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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능력, 그리고 운

마이클 조던이 서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태어났다면 어린 시절을 소년병으로 보냈을 확률이 높다. 김연아가 원리주의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재능은 커녕 히잡을 두르고 억압 받았으며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렇게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김연아가 목포나 김해 같은 아이스링크장은커녕 눈도 잘 안 오는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만 가정해도 피겨를 접해볼 기회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태어난 환경과 가정은 재능을 발견하고 찾는 데조차 가장 중요한 게 운이다. 이들의 능력과 이들이 쌓은 업적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 김영준
  • 입력 2016.04.20 10:58
  • 수정 2017.04.21 14:12

사람들은 흔히 재능과 능력이 그 사람의 성공을 가늠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성공한 건 그 정도로 충분한 재능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특히나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 모든 것을 철저히 자신의 재능과 능력 덕분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내용은 그 사람들이 쓴 자서전을 보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재능이란 무엇일까? 능력이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 본인의 재능과 능력으로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았다고 하자. 어떤 사람들은 이 사람의 성공은 오직 본인의 능력으로 인한 것이므로 타인이 간섭할 권리나 국가가 기여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보통 작은 정부와 낮은 세금, 경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사상이 이런 쪽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오롯이 본인의 능력과 재능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어떻게 한 사람의 성공의 원인이 모두 자기 자신에게 있냐고 칼같이 잘라서 단언할 수 있냐는 얘기다. 이쪽의 사람들은 큰 정부와 높은 세금, 사회적 기여와 분배를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성향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어디서부터가 운이고 어디서부터가 능력일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이 운의 영역을 과소평가한다."

운과 능력은 칼처럼 딱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어디서부터가 운이고 어디서부터가 능력일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이 운의 영역을 과소평가한다. 스스로 '자수성가했다'라고 믿는 사람들의 경우는 특히나 이 운의 영역을 완벽하게 배제한다. 즉, 오롯이 내 덕분이기 때문에 성공 또한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그간 여러 자영업자들과 아쉬운 가게들, 기타 많은 케이스를 살펴보더라도 실패는 재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운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성공 또한 마찬가지다. 그게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이게 다 자신의 능력인 것 같은 것이지 만약 그 중요한 상황 순간순간마다 조금씩 무언가가 틀어졌다면 역시나 눈에 띄지도 않는 수 없는 실패의 케이스 중 하나로 전락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사후편향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성공 신화와 성공 스토리가 감동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별로 도움은 안 되는게 사후편향의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와 똑같은 방법으로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성공했기 때문에 그 방법과 과정이 칭송받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재능과 능력이 무엇인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늘상 재능 있는 사람이 성공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사업은 운적인 요소가 너무 영향을 많이 미치니 그나마 재능과 능력이 비교적 확실하게 드러나는 스포츠 분야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김연아를 예로 들어보자. 피겨가 뭔지도 모르던 이 불모지에 말 그대로 갑자기 튀어나와서 엄청난 재능과 능력으로 올라선 전세계적으로 봐도 역대급 재능이었다. 김연아의 성공에서 김연아의 재능과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정도로 말도 안되는 재능이자 능력이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김연아가 피겨를 시작한 것은 누구 덕분이었을까? 부모님 덕분이었을 것이다. 부모님이 김연아를 아이스링크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김연아는 피겨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김연아가 피겨를 타기 시작했더라도 그 재능을 알아보고 선수생활을 제안한 코치가 없었더라면 그저 취미 정도에서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김연아가 처음부터 본인의 재능을 알았을 가능성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김연아가 피겨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동 나이대의 여자들처럼 취업준비를 하고 취직을 했거나 아니면 취준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서는 형 따라 갔다가 혹은 가족의 손에 이끌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작했다가 재능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브라질의 축구 스타 호나우딩요다. 메시 이전에 축구계를 지배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엄청난 선수였지만 호나우딩요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형이 축구선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접하게 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농구역사상, 그리고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마이클 조던 또한 형인 래리 조던이 있었던 덕분이다. 마이클 조던이 등번호 23번을 선택한 것은 그의 형인 래리 조던(45번)의 반만이라도 따라가고 싶어서라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이들이 처음부터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고 이것을 업으로 삼았을 가능성은 누구나 다 알듯이 '0'에 가깝다. 우연한 기회, 혹은 환경 덕분에 재능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고 시작을 하게 된 것이고 하다가 보니까 스스로의 재능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시작할 땐 아무도 모른다. 재능이란 게 발아가 늦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초기만 봐선 어떤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재능을 발견하는 것조차도 운의 영역에 이른다. 재능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이것 저것 다 해봐야 아는 것이므로 말 그대로 이것 저것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발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이것저것 해봤어도 누군가 이것을 발견해주지 못한다면 또 역시나 그저 그렇게 묻혀버리게 된다. 이것을 누군가 발견을 해주었어도 제대로 이 재능을 키워줄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이 역시도 그냥 그렇게 묻혀버리게 된다.

재능을 발견할 계기와 환경이 주어지는 것 자체가 운의 영역이다. 마이클 조던이 서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태어났다면 어린 시절을 소년병으로 보냈을 확률이 높다."

더 나아가서 저러한 재능을 발견할 계기와 환경이 주어지는 것 자체가 운의 영역이다. 마이클 조던이 서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태어났다면 어린 시절을 소년병으로 보냈을 확률이 높다. 김연아가 원리주의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재능은 커녕 히잡을 두르고 억압 받았으며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렇게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김연아가 목포나 김해 같은 아이스링크장은커녕 눈도 잘 안 오는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만 가정해도 피겨를 접해볼 기회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태어난 환경과 가정은 재능을 발견하고 찾는 데조차 가장 중요한 게 운이다. 이들의 능력과 이들이 쌓은 업적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들이 능력과 업적을 쌓는 데조차 운적인 요소가 크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능과 능력 또한 운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환경과 운이 아니었다면 그러한 재능과 능력을 발견하고 키우지도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마당에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명제를 정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능력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누린다는 승자독식 사상은 당연한 것일까?

일단 스스로 현재까지 거둔 성취에서 본인의 능력과 운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부터 해보자. 생각보다 내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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