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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대신 차라리 홈런을 없애라

정부의 야구장 이동식 맥주 판매 불허 방침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세법과 식품위생법 등에 따르면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맥주 판매는 위법이다. 정부는 청소년에게도 술을 팔 위험이 있다며 야구장에서 생맥주 통을 들고 다니는 ‘맥주보이’의 영업에 제한을 가했다.

35년간 야구장의 맥주보이를 당연시해온 케이비오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그동안 야구장 맥주 판매로 큰 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적도 없다. 야구장에서 치킨과 생맥주 먹는 즐거움을 당연시하던 팬들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프로야구단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잠실, 사직, 대구, 수원 구장은 18일부터 맥주보이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돈을 벌기보다는 팬들에게 서비스나 즐거운 야구 관전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맥주보이 도입을 추진하던 다른 구단들도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즐기는 맥주.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맥주보이 금지 조처는 최근 와인의 통신판매나 택배를 주세법 위반으로 단속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문제가 있자 야구장 사례까지 포함해 단속에 나선 것이다. 케이비오 관계자는 “주세 관련 회의가 있다고 해서 참석했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법과 규정에 어긋난다기에 최소한 유예기간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지금까지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내린 조처에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런 식이라면 동네 치킨집에서 배달해 먹는 맥주도 위법이 된다.

프로야구가 일상생활이 된 미국의 경우 야구장에서 맥주를 파는 모습은 흔히 보인다. 유럽의 축구장에서도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유상건 상명대 교수(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는 “야구장에 가는 사람은 야구장 문화를 즐기러 가는 것이다. 그 가운데 치킨과 맥주를 먹으면서 관전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순식간에 전개되는 플레이를 놓치고 싶지 않아 주문 타이밍까지 고려하는 게 팬들이다. 이번 조처는 과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 스포츠는 요식업이라는 말이 있다. 관중이 내는 입장료, 주차료, 식음료비, 상품 판매는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구단의 주 수입원이다. 팬들의 입과 눈을 즐겁게 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렇게 외국의 구단들은 자생성을 갖추어 나간다. 한국의 프로구단은 일방적인 기업 희생에 바탕해 이뤄졌다. 프로야구단의 경우 매년 100억~150억원의 적자를 감수한다. 야구단 출범 이후 기업이 투자한 돈만 5조~6조원이라는 추산이 있다. 이런 가운데 맥주보이 영업마저 금지하라는 것은 정부의 스포츠산업 활성화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비오 관계자는 “야구장은 하나의 잔치 마당이다. 각종 축제 때 맥주 판매를 허가하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야구장 전체를 특례지구로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 청소년들이 맥주를 산다고 걱정하지만 주위의 눈치 때문에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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