 적은 바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그 중 하나가 바로 현재 화학물질의 허용기준을 정할 때 화학물질들이 환경호르몬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미처 몰랐기 때문입니다. 체중에 미치는 영향만으로 국한해서 이야기하자면, 독성 수준에서 보이는 체중감소는 허용기준을 정할 때 고려가 되었으나 저농도에서 살을 찌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고려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고려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실험동물들의 체중이 증가하는 걸 보아 이 정도 농도는 충분히 안전하지 않으냐는 증거 정도로 생각했을 듯합니다. 실제로 축산업계에서 가축을 키울 때 가축들의 체중을 증가시킬 목적으로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아주 낮은 농도로 사용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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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이야기 드리면 왜 또 이렇게 글이 길어지냐? 결론적으로 어떤 종류들이 "obesogen"인지 이것만 빨리 이야기해다오.. 지금부터 당장 이 놈들에 대한 노출을 한 번 피해 보련다. 뭐.. 이렇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 누차 말씀드렸지만 현대사회에서 몇몇 특정 화학물질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것, 특히 현재 실험실 연구에서 "obesogen"으로 알려진 몇몇 종류들을 피하고자 노력하는 것, 별 의미 없는 일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고달픈 인생살이 더 힘들어질 뿐입니다.

왜냐하면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할 때에는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그런 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우 다양한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가 존재하죠.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에서는 absolute zero를 만들 수 없다면 용량으로 뭘 조절해보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Absolute zero를 만드는 방법?? 단 하나밖에 없어요. 그만 살고 죽어야죠. 그리고 우리가 현재 공식적으로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는 종류들??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이러한 현실들은 배출증가와 호메시스가 현대 사회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기본접근방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됩니다. 진짜 체중 한 번 줄여보고 싶다. 먹는 것과 운동은 나름 열심히 해 봐도 별 의미 없더라. 특히 요요가 반복적으로 온다. 그렇다면 일차적으로 더 배출증가와 호메시스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요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살빼기 과정 중에 지방조직에서 흘러나왔으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화학물질들 때문이거든요. 여기에 더하여 노출도 한 번 피해 보고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나름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동물성식품과 가공식품들을 피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들 식품 안에는 "obesogen"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혼합체의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은 화학물질들이 우리를 뚱뚱하게 만드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은 "obesogen"으로 작용하는 화학물질들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서 여념이 없습니다만 저는 화학물질들이 우리를 더 뚱뚱하게 만드는 이유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살빼기, 누구에게나 늘 좋을까"라는 글에서 비만조직의 순기능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드린 바가 있습니다. 화학물질들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오염된 현대사회에 살면서 이들을 안전하게 보관해 둘 수 있는 지방조직을 넉넉히 가진다는 것은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비만의 역설이 존재하는 이유겠죠.

화학물질에 대하여 우리의 세포가 뚱뚱해지는 방향으로 반응을 하는 것은 태아시절부터 시작이 되는데요 이러한 현상들은 이 놈들이 나중에 내 몸 안에 들어왔을 때 가능한 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우리 세포가 미리 알아서 만들어 둔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obesogen이라는 것이 무작정 나쁜 것은 아니며 일종의 적응반응 중 하나라는 의미겠죠.

어쨌든, 화학물질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우리를 뚱뚱하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면, 다가오는 뜨거운 계절을 맞이하여 어떻게든 살을 빼야겠다고 고심하시는 분들은 먹는 칼로리 빼기 움직이는 칼로리라는 단순한 산수에서 벗어나 이 화학물질의 역할에 대하여 좀 더 이해를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어트 중에서 디톡스 다이어트라는 것이 있죠. 호메시스와 이에 따른 배출증가가 다름 아닌 디톡스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노파심에 한번 더 반복해서 말씀드리자면 나이가 드신 분들은 아무리 디톡스니 뭐니 한다 하더라도, 살 빼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사시는 편이 백 번 더 현명한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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