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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마 구찌 런웨이 콜렉션을 입지 않을 것이지만 구찌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 김도훈
  • 입력 2016.04.18 11:16
  • 수정 2016.05.06 12:30

“대체 누가 저런 걸 입어?”

화려한 장식, 보석, 술, 꽃, 밝고 눈에 띄는 디자인.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시그너쳐다. 지난 4월, 그는 밀라노에서 구찌 2016 F/W 남성복을 발표하며 후디, 수트, 라운지웨어, 모자, 퍼 로퍼를 선보였다.

이런 사진들을 보고, 혹은 패션 쇼에 갔다가 “왜? 나라면 저런 거 절대 안 입어.” 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건 흔한 반응이다. 하지만 그건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당신이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타일리스트, 평론가, 아티스트, 에디터, 저널리스트가 아니라면 그 옷들은 당신을 위한 게 아니다. 당신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찌 F/W 남성복 쇼와 같은 주요 패션 위크의 패션쇼는 예술 전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보여주고 들려주려고(그리고 이에 대해 글을 쓰라고) 발표하는 성명이다.

“순수 예술을 만드는 곳이 있어야 한다. 순수 예술과 패션으로서의 순수 예술은 개념으로서 아주 흥미롭다.” 뉴욕의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의 디자인 조교수이자 남성복 전문가 마크-에반 블랙맨의 말이다.

“패션은 선천적으로 수명이 짧다. 패션은 눈 앞에서 인화되는 사진과도 같다. 쉴 새 없이 변화하고 다른 것으로 바뀐다. 보통 사람이 패션 쇼에서 이해하면 되는 것은 이 아이템들을 개별적인 아이템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찌의 코트들이 그렇다. 아주 크거나 플로럴 프린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플레이드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내년에 백화점에서 보게 되겠지만, 당신이 입고 싶은 모양과 색상일 것이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세상, 최소한 패션을 보고 표현한 결과물이다.

“굉장히 지적인 이런 디자이너들이 이 세상을 보고 그것을 예술(그들의 예술은 의류다)로 표현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캔버스에다 그림을 그리지만, 디자이너들은 교화적이고 창의적인 의류를 만든다. 그들은 잘 팔리기를 바라긴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모티베이션은 보여지고 들려지고 싶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패션 평론가 가이 트리베이는 랄프 로렌, 톰 브라운, 캘빈 클라인 등 다섯 업체에서 전신 의상을 빌려 런웨이 복장을 실제 생활에서 입으면 어떤지를 살폈다. 지하철을 타거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개 산책을 시킬 때 입은 것이다.

그는 독자들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대체 누가 저런 옷을 실제로 입지?” 그리고 트리베이는 아주 슬림한 핏, 하이 웨이스트, 발목이 드러나는 것으로 유명한 톰 브라운 수트를 입고 곧 통찰을 얻었다. “디자이너가 정말 미묘한 테크닉을 사용해 자신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대로 소비자를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브라운 수트를 입어보기 전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당신이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당신도 언젠가는 구찌 쇼에 나온 것을 입게 될 것이다.

당신이 사진 속 옷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당신은 아마 이 쇼의 영향을 받은 옷을 언젠가는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구찌는 패션계에서 워낙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커다란 플레이드부터 장식 자수 등 미켈레가 조합한 요소들은 확산이 될 것이다. 더 다가가기 쉬운 기본 요소들로 해체하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단색 수트라든가, 자수가 달린 후디 등이다. 시간이 걸릴 지는 몰라도, 디자이너들은 구찌 쇼에서 본 것들을 기억했다가 메이시’스나 JC페니 등의 자기 라인에 활용할 것이다.

“미켈레는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는 ‘우린 너에게 자수가 달린 후디를 주진 않을 거야. 너 자수 몇 개까지 편하게 입을 수 있니, 자수가 있어도 괜찮니? 이건 좀 많이 간 거야. 네가 늘 먹는 핫도그를 먹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린 네게 고급 스테이크를 먹어보라고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그건 큰 변화다. … 만약 모두 자수 달린 후디를 입는다면, 그건 미친 짓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자수 달린 후디가 인기있고 안전해진다면 입게 될 것이다.” 블랙맨의 말이다.

당신이 무엇을 입으면 편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이 패션 쇼에 관심이 있다면(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마 관심이 있을 것이다) 구찌 등의 패션 쇼를 보고 당신은 무엇을 입는 것이 편안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시간을 들여 옷을 제대로 관찰해 보라. 남성들은 가진 옷을 한 번에 다 사지 않는다. 셔츠 하나, 재킷 하나, 바지 한 벌을 그때 그때 산다. 10년 뒤에도 입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10년 동안 당신을 기분 좋게 해줄 옷인가? 그때 하이 엔드 패션이 필요하다. 하이 엔드 패션은 앞서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찌 2016 F/W 밀라노 쇼 사진을 더 첨부한다.

허핑턴포스트US의 You Probably Won’t Wear Gucci’s Runway Collection, And Gucci Doesn’t Car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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