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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상대를 인정할 때

선거가 끝나고 나서 상당히 불편한 글들이 올라옵니다. 하나는 문재인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으니 약속대로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이고, 또 하나는 거기에 맞불 격으로 안철수가 '국민의당 40석 안되면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입니다. 이런 글 말고도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를 부인하는 글도 종종 올라옵니다.

  • 박찬운
  • 입력 2016.04.17 09:17
  • 수정 2017.04.18 14:12
ⓒ한겨레

SNS 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들에 비하면 저의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그럼에도 제 페친 수가 이제 4천에 육박하다보니 제 타임라인에는 가지각색의 글들이 올라옵니다. 더욱 제 페친 들의 정치적 성향은 다양합니다. 크게 세 부류인데, 하나는 더민주와 문재인 지지자, 둘은 안철수 지지자, 셋은 과거 통진당 계열로 보이는 분들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첫 번째 그룹의 페친 들이 다수일 겁니다.

우선 제 페친 여러분들에게 고마운 것은 제 담벼락에서 절제의 미덕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제가 정치색이 강한 글을 올려왔고, 거기에 많은 페친 들이 댓글을 달아 저와 소통하고 있음에도, 도가 지나치는 상황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일 겁니다. 제가 SNS 영향력이 큰 페친 담벼락을 자주 방문하지만 거기엔 예외 없이 거친 말들이 오갑니다. 인격적 모독에 가까운 말들이 오가고 급기야는 페절하는 사태까지 이릅니다.

한 번 제 담벼락을 방문해 보십시오. 그런 글들이 있는지... 얼마나 고상한 대화가 오갔던지, 어느 분은 그것을 연구논문으로 쓰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저의 자랑이자 긍지입니다. 말과 글을 절제할 줄 아는 분들이 저와 친구를 맺고, 세상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페북을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나서 상당히 불편한 글들이 제 타임라인에 올라옵니다. 하나는 문재인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으니 약속대로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이고, 또 하나는 거기에 맞불 격으로 안철수가 '국민의당 40석 안되면 책임지겠다'고 했으니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입니다. 이런 글 말고도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를 부인하는 글도 종종 올라옵니다.

여러분,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대다수의 여러분들은 이런 주장 모두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무슨 이유와 논리를 대기 이전에 말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이런 논란은 이제 정리해야 합니다.

제 글을 유심히 보아 온 분들이라면 제가 더민주와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선거에서, 저는 지역구는 민주당을, 정당은 정의당을 지지했습니다. 아쉽게도 모두 사표가 되었습니다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요.

선거 전 저는 몇 번에 걸쳐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비판했습니다. 그들을 분열세력이라 했고, 안철수는 리더 감이 아니니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안철수가 분당하지 않고 더민주에 남아 이번 선거를 치렀다면, 야권이 압도적인 승리를 함으로써 새누리당을 거의 궤멸적 상태로 빠트렸을텐데 하면서, 아쉬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는 분당했고 3당 체제를 만들겠다고 질주했습니다. 결과는 제 예상과는 달리 3당을 만들어냈고, 그 당이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제가 더민주를 지지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 정당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 정당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 공천과정을 통해 드러났지만 김종인이 공천만 잘했다면 더민주가 얼마나 더 약진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지역구 공천도 곳곳에 문제가 있었지만 비례대표 공천 그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을 영입하고 자신을 떡 1순위에 올리는 그 언어도단의 공천이 어디에 있습니까. 더민주와 김종인이 저지른 이 같은 실책을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 많은 야권지지자(특히 수도권 유권자)들은 더민주를 선택했습니다. 이것도 현실입니다.

문재인? 저는 이 사람을 차기 대권후보로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대권후보는 아직 결정된 게 아닙니다. 앞으로 경쟁을 통해 서서히 드러날 겁니다. 그 경쟁에서 문재인이 승리하면 그 때 저는 그를 지지할 겁니다만, 그때까지는 어림도 없습니다. 사실 저는 문재인의 한계를 많이 봅니다. 제가 보기엔 문재인은 2%, 아니 그 이상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DJ에게서 볼 수 있는 카리스마도 발견할 수 없고, 노무현에게서 볼 수 있는 지지자를 확 빨아들이는 매력도 없습니다.

이 사람은 그저 선한 선비 정도의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저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이런 정도에 머문다면 대권후보가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지도 높은 차기 대권후보 정치인이란 사실입니다. 향후 경쟁구도가 잡히면 그 지지도도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않습니까? 이 사람은 더민주가 가지고 있는 매우 귀중한 자원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결과를 '국민 스스로가 선거제도(소선거구제)를 뛰어넘어 3당 체제를 만든 선거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안철수는 살았고 국민의당은 3당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거대 야당으로서의 더민주 그리고 그곳의 리더인 문재인의 존재 그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새롭게 만들어진 이 정치지형에서 내년 대선을 준비할 수가 없습니다.

더민주든 국민의당이든,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의 공통의 목표는 내년 정권교체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쓸데없이 상대의 존재를 부인하는 논쟁은 끝내야 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새로운 3당 체제 하에서 정권과 여당을 견제하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야권의 연대를 도모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부디 우리들의 부질없는 논쟁은 그만두도록 합시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이 평화로운 공존을 널리 퍼트려 야권 승리의 씨앗이 되도록 합시다.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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