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가씨도 세일하나?', 롯데가 발표한 고객 갑질 사례는 정말 가관이다

  • 박세회
  • 입력 2016.04.20 10:59
  • 수정 2016.04.20 11:00

"그럼 아가씨도 세일하나?"

'전국 동시 60% 세일' 행사가 한창이던 롯데하이마트 매장을 찾은 한 중년 남성은 TV 진열상품의 할인율이 50%라고 설명하는 여직원에게 히죽거리며 대뜸 이렇게 물었다.

해당 직원은 "그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고 털어놨다.

롯데그룹이 20일 발간한 '당신 마음 다치지 않게(부제:고객과 직원이 모두 행복한 서비스 가이드)'라는 제목의 책에는 이처럼 롯데 계열사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면서 서비스 현장에서 실제로 겪은 다양한 '갑질' 사례가 실려있다.

롯데마트 매장 고객서비스 센터에서는 여직원이 잘못 계산된 부분을 정정한 뒤 영수증과 카드를 돌려주자 "아유 예쁘기도 하지. 내 볼에 뽀뽀 좀 해 봐라"고 말한 남성도 있었다. 이 남성은 직원이 당황하자 "이뻐서 그러는데 뭘 그리 놀라나"라며 오히려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을 통한 성폭력뿐 아니라 실제로 직원에게 완력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롯데리아 매장에서 한 젊은 여성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크림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여직원이 "고객님 저희 매장에는 크림이 없습니다만, 우유를 좀 넣어드릴게요"라고 말하자 여성은 "커피 파는 데서 크림이 없다는 게 말이 돼? 크림 달라니까"라고 소리치며 뜨거운 커피잔과 쟁반을 바로 앞 직원들에게 던졌다.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와 협박으로 직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사례도 많았다.

한 여성은 다짜고짜 롯데면세점에 전화해 "우리 남편이 X버리 가방을 인터넷 면세점에서 사서 내게 선물했는데 이건 가짜다. 내가 디자인 전공해서 명품에 대해 잘 아는데, 로고나 원산지 표기 등이 진품과 다르다"고 항의했다.

고객이 전화를 끊지 않고 끈질기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결국 면세점 직원들은 판매 상품과 똑같은 가방을 들고 대구에 있는 해당 고객의 집까지 찾아가 제조 시점 차이에 따라 디자인이 부분 변경됐다는 사실을 직접 설명했다.

하지만 고객은 그냥 수긍하지 않고 욕설과 함께 "며칠동안 이 문제 때문에 잠을 설쳤다. 바뀐 부분을 써놔야 할 거 아니냐"고 따지며 직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롯데면세점 직원들은 진품임을 증명하러 대구까지 내려가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했다.

롯데기업문화개선위원회가 펴낸 이 책은 이렇게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현장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고충과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상황별 대응 방법도 조언하고 있다.

롯데 매뉴얼대로라면 앞으로 소비자를 상대하는 롯데 계열 매장이나 서비스센터 직원들은 고객들의 '갑질'에 무조건 인내하고 순종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갑질 고객도 자신의 비이성적인 언행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 밖에 없다.

롯데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재계에선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악습을 바로잡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롯데 매뉴얼에 따르면 예를 들어 상품 상담·문의 과정에서 명백한 성희롱 행위가 드러나면 "고객님 업무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자제해주십시오. 지속적으로 말씀하시면 상담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대처해야한다. 전화 상담이라면 지적과 함께 전화를 먼저 끊어도 상관없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로 폭력으로 대응하지 말고 매니저 등 책임자, 안전요원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 당연히 경찰서나 파출소에 신고해야 한다. 향후 법적 처리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 불이익을 염려해 신고를 꺼릴 필요가 없다.

아울러 이 책은 직원들이 고객의 언어·물리적 폭력으로 심리적 상처를 입었을 때 분노, 우울감에 빠지거나 자존감을 잃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노하우도 알려준다.

만약 어떤 고객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큰 소리를 질러 업무를 방해한다면, 당황하거나 놀라지 말고 '고객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과도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직업인으로서 그를 대하고 내 마음에 자발적 상처를 내지 않는다'고 속으로 다짐하는 등의 방법을 권하고 있다.

롯데기업문화개선위는 이 책 1만권을 고객 대응 직원과 서비스 담당 임직원에 배포했다. 아울러 기업문화개선위는 직원들로부터 책을 읽은 소감, 이 책에서 다뤄지지 않은 사례, 자신만의 현명한 상황대처법 등 다양한 의견을 받아 개정판을 발행할 때 반영할 계획이다. 또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 마련도 서두를 방침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롯데 #갑질 매뉴얼 #가관 #사례 #서비스 #판매 #서비스업 #산업 #경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