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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코 송훈 심사위원이 미슐랭과 마셰코의 뒷얘기를 털어놓다

  • 박세회
  • 입력 2016.04.20 10:30
  • 수정 2016.04.21 18:06

송훈이 3년 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미식가들 사이에서 얘기가 많았다. 미슐랭 3스타인 뉴욕 '일레븐 매디슨 파크'(이하 '일레븐')에서 수셰프를 맡던 그 남자가 한국에 온다고? 게다가 송훈은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카'(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학교 중 하나, 이하 'CIA')를 졸업하고 '장조지'등의 특급 레스토랑을 거쳐, 일레븐이 별이 하나밖에 없던 시절에 들어가 3개를 딸 때까지 3년이나 함께 성장한 셰프. 기대가 컸다. 한국에 돌아와 SG 다인힐의 메뉴디자인팀 총괄셰프로 '오스테리아 코토', '투뿔등심' 등의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그가 특히 신경을 썼던 오스테리아 코토에 개점 때 몇 차례 가본 바로는 몇몇 메뉴가 특히 좋았다. 잠시 안 보이는가 싶었는데,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4'(이하 '마셰코')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특유의 점잖은 태도로 인기를 얻었다. '저 사람의 요리 평가를 듣기보다는 직접 만든 요리를 먹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쯤 새로운 식당을 기획 중이라는 소문이 들렸다. 마셰코도 그렇고 새로운 레스토랑도 궁금해서 셰프 송훈을 만났다.

송훈_마셰코에 대해 말하다

녹화는 다 끝낸 상태인가?

=그렇다. 거의 사전 녹화라고 해도 될 만큼 일찍 녹화를 끝냈다. 겨울에 영하에 막 입김이 나오는 컨테이너에서 요리하고 그랬다. 제작진에선 편집에 공을 들인다더라.

다른 시즌에 비해서 시청률이 안 나오고 있는데.

=그런가? 제작진 측에서는 1회 시청률이 역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고 하더라. 2~3회에서 조금 빠지긴 했는데 그 이후로는 쭉 올라가는 추이라고 들었다.

마셰코 코리아가 아니라 '마셰코 US'라는 비판이 있다. 출연진들이 한국어를 너무 못한다.

=우리도 하면서 욕먹겠다는 걱정을 했다. 뽑아놓고 보니 한국보다 해외파가 많더라.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일단 심사위원이 해외파 셰프들라는 점이 첫째다. 같은 '홈 쿡'(가정식)이라도 해외에서 요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의 접근법이 우리에게 맞더라. 제작진이 그런 구성을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다 보니 그런 구성이 된 거다. 욕을 먹는다면 심사위원이 욕을 먹어야 할 거다.

해외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가진 성격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일단 외향적이다 보니 좀 더 열정적으로 자신의 요리를 어필한다. 예를 들면 '프라이드 치킨입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거랑 '이건 동양적인 색채를 넣기 위해 간장 소스를 사용했고 크리스피 함을 강조하기 위해 두 번 튀겼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중 어떤 음식이 더 멋지게 다가올지는 뻔하다.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긴 것 같다.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면 역차별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제작진이나 심사위원이 해외파와 국내파, 성별, 나이 등등을 맞추려고 했으면 그게 오히려 역차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고,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따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탈락자는?

=첫 심사대에 오리요리를 가지고 왔던 '윤남노'라는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부트 캠프에서 칼국수 썰기를 하다가 떨어졌다. 썰기는 제일 잘 썰었는데, 밀가루가 너무 많이 남았다. 미션은 '반죽을 다 한 후 하는 데까지 최대한 정교하게 많이 썰기'였는데 이 도전자는 남들 반죽할 시간에 칼국수를 정말 잘 썰어놨더라.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고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 같은데, 안타깝다.

중간에 심사위원들 간에 불화도 있었나?

=5회에서 강민주 씨의 새우 머리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김소희 셰프가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강민주라는 한 도전자의 접시가 너무 비어있는 걸 보고 '다른 사람 새우 머리라도 가져다가 접시에 올려라'라는 충고를 했고, 그 친구는 그 말을 듣고 다른 도전자가 쓰지 않는 새우 머리를 자신의 접시에 올려냈다. 당시 김훈이 셰프가 '그런 어드바이스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말하면서 두 분이 격론을 벌였다.

누구 편을 들었나.

=두 분이 싸우시기에 가만히 있었는데,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그 새우 머리는 플레이팅에서 모양새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팁을 줬다는 건 문제가 있다. 다만 앞으로 나올 분량 중에는 아직 말하지 못하는 이슈들이 있다. 김훈이 셰프님도 문제가 될 게 하나 남았다.(웃음)

제작진에서 강레오의 포지션을 원했나?

=처음에는 강 셰프가 맡았던 '진행'과 '독설'을 제시했었다. 난 어색할 거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원하면 한번 해보기는 하겠다고 했다. 결국, 하다 보니 그냥 내 스타일 대로 됐다.

마셰코 나오기 전에 도전자들끼리 진짜로 합숙을 한다고 들었다.

=나도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더라. 진짜 3~4개월 동안 애 엄마고 회사원이고 다 때려치우게 하고 모아 넣더라. 100일 동안 한식, 양식, 일식, 베이킹 등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실력이 급격히 향상되는 사람들이 있더라.

다들 친한가?

=심사위원들과 도전자는 안 친하다. 합숙 기간에는 우리가 쿠킹 클래스를 딱 한 번 진행하는데, 그때 본 게 다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 근데 자기들끼리는 정말 친 형제자매처럼 친하게 지낸다. 거의 가족이다. 1위 결정이 나고 나서도 도전자들끼리 모여서 맨날 만나고 그런다. 가끔 나한테도 오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나는 우승자 결정이 방송으로 나가고 나면 만날 예정이다.

앞으로 일어날 큰 드라마가 있나?

=여성 도전자들의 약진? 그 정도밖에 말 못하겠다.

송훈_미슐랭에 대해 말하다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렇다. 뉴욕 CIA를 졸업했다.

어째 한국 미식계에서 뉴욕 CIA 출신들이 참 많은 것 같다.

=CJ의 총괄을 맡았던 백상준, 미슐랭 2스타인 뉴욕 '정식당'의 임정식 등이 동기고 '빌즈'의 김상범 셰프가 선배다. 요새는 일단 뉴욕 CIA에 들어가는 한국인 자체가 많아졌다. 우리 때는 14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천 명 중에서 120명이 한국인이라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한국 셰프테이너 열기에 CIA 한국 학생 수가 늘었을 수도 있겠다.

=원래 한국이 '붐'이 일어나면 쉽게 움직이지 않나?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에 대한 동경도 있는 것 같다.

졸업하고 첫 직장은 어디였나?

=첫 직장은 장조지였다. 2005년이었는데, 그때가 장조지가 제일 핫할 때다. (웃음) 그러다가 아시안 터치가 너무 많아서 나랑은 안 맞는다는 생각에 옮겼다. 그래머시 태번(뉴욕 미식계의 큰손인미식계의 큰 손인 대니 마이어의 소울 푸드 음식점)에서 3년 있으면서 수셰프를 달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마이알리노에서 2년을 일했다. 그 후에 간 곳이 일레븐 매디슨 파크다.

왜 경력에서 '장조지'를 뺐나?(그의 이력엔 보통 장조지가 빠져있다)

=거기서 3개월 만에 관뒀는데 뭐 그런 걸 경력에 넣겠나?

라인쿡부터 셰프로 올라가는 과정이 참 힘들다고 들었다.

=뭐든 시작은 다 똑같지 않나? 그냥 '개' 자로 시작하는 말이 나온다. 하루에 열 몇 시간 씩 일하고, 화장실 가고 싶은데 못 가고. 땀이 나는 걸 닦고 싶은데 못 닦고. 피가 나면 피를 지져서 지혈하고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아마 더할 것이다.

난 그렇게 일 한 적 없다. (웃음)

=(웃음) 그렇지만 '쿡'에서 '셰프'의 단계가 되는 순간 확 변한다. 미국에서 셰프의 사회적 지위는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면 일레븐에선 주방만 60명이다. 서버 파트까지 합치면 170명이다.

요새 한국에선 셰프테이너라는 다른 길이 생겼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도 15년 전에 딱 이랬다. 97년에 영국에서 '마스터 셰프'란 프로그램이 처음 생겨서 뜨고 나니까 영국을 흠모하는 미국 푸드 채널에 마리오 바탈리, 게이브리얼 해밀턴, 캐리 코라 등의 스타 셰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었다. 당시 미국도 언더에서 일하는 셰프들이 욕을 했었다. 우리나라가 지금 그 과도기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거로 생각한다. 이 과정이 지나고 나면 아마 셰프테이너를 비판할 게 아니라 그것 또한 하나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사실 지금 한국 미식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른 나라가 거쳐 온 길을 밟아가는 중이라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한국에 미식 열풍이 불고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서인지 미슐랭 한국판의 발매가 가시화됐다. 요새 잠행 심사를 다닌다고 하더라. 미슐랭이 셰프들에겐 어떤 의미인가?

=유럽 셰프들에겐 정말 그게 다다. 미슐랭이 전부다. 별 하나를 잃을까 봐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기도 한다. 근데 미국은 좀 다르다. 아주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평가를 좀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레븐에서 별을 따 본 경험이 있지 않나?

=내가 들어간 해엔 1 스타였다. 다음 해에 바로 3 스타로 승격됐다. 별 두 개를 점프한 식당은 미슐랭 역사상으로도 몇 개 되지 않는다. 말해놓고 보니까 마치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상황이 꼭 그런 것처럼 들리긴 하지만.(웃음)

최근 원서동에 있는 한 식당에 미슐랭 심사위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거긴 음식도 음식이지만 전망이 정말 멋지기로 유명하다. 창덕궁이 내려다보인다.

=그런 요소도 분명히 작용할 것이다. XX가든에도 다녀갔다는 얘기도 들었다. 음식, 서비스, 환경 이 세 가지의 조합을 보는데, '환경'을 빼게 되면 작은 식당이라도 별 한두 개는 받을 수 있을 거다. 미슐랭은 작은 식당들까지 다 챙긴다. 게다가 이번 한국판은 증보판이 아니라 처음으로 책이 한 권 나오는 거라 매우 많은 식당을 커버해야 할 것이다.

한국엔 별이 생각보다 아주 적게 떨어질 거란 견해도 있다.

=이번 미슐랭 가이드 도시를 선정하는데 필리핀이 떨어지고 상하이와 서울이 됐다. 필리핀도 엄청난 미식의 천국인데 말이다. 아시아에선 일본(도쿄, 오사카)이 제일 먼저 나왔고 그다음에 홍콩이 최근에 나왔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와 서울을 묶어서 하나로 나올 거란 견해도 있다. 몇십 군데는 나와야 책 한 권을 따로 낼 것이다.

CJ, SG 등의 미식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라고 하더라. 미슐랭을 겨냥해 메뉴를 싹 바꾼 곳도 있다. 잠행 취재라고 하는데 다들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선 잠행 취재라고 해도 다 안다. 일레븐에 있을 때는 미슐랭 잠행 취재 다니는 사람들 사진을 사무실에 다 붙여 놨다. 뉴욕타임스 에디터인 '피트 웰스' 같은 경우에는 분장하고 다니는데, 그 사람이 분장한 사진도 다 붙여놓는다. (웃음) 그 사람들이 오면 요리도 서비스도 엄청 공들인다. 잠행 취재원이 왔다 간 걸 놓치면 난리 난다. (웃음)

왔다 간 다음에 더 긴장될 수도 있겠다.

=며칠 뒤에 연락이 온다. 별 몇 개라는 얘기는 안 하고 '우리가 당신 다녀왔는데, 음식 사진 찍게 준비해달라' 그러면 그때부터 흥분되기 시작한다. 일레븐이 1스타에서 3스타로 승격 통보를 받았던 날에는 한창 영업시간이었는데 서비스가 10분 넘게 중단되고 업장에서 제일 좋은 샴페인 터뜨리고 난리였다. 업장은 뉴욕이었지만 그때 내가 모시던 셰프는 대니얼 흄이라고 스위스 사람이어서 미슐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송훈이 준비 중이 S태번의 메뉴. '로스티드 홀 덕'. 숙성한 오리에 꿀, 산초, 코리앤더 카모마일을 발라 통으로 구웠다.

기분이 정말 좋았겠다.

=그 순간도 기분이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세계 순위를 받던 순간이다. 일레븐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45위였다가 그다음 해에 9위, 그다음 해에 4위를 받았다. 내가 퇴사하고 나니까 5위로 떨어졌는데. 이것도 뭐 꼭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닌데 자꾸 딱딱 맞아 떨어진다.(웃음) 뉴욕타임스에서도 4 스타를 받았는데, 미슐랭 3개랑 합쳐서 7개의 별을 받은 식당은 미식의 천국인 뉴욕에서도 '르 버나딘', '장조지', '일레븐 매디슨 파크' 3개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받을 것 같은가?

='아시안베스트레스토랑' 리스트에 진입한 식당들이 일단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 리스트에 들어간 라연, 밍글스, 정식당은 받지 않겠나 싶다.

이번에 준비 중인 'S태번'은 그 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가?

=모르겠다. 우리는 5월 중순에 오픈하는데, 심사하는 기간에 들어가서 평가받는다면 좋기는 할 거다. 다만 긴장은 하지 않는다. 난 기대를 할 뿐이다.

S태번이 준비 중인 프렌타이 랍스터. 레스토랑 어항에서 신선하게 보관하는 랍스터를 몸통은 비스크 사바용을 이용한 프렌치 스타일로, 집게살은 팟타이에 넣어 태국 스타일로 한 접시에 두가지 스타일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요리.

S태번에선 어떤 요리를 하나?

=아메리칸 소울 푸드를 낸다. 전 세계의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가지고 온 소울 푸드들이 미국이란 나라에 정착한 음식들. 잠발라야, 검보 등등 진짜 미국의 소울 푸드들이 S태번의 메뉴에 들어갈 예정이다. 매장이 꽤 크고 널찍한데 한편에 고급 식자재를 팔 공간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레스토랑에 패션 편집숍부터 식자재, 조리 도구까지 같이 파는 '라이프 스타일' 매장이 인기라고 하더라. 기대한다. 여담이지만 셰프들을 만나면 이걸 꼭 물어본다. 집에서는 주로 어떤 요리를 하나?

=시켜먹는다. 순대 볶음, 곱창 볶음, 냉채 족발, 교촌 치킨. 애들한테는 주로 볶음밥을 해준다.

역시나 또 볶음밥이다. 셰프들은 집에서 그렇게 밥만 볶더라.

=(웃음)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볶음밥이 제일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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