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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사회로 진화 | 우버와 트럼프 현상의 이해

자, 여러분이 택시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만스러운 경험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 택시를 잡기 어렵다"는 불만에 이의를 다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택시 잡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엄격한 라이센스 제도로 운용하는 택시 운송 시스템은 시간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수요를 만족할 수 없다. 피크 시간대의 불만을 해결하겠다고, 택시 라이센스를 무작정 늘리면, 수익률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버는 아무도 풀지 못했던 도시의 구조적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였다.

  • 임규태
  • 입력 2016.04.18 08:00
  • 수정 2017.04.19 14:12

"현대 사회는 정부가 주도해 온 '의식 사회'에서 개인간의 거래가 주도하는 '무의식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1. 워싱턴 DC NSF 미팅

며칠 전 미국 과학재단(NSF)이 추진하는 스타트업 진흥 프로그램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4일간 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NSF 디렉터가 나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교통비 정산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버'라는 단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내 기억으로 그녀는 '택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느낌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쯤, 비행기 이륙 직전 안내 방송에서 스튜어디스가 MP3플레이어라는 일반 명사 대신 '아이팟'이라는 특정 상품을 지목하며, 꺼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7년 아이폰이 탄생했고, 스마트폰발 모바일 혁명이 시작된다.

우버가 왜 인기인지 설명하는 것은 아주 쉽다. 가장 저렴한 우버X는 반강제로 팁을 지불해야 하는 기존 택시의 반값일 뿐만 아니라, 타고 내릴 때 지갑을 꺼낼 필요도 없다. 덕분에, 택시 내리기 전에 팁 문제로 운전사와 실랑이 벌일 필요가 없는 것은 보너스다. 하지만, 나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기존 택시가 우버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식상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버 현상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 택시 수요 공급의 문제

자, 여러분이 택시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만스러운 경험은 무엇인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 택시를 잡기 어렵다"는 불만에 이의를 다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여러분은 애꿎은 택시 기사들에게 불만을 터뜨리지만,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렇다고 늦게까지 술을 먹은 여러분 잘못도 아니다)

택시 잡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엄격한 라이센스 제도로 운용하는 택시 운송 시스템은 시간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수요를 만족할 수 없다. 피크 시간대의 불만을 해결하겠다고, 택시 라이센스를 무작정 늘리면, 수익률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버는 아무도 풀지 못했던 도시의 구조적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였다.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를 돕기 위해, 공항에서 집으로 태워준 우버 기사와 대화 내용를 보자.

시 외곽의 공항에서 도심을 가로질러 반대쪽 외곽으로 데려다 주는 데 대한 미안함으로 내가 이렇게 물었다.

"나를 데려다 준 뒤에 어디로 갈 겁니까?"

"시내의 콘서트장으로 갈 겁니다. 아마 다른 우버 기사들도 가 있을 걸요"

대부분의 우버 기사들은 파트 타임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선택한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우버기사로 활동한다. 이들이 원하는 활동 시간과 장소는 당연히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와 장소"다. 우버 에코시스템에서는 수요가 많아지면, 숨겨져 있던 공급(운전자)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수요를 충족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최적화된 수요-공급 메커니즘이 각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행동(고객은 비용 절감과 편의성, 우버운전자는 시간 대비 수익의 극대화)을 취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아래에 기존 택시와 우버의 수요-공급 곡선이 비교되어 있다.

3. 의식사회 대 무의식 사회

최적화된 다이내믹한 수요-공급 곡선은 우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또 다른 대명사인 에어비앤비 역시 동일한 특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러한 다이내믹한 수요-공급 연동 모델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에 인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3자(라고 쓰고 정부라고 읽음)의 개입이 없어야 한다. 나는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간의 이기적인 거래들의 총합으로 거시적인 흐름이 결정되는 동적 사회 시스템을 "무의식 사회"라고 정의한다.

이와 대비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용하는 기존 사회 시스템을 "의식 사회"로 정의한다. 의식 사회에서는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현재 상태, 그리고 예측한 미래를 토대로 정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시민은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르며, 이를 위반할 경우 그 대가를 지불한다)

의식 대 무의식 사회를 비교한 그림이 아래에 나와있다.

무의식사회는 여러분이 우려하는 무정부 사회가 아니다. 사실, 이런 구조는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기처럼 사용하는 인터넷이 이런 구조이며, 인간의 두뇌도 이런 구조로 동작하니까. 무의식 사회에서 정부가 필요 없어질 걱정도 없다. 단 정부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 각 개체간의 건전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감사하고, 교정하는 임무다. 세수 감소 걱정도 필요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에어비앤비 초기에 하고 싶은 데로 풀어주었다가, 서비스가 정착되자 슬슬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의식 사회로의 진화 현상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바로 정치시스템이다"

4. 트럼프 현상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현상은 현대 정치 시스템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그는 자신이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연승을 거두며 다수의 대의원을 확보해도 자신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같은 성격의 트럼프는 자신이 공화당에 사기를 당했다고 맹공을 퍼부었지만, 당지도부는 이렇게 간단히 응수했다.

"링컨 때부터 해왔는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

오늘날 IT 기술과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사회구성원 각자의 의사를 명확히 반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가 아니라, 된 지 한참 되었다). 하지만, 현재 권력을 장악하는 집단은 여전히 200년 전 "발명"된 방식을 바꾸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최근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로 나왔던 사전 여론 조사 결과가 새누리당의 완패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 역시 기존 정치 에코시스템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시민 의식 반영을 외면하는데서 발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지구적인 정치 혼돈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가?

5. 사회 계약설의 부활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나는 무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이 확산되면, 사회 구석 구석에 남아 있는 모순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진화 속도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연동될 것이다.

특히 주목할 기술이 바로 "블럭체인"이다. 비트코인에 적용되어 세상에 알려진 이 기술은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모든 사회 계약에 사용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치 분야일 뿐, 그 응용 예는 무한하다. (여러분의 자식들의 결혼 계약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자, 이제 내가 이 글에서 '거래'와 '계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말해주겠다. 무의식 사회는 현대 민주주의의 뿌리인 된 프랑스 계몽학자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설"의 현대적 부활이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소수의 권력층이 이끄는 현대 정치시스템이야말로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끝으로 지속적인 실망으로 현실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린 분들에게, 나를 공항에 태워 주었던 어느 우버기사의 말을 전하겠다.

"(시민들이) 일단 한번 맛을 본 이상,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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